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면접의 과학》
당신이 면접을 보기 전에 딱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이 서류합격자라는 사실입니다.
면접을 보기 전에는 보통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뒤죽박죽이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면접을 보기 위해, 당신이 지원한 기업으로 이동한다고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때, 당신의 뇌는 아래와 같은 정보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어제 유튜브에서 면접의 핵심이 뭐라고 했더라?”
“직무역량 관련 질문 다시 한 번 암기해보자.”
“이 기업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CEO 이름이 뭐였지?”
“에이씨…. 차가 너무 막히네, 지하철을 탈 걸 그랬나?”
“어제 괜히 밤을 새웠나? 약간 정신이 멍하네"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혼란한 당신은 면접장을 코앞에 두고서도 뇌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습니다. 면접을 보는 기업이 C 빌딩이라는 데 입구는 정확히 어디인지, C 빌딩에서 어떤 엘리베이터를 탈지 등과 같은 행동을 하며 소비하는 것이죠.
우리의 뇌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의 에너지가 100%라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퍼센트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이죠. 마치 게임의 HP(Health Power, 체력)처럼 말이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의 뇌의 집중력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아침이기 마련인데,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아침부터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뇌에 많은 부하를 주게 된다면 당신이 노련한 면접관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질문이 바로 아래와 같은 질문입니다.
��♀️: 공백기가 긴 편인데, 우리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할까요?
��: ...
너무 많은 것을 암기하려고 한 나머지, ‘공백기’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지 않은 당신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망설입니다. 솔직히, 스스로도 15개월이라는 공백기가 긴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당신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공백기가 문제가 되면 서류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면접관이 ‘임기응변’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누군가의 조언을 떠올리며 당신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 1년이 넘는 공백기간 동안 저는 취업을 준비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토익점수를 300점을 끌어올렸고, 직무 관련 자격증을 3가지 취득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제가 느낀 것은 무엇이든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런 답변이 어떠신가요?
설사, 당신이 공백기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추정컨대, 위의 잘못된 답변 예시와 비슷한 수준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답변이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감을 못잡고 계실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서류합격자’라는 사실(fact)만 떠올린다면, 면접관이 듣고 싶어하는 답변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당신은 ‘서류합격’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서류합격’의 의미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중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기업이 당신을 서류에서 통과시켰다는 것의 의미는 당신의 서류가 기업의 기준에 적합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더 구체적으로 당신이 면접이라는 마지막 전형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신의 이력서가 기업이 원하는 기준에 적합했기 때문이며, 당신의 자소서가 기업에게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신은 전공시험을 통해서 당신이 선택한 직무에 필요한 전문성을 입증받았으며, 인·적성 검사를 통해서 아무런 문제없이 조직원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서류를 제출한 주체는 당신이지만, 면접에 와달라고 부탁을 한 주체는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앞의 예시를 가져와볼까요?
��♀️: 공백기가 긴 편인데, 우리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할까요?
이제 당신은 면접관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질문을 던진 이유를 생각해보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습니다.
��: 1년이 넘는 공백기간 동안 저는 취업을 준비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토익점수를 300점을 끌어올렸고, 직무 관련 자격증을 3가지 취득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제가 느낀 것은 무엇이든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당신의 답변의 방향성이 잘못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당신은 이미 서류합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서류에 있는 내용들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기서 당신이 ‘준비하고 계획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어필했기 때문에 서류와 똑같은 답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취업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취업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은 상대방이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니즈를 내가 충분히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면접관이 당신이 ‘서류합격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백기’와 관한 질문을 던진 이유는 당신이 ‘주체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자 전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에 합격한 친구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1년이 넘는 공백기간 동안 저는 유럽 배낭여행을 하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취업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지만, 저는 배낭여행을 통해서 제가 선택한 직무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었습니다. ‘취업’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일에 대한 확신도 없이 입사를 하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도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친구는 제게 컨설팅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답변을 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제가 늘 강조하던, 취업의 핵심은 ‘나만의 차별화된 관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면접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 스스로를 믿는 것에 대한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를 진행한 신경과학자들의 결론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교의 연구팀은 재미있는 실험17을 진행하였습니다.
한 집단의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사진 속 여성들과 전화상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집단의 남성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갑다는 여성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똑같이 전화로 대화를 나누게 하였습니다.
