데이터 분석가를 꿈꾼 이유
보통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나는 커서 의사가 될거야!’ 와 같은 확고한 꿈을 가지는 게 이상적이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고, 어느 멋진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데이터 분석가가 될 거라는 것은, 대학교 1학년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어느 학기에, 처음으로 코딩이라는 것을 경험해보게 되었다. 작은 로봇을 정해진 길을 따라서 움직이게 만드는 간단한 코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키보드의 스페이스 하나 입력하는 것을 잊어버린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로봇이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 주지 않자 나는 짜증이 났었다. ‘나는 커서 절대로 컴퓨터 관련 일은 하지 말아야지. 나랑 안 맞네.’ 라는 생각을 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ㅇㅇ가 되고 싶어.’ 라는 생각보다는 항상 학업 성적에만 관심을 두고 학업에 집중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했던 것 같기도 한 게, 당시 한국의 중고등교육과정 시스템은 학생들이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14년 6월, 호주 브리즈번에 이민을 가게 되었다. 수험 생활을 앞두고 수능 공부에 허덕이던 나는 새로운 나라에 가게 된다는 불안감보다는 기대감과 신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힘들 줄이야. 한국 교육 과정과 다르게, 단순 암기와 필기 시험이 아닌 레포트나 에세이와 같은 쓰기 과제가 많았던 것이다. 오지선다형 시험에 익숙하고 글 쓰기 경험이 거의 없던 나는 첫 일년 동안에는 레포트와 에세이 쓰는 법을 익히고, 마지막 고등학교 3학년 일년 동안에는 적응한 학업 평가 방식에 맞추어 학업에 매진, 그리고 진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적응 하는데에 가장 중요했던 스킬은 영어 말하기였다. 한국 영어 교육 과정은 쓰기, 말하기와 같은 능동적 언어 능력보다 읽기, 듣기와 같은 수동적 언어 능력을 익히는데 중점이 있다. 그래서 수능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 해왔던 나에게 말하기는 큰 난관이었다.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게, 호주 고등학교에 전학을 가기 전에는 나름 영어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게 걱정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첫 수업을 들을 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려는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때 충격을 받고 최대한 말을 많이 하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때 치킨 가게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나의 영어 말하기 실력도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 나는 어떤 일이든지 적극적, 그리고 능동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느꼈다. 그렇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2017년, 나의 호주 고등학교 생활을 마쳤다.
호주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캐나다 대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때 줄곧 의학 계열 학과에 관심이 있었지만, 캐나다에서는 의과와 약학과가 유학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는 관련 학과에서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생화학과에 진학했다.
1학년에 나는 과학 단과 대학의 기본 과목인 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을 모두 수강했다. 이 때까지는 나는 생물 과목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최대한 빨리 진로를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1년의 대학 생활 동안 나는 수학이 가장 재미 있어서 공과 대학에 전과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공과 대학으로 전과할 경우 1학년 동안 수강한 학점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 유학생이었던 나는 학비가 비쌌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학비 지원을 해주고 계셨고, 1년 동안 쌓은 학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학점 이전이 가능한 같은 단과대 내에서 전과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때 나의 눈에 컴퓨터 학과가 들어왔다. 단순히 생물학과 화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수학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컴퓨터 학과로 결정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들은 자연 과학 단과대에는 컴퓨터 학과가 따로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캐나다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 학과와 컴퓨터 공학과가 따로 존재한다. 컴퓨터 학과는 자연 과학 단과대 소속으로 소프트웨어를 위주로 배운다. 그 반면에 컴퓨터 공학과는 공과 대학 소속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둘 다 배운다. 조금은 멋 없게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지금 되돌아 보면 내가 살면서 만든 큰 결정 중에 가장 잘한 것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렇게 시작 된 나의 코딩 여정. 코딩 경험이 없던 나에게 첫 1년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 이외에 코딩 과외를 받기도 하고, 친구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조금씩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빠져 들게 되었고, 3학년 때에는 데이터 분야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코딩이 재미 있기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았고, 2학년 때 들은 데이터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3학년을 마치고 난 후에 철도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 및 엔지니어로 첫 인턴을 했다. 내가 배정 받은 팀은 캐나다 전역에 있는 열차가 각 역에 도착하고 출발한 시간을 분석해서 열차 배정의 최적화 산출을 담당 하는 팀이었다. 그 때 나는 데이터 베이스에서 곡류를 실는 열차의 출발 시간, 도착 시간 그리고 체류 시간을 추출 해서 어떤 역에 얼마 동안 지연이 있었는지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할 레포트 작성 하는 일을 맡았다. 데이터 분석의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고,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실제 데이터를 다루니 재미 있고 신이 났다. 이 인턴십을 계기로 졸업 후에 데이터 분석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