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을 버는 성공한 후배가 지닌 1개의 결함

by 강동현

며칠 전 사회적으로 성공한 후배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사실 나는 이 친구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몰랐지만, 과거에 함께 했던 인연들이 내게 "그 친구 이제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CEO야"라는 사실을 톡으로 알려주었다. 매출이 20억이라고 했던가?


'이제 나랑은 사는 급이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에 만남을 주저했지만, 결국 사달이 났다. 러닝 중에 무심코 걸려온 전화를 받아버린 것이다. 선배에게 술 한잔 사고 싶다는 당당한 제안을, 나는 시골 밤공기에 취해 과거의 향수를 찾는 노인네처럼 엉겁결에 수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마주 앉은 술자리에서 녀석은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형님, 생각보다 더 평범하게 사시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정말 행복하세요?"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응, 행복해.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비결을 묻는 녀석에게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번 크게 아파보라"고 말했다. 정말 실용적인 조언을 해달라며 채근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잔을 내려놓고 입을 뗐다.



"너는 지금 다 완벽한데, 딱 하나 문제가 있어 보여. 너 자신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거든."


녀석은 뚱딴지같은 소리라며 웃었지만, 나는 진지했다. 녀석은 정작 스스로가 누구인지 고민하기보다 타인인 나에게 답을 구하기 위해 연락했다. 효율을 중시하는 CEO답게 가장 빠르고 검증된 조언을 외부에서 수혈받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00번 옳았던 그 '효율적인 방식'이 어느 시점에서는 완전히 틀린 방법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나'라는 존재를 대면할 때는 더욱 그렇다.


"휴대폰도 없이, 가족과도 떨어져서 딱 일주일만 혼자 있어 봐. 그럼 네 고민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어. 너는 지금까지 네가 무엇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지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나는 녀석에게 쏟아부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남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누가 얼마나 벌었는지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사실 나조차 네 전화가 스팸인 줄 알고 안 받으려 했다는 말까지 덧붙이자, 녀석은 킵해두었던 위스키를 연달아 들이켰다.


우리는 정보의 호수 속에 산다. TV를 켜도, 스마트폰을 열어도 온통 '나' 아닌 타인들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어떤 정치인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이야기, 축구 선수가 얼마나 활약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은퇴한 연예인이 복귀를 해서 얼마나 대박을 터뜨렸는지에 대한 이야기, 음식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아이돌이 누구와 협업을 해서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이야기, 마약을 했던 것으로 알았던 연예인이 얼마나 화려하게 복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독박육아를 하는 어느 일반인의 이야기 등등...


까놓고 말해보자. 이런 이야기들이 당신이라는 사람과 얼마나 관련 있는가?

그들의 화려한 삶에 열광하거나 분노하는 시간보다, 당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아닐까. 내가 무엇에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삶을 '괜찮다'고 여기는지 이성적으로 고민하는 것 말이다.


술자리가 끝날 때쯤 녀석은 "내 돈 내고 먹으면서 이렇게 잘 먹었다고 말해본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며 묘하게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개소리일 것이다. 원래 술을 먹으면 모두 개소리를 지껄이기 마련이니까.


후배의 말이 개소리든, 가식이든, 진심이든, 중요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에게 좀 더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당신을 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에게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할 권리가 있다. 다만 문명이 극도로 발전한 환경 탓에 그 기회를 박탈당했을 뿐이다. 나는 당신이 그 어떤 유명인이나 권력자보다 '당신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고 궁금해하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에.





▶ 타인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귀기울이기 위한 《자기이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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