실험자들이 ‘사진’을 보여준 이유는 당신이 소개팅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이유와 같았습니다. 즉, 각 집단의 남성들에게 일종의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죠. 다시 말해서, 실험자들은 전자의 집단에게는 상대방이 매력적일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후자의 집단에게는 상대방이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은밀하게 주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결과, 스스로 매력적인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 집단은 여성을 재미있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상대 여성들도 더욱 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남성과 대화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과 대화하고 있다고 여긴 남성들은 여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상대 여성 역시 소극적인 태도로 대화에 임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학적 인사이트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라는 모델18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기대감이 나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실험을 당신의 상황, 그러니까 당신이 면접을 보는 상황에 대입해보면 당신이 왜 ‘서류합격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지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에 대한 자격이 부족하다고 인식한다면 당신의 낮은 기대감이 면접관에게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면접관이 묻는 질문들에 대해서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전날 암기했던 내용들 혹은 취업 커뮤니티에서 살펴봤던 합격자들의 조언들을 떠올리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스스로 ‘서류합격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당신 스스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인식한다면, 당신의 자신감은 면접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실험 결과처럼, 면접관은 당신을 ‘유능한’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할 것이고, 실험 결과처럼, 당신도 그에 호응하여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면접관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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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을 하면서 실제로 이것을 몸으로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해외 건설 관련 프로젝트 매니저(PM, Project Manager)로서 수많은 나라를 다녔는데, 제가 사회초년생일 당시 아프리카에 있는 여러 국가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흑인들과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대학생 시절에는 흑인들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흑인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흑인은 보통 거칠고, 야성적이며, 태생부터 근육량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제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 중 이런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한 신체와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와 함께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붙어있었던 오티스(Otis)라는 친구는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아저씨들이나 가지고 있을 법한 볼록한 배를 가지고 있고 거칠기는 커녕 순한 한 마리의 강아지 같은 심성을 지닌 흑인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머릿속에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프레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수동적인 프레임도 있고, 사회와는 달리 나만의 경험을 통해 정립한 능동적인 프레임도 있습니다19.
만약 제가 아프리카에서 일을 할 기회가 없었다면 ‘흑인은 거친 사람들이야’라는 수동적 프레임에 입각한 관점으로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있는 흑인들 또는 사건이나 사고를 통해 뉴스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흑인들을 바라보며 ‘역시 흑인은 거친 사람들이야’라고 말하며, 저의 신념을 확증20해버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편향은 흑인을 상대할 때 어색함을 불러올 것이고, 저의 어색함은 흑인이 저를 상대하기 불편하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만약 저와 같은 행동을 모든 사람들이 한다면, 이것은 악순환이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인종간의 문제로 붉어질 수 있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스스로를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 스스로 면접을 합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을 통제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죠.
그러므로 당신이 면접장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이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기업이 당신을 초대한 이유는 당신이 스스로 알고 있는 그 부족함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의도는 당신이 먼저 표시했지만, 면접을 봐달라는 의도는 기업에서 먼저 표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마치 데이트 신청은 내가 했지만, 애프터는 상대방이 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자신감이 샘솟는 것처럼 말이죠. �
그래서 저는 ‘서류합격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을 넘어서, 당신이 ‘서류합격자’라고 셀프 가스라이팅(Self-Gaslighting)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는 당신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대중적으로 너무 잘 알려진 개념인 가스라이팅은, 교묘한 말과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심리적 조작(Psychological Manipulation)’을 가하는 감정적인 폭력(Emotional Abuse)의 일종입니다.
혹시 이런 생각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이성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Gaslighting이 먹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프롤로그에서 당신이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대한 개념과, 이 때문에 우리 인간의 뇌가 이성의 힘보다는 감성의 힘이 훨씬 세다는 것을 학습했으니 왜 가스라이팅이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스라이팅이 효과적인 이유는 우리 인간이 감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이지만,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가스라이팅이 효과적인 이유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우리의 정신은 기본적으로 연상하는 기계이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의 뇌가 연상 네트워크(Associational Network)라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연상 네트워크’라는 말이 다소 딱딱하게 들리시겠지만, 핵심원리는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우리의 뇌는 어떤 개념을 생각하면 그것으로 인해 활성화된 뉴런들의 확산 과정을 통해서, 그와 유사한 다른 개념이 함께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아주세요.” 라고 부탁하면, 당신의 뇌는 어쩔 수 없이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 중 하나인 ‘코끼리’의 형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잠’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당신의 신경세포들은 자신의 친구들인 ‘휴식’, ‘수면’, ‘피곤함’, ‘침대’, ‘나른함’, ‘편안함’과 같은 개념을 담고 있는 신경세포를 함께 활성화시킵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가스라이팅의 원리21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연구로 심리학자 존 바그(Joh Bargh)와 동료 연구진들이 함께 진행한 실험22이 있습니다.
