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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현 팀장 May 10. 2022

3가지 스토리로 알아보는 취업 면까몰

제가 얼마 전에 알게 된 용어로 '면까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면까몰의 뜻은 면접은 까보기 전까지 모른다는 것이죠.


면까몰: 면접은 까보기 전까지 몰른다.




저는 3가지 이유로 면까몰에 동의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기업이 당신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당신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인간은 인지적인 편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면접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우연'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지인들로부터 듣고, 실제로 겪어봤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왜 면까몰에 제가 동의하는지를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1. 숫자를 사랑하는 상무님과의 1:3 면접


먼저 저의 사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1차 면접을 실무진들과, 2차 면접을 실무진과 다른 부서 실무진들과, 3차 면접을 제가 입사하게 될 부서를 관리하는 상무님과 면접을 봤습니다.


1차 면접과 2차 면접을 굉장히 잘 봤던지라, 3차 면접도 잘 볼 수 있는 자신감이 매우 충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상무님이 앞에 앉아계시고, 제 옆으로 다른 지원자 둘이 착석을 했습니다.

면접은 제 예상대로 훈훈하게 이어졌습니다. 한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요.




상무님: 좋습니다.... 그런데 자네들,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는 알고 있나? 각자 알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말해주시게나.

지원자 1: 네. 저는 A사는 글로벌 금융 기업으로서 전 세계 매출 규모는 수조원에 달하며, 국내 매출은 수백억 원의 규모입니다. (···)
지원자 2: 저도 비슷하게 알고 있습니다. A사의 작년 성장률은 18%로 수십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상무님: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 저...는 잘 모르는데요...?



저는 사실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만 찾아보면 줄줄이 나오는 이런 지식들을 다른 지원자들이 자랑스럽게 떠들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면접을 주관하는 상무님께서는 마치 친손주의 재롱을 보듯이 흡족한 표정으로 지원자 1, 2를 바라보니 매우 황당했습니다. 저는 기업에 대한 숫자를 외우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기나긴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처럼
이 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많은고객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같은 숫자는 잘 모릅니다. 큰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속된 말로... 까놓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런 숫자들을 아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 수 있는 지식들은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렇게 말한 후에 상무님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상무님: (나 불쾌하다. ���)



당시 제 마음은 어땠을까요? 저는 1) 아쉬울지언정 2) 후회되지는 않았습니다.


1) 아쉬웠던 이유는 1차 면접과 2차 면접을 통해서 저와 함께 일할 실무진들이 저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특히 저의 직속 상사가 되실 과장님은 성격이 워낙 좋으셔서, 함께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2) 제가 후회되지 않았던 이유는 어차피 낡은 지식에만 집착하는 상무님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제 업무 스타일은 기존의 관념을 고수하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꾸고 개선해나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불합격' 소식을 받아도 미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결국 입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술자리에서 제가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대로 상무님은 제게 최저점을 주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최종 합격을 한 것이죠.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1, 2차 면접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을 실무진들도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진들은 제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셨고, 상무님께 그 친구를 다시 고려해 보라고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무님은 의견을 바꾸지 않았고 저에 대한 결정은 회사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CEO에게 넘어갔다고 합니다. CEO는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를 가진 지원자는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무진들과 상무님 모두를 불러놓고 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셨고, 어쨌든 함께 일할 사람은 실무진들이므로 실무진들의 손을 들어주셨다고 합니다. 대표님... 왜 그러셨어요... ㅠ


이 때문인지 제가 입사를 한 이후 3개월 정도는 상무님의 따가운 눈총을 받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해야 했죠.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제가 상무님의 업무 보고서를 자진해서 작성해 드린 덕분에 결국 상무님은 저를 엄청 좋아하셨지만요. 사실 이틀 전에도 계속 같이 사업 하나 해보자고 연락 와서... 살짝 후회가 되긴 하네요... �




면까몰 1.
기업이 직원을 뽑는 시스템을
내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면접은 까놓기 전에는 모른다.





2. 간부와 말싸움을 한 지인의 면접


이번에는 지인의 면접 이야기입니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라서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이 글의 주제인 면까몰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니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지인은 이직 면접을 봤습니다. 지인의 말로는 두 차례 면접을 봤다고 합니다.


