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이는 면접설득의 기술
한국 사회가 급성장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기업은 성장 속도에 맞춰 많은 인재가 필요했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는 했습니다. 효과보다 효율이 우선이었고, 자연스레 서류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서류 전형의 핵심은 이른바 스펙이었습니다. 출신학교, 출신지역, 해외연수, 자격증, 영어 점수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뽑아 놓고 일을 시켜보니 스펙만 좋은 인재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스펙 중심의 채용 교육 시장이 형성되었고, 스펙을 키워주는 학원가 성행 등의 부작용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2002년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무분별한 스펙 쌓기 경쟁보다는 실질적으로 기업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 태도를 반영한 직무 표준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런 정부의 흐름에 발맞추어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정부산하기관 등에서 NCS을 도입하고 활용하면서 채용 트렌드는 점진적으로 스펙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채용 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 및 기타 환경적인 요소 등으로 블라인드채용, AI채용, 비대면 채용 등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고, 개발팀에 지원하는 이들은 모든 스펙을 지우고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지원부서만을 서류에 기재하고 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편향과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인공지능(AI) 채용 솔루션을 도입해서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업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채용 방식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형식의 변화는 필연 내용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어 있습니다. 채용 방식의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더 이상 기업들은 스펙이 짱짱하거나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업무 상황에서 실질적인 행동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으며, 그런 인재를 찾기 위해 그 무엇보다 직무역량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역량 중심의 채용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스펙 배경(학교, 학과, 자격증, 외모 등)
능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식, 스킬, 태도
역량 지원기업의 직무에서 높은 성과(지식, 스킬, 태도)를 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동특성
대표적인 IT 기업 엔씨소프트의 경우, 스펙이나 능력보다 실무능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채용 과정에 있어서도 인사팀이 아니라, 인력이 필요한 부서가 직접 나서서 채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에도 학벌보다 직무에 초점을 맞춰 채용을 진행하며, 인턴, 계약직 경력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동아리, SNS 활동까지 직무 관련 경험과 경력을 중심으로 직무 역량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직무능력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회당 1시간에 이르는 면접을 3~5회 정도 실시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 인성이나 능력 중심의 면접에서 면접관은 지원자의 인성, 태도, 성실함, 적극성 등 주관적인 항목을 직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마디로 인상이 좋고 감이 좋으면 높은 평가를 했습니다. 하지만, 역량중심의 면접 평가에서는 철저하게 면접관의 주관이 배제되게 됩니다. 면접장에는 오로지 평가 항목과 평가 지표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직무지식, 직무 활용 스킬, 직무태도에 대한 평가 항목을 객관적인 점수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직무 역량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특징을 한마디로 일축하면 측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점수화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 역량이 뛰어나면 높은 점수를 받겠지만, 역설적이게도 높은점수를 받기 위한 방법 또한 공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토익 시험 문제의 출제유형을 알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연습하고 대비하면 충분히 역량 중심의 면접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이는 면접설득의 기술 / 커리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