실험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연구진들은 심리학 실험이 아닌, ‘언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더 정확히는, 스크램블 문장 테스트(scrambled-sentence test)라고 불리우는 것으로, 엉터리로 배치된 5개의 단어들 중 4개의 단어들을 선택해서 최단 시간내에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말이죠.
• he it hides finds instantly.
• him was worried she always.
• us bingo sing player let
• sky the seamless gray is
실험 대상자들에게는 비밀로 했던 연구진들의 가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무례한(rude)’ 단어들이 포함된 과제를 받은 사람들의 행동은 무례하게 행동할 것이고, ‘정중한(polite)’ 단어들이 포함된 과제를 받은 사람들의 행동은 정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그래서 실험진들은 아래와 같은 키워드를 포함하여 스크램블 문장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자신의 언어 스킬이 뛰어남을 입증하고 싶었던 실험 참가자들은 열심히 문제를 풀었습니다. 연구진들은 문제를 모두 푼 참가자들은 다음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 다른 연구실로 이동하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실험 참가자들의 이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사전에 섭외한 공모자 한 명을 시켜 연구실 입구를 가로막고 실험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게 하였습니다. 마치 우리가 약속장소에 가야 하는 데, 갑자기 ‘도(道)’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사람들이 내 앞길을 막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게 한 것이죠.
연구진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결국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가스라이팅, 더 정확히는 프라이밍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B 집단의 참가자가 A 집단의 참가자보다 더 오래 공모자와의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시간의 단위를 1,000분의 1초로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연구진들의 생각보다 더 극적이었습니다.
‘무례한’ 단어를 사전에 주입받은 A 집단의 참가자들은 평균 5분 정도 지나서 대화에 끼어들었지만, ‘정중한’ 단어를 받은 B 집단의 참가자들 중 압도적 다수인 82%가 10분 동안 이어지는 긴 대화를 전혀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결국 앞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설명했던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의 결과를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스스에게 가스라이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스스로 서류합격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당신이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상기하면서, 당신의 무의식이 당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종하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제가 1-1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취업을 스펙 싸움이라거나, 직무역량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직원은 취업을 위한 가면을 벗고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면접에서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경과학 관련 논문 및 개념들을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당신이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라는 저의 주장을 가볍게 여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강연에서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라” 라는 조언을 할 때마다 “그게 왜 중요한 것인가요?” 라는 추가질문을 했던 제게 ‘긍정적인 자세’ 가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해준 사람들은 전세계의 신경과학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들을 토대로 당신에게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을 지극히 잘 알고 있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 같은 운동선수들은 경기에 임하기 전에 스스로를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처럼 위대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부디 면접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중대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기업에게 초청장을 받고 면접에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면접관들은 당신을 초청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기본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당신이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당신의 능력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스스로 납득이 안되는데, 어떻게 타인이 당신에게 납득을 할 수 있을까요?
부디, 이 글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을 의심할지라도,
당신만큼은 자기 스스로를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과학적인 진리를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
Notes and References:
17. Mark Snyder and et al’ (1977). Social perception and interpersonal behavior: On the self-fulfilling nature of social stereotypes.
18. 어떤 지식이나 개념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모델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이것을 인간의 뇌에 자리잡은 모형이라는 의미에서 ‘멘탈 모델(mental model)’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곤 합니다.
19. 저는 이것을 수동적 프레임(Passive Frame)과 능동적 프레임(Proactive Frame)으로 부릅니다.
20.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용어로 부릅니다.
21. 가스라이팅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정확한 용어로는 프라이밍(priming)이라고 부릅니다.
22. John Bargh and et al’ (1996). Automaticity of social behavior: Direct effects of trait construct and stereotype activation on action.
23. 물론 연구진들은 피험자가 실험의 의도를 눈치채지 않도록 적절한 분량의 단어들을 배치하였습니다. 만약 피험자가 의도를 눈치채는 순간 프라이밍은 효과를 발휘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