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진로를 선택해도 괜찮지 않나요?

by 강동현
팀장님. 사람들이 다 MBTI가 완전 맞는 말을 한다고 그러는데,
MBTI로 진로를 정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요즘 어딜 가나 MBTI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MBTI가 마치 자신의 운명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도 되는 양 열광한다. "팀장님, MBTI로 진로를 정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참조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MBTI는 기본적으로 심리학적 모델,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칼 융(Carl Jung)의 통찰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구니까.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MBTI가 불확실한 커리어의 중심을 잡아주는 심리적 위안이 될 수는 있어도,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내 직업을 고르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복채를 내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두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인간의 뇌는 고작 몇 가지 유형 검사로 밝혀내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경이로운 기관이다. 학계에서 지지받는 'Big 5' 모델이 성격을 복잡하고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파악하는 것과 달리, MBTI는 인간을 선명한 대조군으로 범주화한다.



우리가 이 단순한 범주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의 뇌는 본디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복잡한 ‘나’를 단 몇 글자의 유형으로 고정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자아의 중심을 잡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심리적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율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MBTI는 사람을 ‘외향(E)’ 아니면 ‘내향(I)’으로 무 자르듯 나누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양향성’을 띤다. 칼 융은 생전에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인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은 정신병동에나 있을 것이다.”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성인의 키가 140cm 미만이거나 200cm를 넘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우리 대부분은 중간 지대의 어딘가에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둘째로,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거의 100년 전에 만들어진 모델로 당신의 현재와 미래를 판단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행동일 수 있다.



MBTI가 제안하는 진로 유형은 매우 단순하고 기초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 당신이 '예술가적 성향'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예술가만 되어야 할까? 사무직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걸까? 이것은 전형적인 이분법적 오류다. 예술가적 통찰력을 가진 기획자, 혹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티스트 등 현대의 직업은 수만 가지 색깔로 분화되고 있다. 특정 유형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직업적 가능성과 당신의 미래 수입을 스스로 차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검사가 매력적인 이유는 쉽고 간결하며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과 커리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MBTI를 활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한계를 규정짓는 '창살'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MBTI는 참조하되, 전적으로 신뢰함으로써 당신의 커리어를 박제하지 마라. 당신의 가능성은 고작 4글자 안에 담기기엔 너무나 아까운 것이니까.



결국 MBTI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참조는 하되, 의존하지는 말 것.



성격 유형 검사는 나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힌트를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커리어를 결정하는 지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삶은 네 글자의 유형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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