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믿고 있는 허구에 대하여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공이 된 결정적 계기를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으로 꼽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집단적으로 믿는 능력 덕분에 인류는 수만 명의 낯선 이들과 협력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통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가치를 믿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모든 인간이 어떤 의미에서는 '유신론자(有神論者)'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당신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무신론자라 정의해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인간의 뇌를 지닌 존재라면 유신론자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서 말하는 유신론의 '신(神)'은 종교적 숭배의 대상을 넘어, '정신'이나 '영혼', 혹은 '추상적인 실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당신의 지갑 속에 있는 지폐, 혹은 뱅킹 앱 숫자로 표시되는 '돈'을 떠올려 보라.
냉정하게 말해 돈은 종이 쪼가리나 디지털 신호에 불과하다. 만약 국가라는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대한민국 원화는 한순간에 아무런 가치 없는 쓰레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온종일 돈을 벌기 위해 애쓰고, 그것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모두가 '돈'이라는 거대한 허상을 공동으로 믿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신용(Credit)' 역시 마찬가지다. 신용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저 사람이 앞으로 일을 해서 돈을 갚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믿음, 즉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허구적 개념이다. 만약 은행과 시장이 이 실체 없는 믿음을 거두어들이는 순간,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성은 신기루처럼 무너지고 만다. 결국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종교 안에서 '신용'이라는 신을 섬기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우리 개개인의 삶으로 향한다. 내가 '자기이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바로 당신의 '가치관'이다.
당신이 무엇을 믿는 사람인지, 어떤 추상적 가치에 신성함을 부여하는지에 따라 삶과 커리어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이는 '성취'라는 신을 믿고, 어떤 이는 '안정'이나 '공헌'이라는 이름의 신을 믿는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은 결국 내가 믿기로 결정한 보이지 않는 실체들로부터 기인한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부품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확고한 믿음으로 가진 설계자가 될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당신은 진정 무엇을 믿는 사람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가치를 믿기로 결정할 것인가?"
그 대답 속에 당신이 갈망하던 커리어의 해답이 숨겨져 있다.
▶ 당신의 커리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믿는가’에서 시작된다:《자기이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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