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면접의 과학
당신이 이 칼럼을 읽고 있다면, 면접에서 번번이 ‘불합격’ 이라는 쓰라린 소식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합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어쩌면 당신은 오늘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이유’ 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며 온라인을 뒤적여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답변들을 얻었을 것입니다.
스펙을 적절하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무 전문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 변명하듯이 답변했기 때문이다.
면접관에게 솔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접관에게 너무 솔직했기 때문이다.
저는 당신이 불합격을 한 이유를 고민하고 원인을 분석하려는 능동적인 태도를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분들께서 해주시는 이야기는 진실을 담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위에서 작성한 답변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면접’에서 합격을 하기 위해서 타인의 조언이 내 상황에 적절한지를 고민해보지도 않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깊게 반성을 하셔야 합니다.
당신에게 조언을 건네주는 부모님, 선배, 전문가들,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제가 드리는 조언마저도, 당신이 준비하는 직무, 당신이 선택한 산업, 당신이 면접을 볼 기업, 당신이 경험을 했던 당시의 생각과 관점 등에 따라서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타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이, 바로 남들에게 나의 역량을 보여주는 기본적인 원리와 원칙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면접에서 합격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당신의 능력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진실입니다.
당신이 면접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한 가지는, 당신의 스펙이, 당신의 역량이, 당신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훌륭하든, 상대방이 당신의 수준을 알아볼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하나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세계에서 바이올린을 가장 잘 켜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당신의 뛰어난 역량 덕분에, 당신은 전세계 언론에서 ‘천재’ 라는 찬사를 받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역사상 다시 없을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바이올리니스트’ 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켜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1분에 약 150만 원정도이며, 당신이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1713년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손수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로 약 50억 원에 달하는 명품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만약 당신이 정체를 숨긴 채, 1,000명이 오가는 지하철역 앞에서 바이올린 버스킹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신의 역량은 이미 전세계 최고로 입증을 받았으므로, 지하철 역을 오가는 사람들 모두 당신의 연주에 매료되어서 발길을 멈추고, 몽롱한 표정으로 당신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를 감상하지 않을까요?
이쯤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 실험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지(The Washington Post)의 진 웨인가튼(Gene Weingarten)이라는 기자가 실제로 기획하고 진행했던 실험입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조슈아 벨(Joshua Bell)이라는 사람으로, 4살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서 7살에 블루밍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천재성을 인정받고, 17살에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며 그라모폰상, 아카데미 시상식의 오스카 상, 에코 클래식 상, 그래미 어워드 상, 에버리 피셔상 등과 같은 수많은 상들을 휩쓴 인물입니다.
그 무엇보다 그는 잘생기고 훈훈한 외모 덕분에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런 인기 덕분에 실험을 기획한 진 웨인가튼은 사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경호원들까지 동원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처럼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조슈아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죠. 게다가, 불과 사흘 전에 약 2,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열린 연주회가 전석 매진되었으니,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한 안전사고를 염려한 기자의 조치는 누가봐도 합리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연주가 이어지는 43분 동안 조슈아 벨 앞을 지나가던 1,097명의 행인들 중 연주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불과 7명 뿐이었고, 공연에 대해서 금전적 성의를 표시한 사람은 27명으로, 그들이 바이올린 케이스에 넣은 연주비는 약 5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천재의 역량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믿음’을 지니고 실험을 기획한 기자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전세계 언론들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였습니다. 이 실험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진 웨인가튼은 2008년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제가 조슈아 벨의 실험 사례를 설명한 이유는 당신이 면접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에 대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슈아 벨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 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것처럼, 그의 역량은 이미 검증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역량을 제대로 알아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선택한 직무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그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면, 면접관이 당신의 역량을 알아볼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접장에서 당신이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면접관이 당신의 역량을 파악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답을 뇌과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신경과학(Neuroscience)에서 찾았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무언가에 휴식 중인 상태와 무언가에 고도로 집중하는 상태라는 2개의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
그것은 분산모드(diffuse mode)와 집중모드(focused mode)로, 분산모드는 우리의 뇌가 무언가에 크게 집중하지 않거나 휴식을 취할 때를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기본 상태’ 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디폴트 모드(default mode)’ 라고도 부릅니다. 반면, 집중모드는 말 그대로 우리의 뇌가 무언가에 집중을 하기 위해 작동하는 방식으로, 논리적이면서 분석적인 사고력이 필요할 때 가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우리의 뇌는 반드시 이 두 가지 모드 중 한 가지 상태에만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 상태에 동시에 있는 것은 불가능하며, 당신이 무언가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고 결단을 내리면, 기본상태였던 분산모드 스위치가 꺼지고, 주의모드가 스위치가 켜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비교적 이렇게 길게 설명드린 이유는, 당신이 설득해야 할 면접관의 뇌도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이 당신에게 ‘주의(attention)’를 기울이기 전까지는, 면접관의 뇌는 분산모드로 작동하기 때문에,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면접관이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어서 집중모드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다시 조슈아 벨의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제가 조슈아 벨이었다면 지하철 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머릿속의 집중모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강구하였을 것입니다.
실험을 진행할 때 조슈아가 연주한 곡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샤콘’이었는데, 저라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서 이보다 더 유명한 《사계》와 같은 곡을 연주했을 것입니다. 혹은 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연출했던 장면처럼, 단순히 솔로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한 명과 경쟁적으로 연주를 하는 방법을 강구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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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목은 “의사소통의 과학으로 파헤친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이는 2가지 비밀”입니다. 이제 제가 말하려는 2가지 비밀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오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분산 모드와 집중 모드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면접관의 뇌의 2가지 시스템인 분산 모드와 집중 모드를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당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당신이 오늘 분산 모드와 집중 모드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어도, 이 개념에 대해서는 익숙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분산 모드는 ‘감성(heart)’으로 집중 모드는 ‘이성(mind)’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동안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명제를 절대적인 진리처럼 받아들여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절대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라, 기본값이 ‘분산 모드’인 것처럼 이성보다 ‘감성적으로’ 움직이는 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 책의 부제목처럼,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딱 2가지 입니다.
당신이 면접에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면접관의 ‘시스템 1(감성)’ 과 ‘시스템 2(이성)’ 라는 두 가지 뇌 영역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당신이 그동안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던 이유는 늘 시스템 2에 입각해서 당신의 역량을 ‘이성적’으로만 전달해왔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의 ‘합격에 대한 결정’은 이성보다 감성적인 영역에 의해서 더 많이 좌우됩니다. 실제로 2013년에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2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84.2%에 달하는 인사담당자가 “지원자의 겉모습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변했죠.
이 조사 결과가 범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신경과학적인 관점에서 면접관들이 사람을 채용할 때 어떤 요소들을 고려하는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사담당자들은 스스로 ‘겉모습’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외모뿐만 아니라, 당신의 목소리와 몸짓 발짓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서 ‘감성적으로’ 결정을 내린 후에, 당신이 준비해온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 등을 토대로 ‘이성적으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울적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어떻게 면접관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당신이 면접관의 감정에 개입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드릴 것이며, 그것을 통헤 면접관의 이성이 당신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테크닉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여기서는 딱 2가지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① 면접관의 뇌는 ‘기본적으로’ 빠르고 본능적이면서 감성적으로 작동한다.
② 면접관의 뇌는 ‘추가적으로’ 느리고 통제적이며 이성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당신이 면접관을 설득하는 방법론을 익히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건물을 올리기 위해서는 토대를 깔고 하중을 떠받드는 벽을 먼저 쌓아야 하는 것처럼, 당신이 면접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봐야 하는지를 먼저 학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