지인은 저와는 다르게, 1차 면접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함께 일할 실무진들과의 면접이었는데 실무진들의 표정이 매우 딱딱했다고 합니다. 지인은 '회사 분위기가 원래 이런가...?'라는 생각으로 면접관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차 면접에 참석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나서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인은 2차 면접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면접에 참석한 사람은 '이사'였는데, 1:1로 면접을 봤다고 합니다. 지인이 당황스러웠던 것은 면접관인 이사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지인을 헐뜯었다는 것입니다. 대충 당시 상황을 묘사하면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면접관: K씨는 이직이 굉장히 잦으시네요? 우리가 이런 분을 뽑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지인: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이직을 통해서 저는 계속 성장해왔기 때문에, 저는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이직을 할 것입니다.

면접관: K씨가 그동안 근무했던 회사들은 다 급이 떨어지는 회사들이네요. 저희 회사는 근무하셨던 곳과는 많이 다른데 괜찮으시겠어요?
지인: 실례지만, 그렇다면 이사님께서는 어떤 커리어를 쌓아오셨나요?
면접관: 저는 A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B사를 거쳐서, 지금 이 회사까지 오게 됐어요.
지인: 그렇다면 이사님께서도 급이 떨어지는 회사에서 근무하셨던 건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사님이 지금 이 회사에서 근무하실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이 회사와 많이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하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기업은 발전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던가요?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 위에서 묘사한 상황이 여러분의 머릿속에 잘 그려지실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인은 지속적인 이사의 공격에 합격할 마음을 버리고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인의 성격은 불같은 측면이 있어서 이사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응수를 했죠.



이사님께서도 급이 떨어지는
회사에서 근무하셨던 건가요?



와우.... 저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지인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이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로 면접을 보면서 무시를 당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맞대응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지인은 최종 합격을 했거든요.


그렇다면 지인은 도대체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마 여러분들도 짐작하셨을 겁니다. 이사의 면접을 보는 스타일이 과도한 압박 면접 스타일이었던 것이죠.


우리 인간은 일종의 편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저러는지를 어림짐작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인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사가 공격적으로 면접을 봤던 이유는, 지원자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얼마나 논리적으로 그걸 풀어내는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인은 1차 면접에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2차 면접에서 이사의 비즈니스적인 행동을 의도적인 것인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이사의 성격으로 치부하고 맞대응을 한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는 훌륭했지만 말이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인은 면접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합격이라는 좋은 소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면까몰 2.
인간은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면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면접은 까놓기 전에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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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합격했는데 불합격시킬 수밖에 없던 면접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팀원을 뽑을 당시의 이야기죠.


저는 팀장으로서 팀원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실무진으로서 면접에 참가해서 제가 함께 일하고 싶은 분들 선택해서 높은 점수를 주었죠.


저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목소리는 큰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회사는 웬만하면 제 요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점을 딱 찍어놓은 분에게 합격 소식을 전달했고 그분은 출근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은 직원이 출근하기 1주일 전에 터졌습니다.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던 해외 프로젝트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저희 회사는 큰 손실을 기록했고, 이런 이유 때문에 회사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저에게 이번 일이 잘 수습되면 팀원을 새로 뽑아주겠다고 말했고, 저희 팀에 책정된 예산을 줄였습니다. 결국 저는 합격자분에게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외비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말해줄 수 없지만, 회사 내부 사정으로 합격이 취소됐음을 알리며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분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이 글을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습니다.



면까몰 3.
세상은 '필연'적인 일들도 있지만,
'우연'한 일들도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면접은 까놓기 전에는 모른다.



4. 결론



자,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면접은 까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내용을 주제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면까몰 1: 채용 시스템을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면까몰이다.
면까몰 2: 면접 상황을 내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면까몰이다.
면까몰 3: 우연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면까몰이다.


제가 위에서 설명한 3가지 사례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당신이 면접에서 합격을 하든 불합격을 하든 '우연'한 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합격을 했다면 나의 뛰어난 역량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요소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불합격을 했다면 나의 못난 역량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요소 때문에 불합격했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자소서도 그렇지만, 면접은 특히나 멘탈 싸움입니다.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주체적인 관점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결과든 부정적인 결과든 나에게 생산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p.s. 면까몰이므로 기대는 갖되,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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