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중순이야 ㅠㅠ
이제 12월이고, 내년이면 또 한 살 먹네.
아이고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것이 두렵다.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연말이 다가오면, 당사자의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위와 같은 말을 내뱉는다. 나도 과거에는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세월의 야속함을 한탄했는데, 이제는 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현재 순수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헛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다.
나이라는 요소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영역이다. 하지만 내가 나이 먹는 것을 즐기게 된 진짜 이유는 단순히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지에 더 선명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가이드다.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재편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그 시그널은 '시골행'이었다. 오래전부터 자연인을 꿈꾸며 시골 생활을 갈망했지만, 투병 생활을 마친 뒤에도,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가 된 뒤에도 나는 온갖 핑계를 대며 결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 내가 확실히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간다는 것은, 더 이상 소중한 꿈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하라는 삶의 준엄한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매년 떨어지는 체력과 옅어지는 머리숱, 거울 속에서 깊어지는 주름을 마주할 때면 나 역시 서글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최근 동년배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맞으며 세월을 붙잡으려 애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적잖은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다.
개개인이 부여하는 가치는 다르기에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외적이거나 물리적인 요소에 큰 가치를 두어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늙어가는 것이 행복한 더 본질적인 이유는, 현시점에서 내가 원했던 가치들을 상당 부분 이루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을 바쳐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있고, 이제는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고 있다. 조용한 시골에서 책을 읽고, 누군가의 커리어에 이정표가 될 글을 쓰는 삶. 그것이 내가 꿈꾸던 유토피아다. 결국 내 이마에 주름이 하나 더 늘어난 덕분에, 나는 비겁하게 미뤄왔던 꿈을 현실로 끄집어낼 용기를 얻었다.
문득 나는 행복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이고 세속적인 행복, 그리고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행복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자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젊음과 체력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후자, 즉 정신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에게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니라 완성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내 주름만큼 깊어질 나의 내일을 기대하며 기쁘게 나이를 먹는다.
▶ 숫자에 가려진 진짜 당신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자기이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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