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기술개발(R&D)의 자소서의 수준
합격하는 연구직 자기소개서의 모습은 어떠한가?
* 이 글은 저는 R&D로 총칭하는, 연구개발 또는 기술개발 직무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칼럼입니다. 이 글을 통해 R&D 자기소개서의 수준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세요.
저희 컨설팅 서비스를 신청하는 분들의 약 30% 정도는 연구직입니다.
그래서 연구직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분들의 자소서는 온통 실험실 이야기, 논문 이야기, 본인의 전공용어로 범벅된 자소서의 모습을 띱니다.
아래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요.
그런데 오늘 K군이 저한테 이런 말을 하더군요.
팀장님! 말로만 하지 마시고,
예시좀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연구직 자소서는 어떤 형태여야 하는데요?
솔직히 고백하건데.... 제 수준에서 연구직의 자소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물론 글로벌 R&D 프로젝트를 참여한 적이 있지만, 저는 연구직이 아니라 기획직으로서, 프로젝트 관리라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참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소개서를 가이드를 하는 전문가로서 연구개발직의 자소서가 최소한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해볼까 합니다.
1. 당신이 생각하는 연구개발은 무엇인가?
언제나, 늘, 항상 차별화된 자기소개서의 답은 나만의 프레임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D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분들의 자소서는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저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실험실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과제로 'A 공정 개선 연구' 과제를 진행하여
특허출원과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A의 물리적 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고, 교수님의 지도하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설을 검증하고 실험을 디자인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
이런 자소서는 이력서의 내용을 그냥 옮겨 놓은 것밖에 안됩니다.
이력서에 기재되어 있는 'A 공정 개선 연구 논문 발표 및 특허 출원' 이라는 내용과 위의 내용이 다른 내용이 무엇인가요? 그냥 당시에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조금 세부적으로 '사실'을 설명한 수준밖에 되는 것 아닐까요?
기업에서 원하는 자기소개서의 모습은 아래와 같은 본인의 프레임이 담긴 자소서입니다.
저는 실험실에서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실험을 설계할 때 어떤 가설에 대한 확신의 강도는 가설의 진실의 여부에는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서 실험을 진행할 때, 늘 가설에 대해서 제가 가질 수 있는 편향을 배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A 공정 연구 과제'를 개선할 때, (···)
어떠세요?
앞의 예시와 레벨이 다른 것이 느껴지실까요?
저는 연구개발 직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지만, 기본적으로 연구개발이 어떠해야 한다는 저만의 프레임이 있습니다. 저는 저의 프레임을 활용하여 연구개발을 해석한 것뿐입니다.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사전에 작성했던 자소서와 차원이 수준의 자소서가 나왔습니다.
2. 당신이 생각하는 R&D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아주아주, 매우매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구개발 직무에 근무하는 분들, 그리고 특히 기업이 아니라 학계에 계시는 분들은 인지적 유연성이 초큼, 아니... 조금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형편없는 수준이라서, 매일 이걸 극복하려고 마음챙김을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연구개발 직무를 지원하는 분들의 유연성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연구개발 직무를 오래하고, 해당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주 너무 오래 근무하신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속이 답답해서 터져버릴 지경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분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지식이 너무 많은 덕분에, 자기 자신이 주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불리우는 분들이나, 해당 분야에서 논문도 많고, 특허도 많고, 위신과 명망이 높은 분들과 만날 때면, 이런 분들이 주장하는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쓸데없이 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그래서 저는 R&D 분야를 준비하는 분들께서 너무 실험실에서만, 너무 연구와 실험만 하신 분들께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자기소개서에 작성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와 같은 식으로요.
제가 R&D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가설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입니다.
철강 부생가스(LDG, BFG, FOG)에서 발생하는 CO 분리를 위한 실험을 진행할 때, 저는 제가 설정한 잘못된 가설에 집착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논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근거를 찾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동료들의 말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위의 예시는 프레임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선 본인의 약점을 숨김없이, 그리고 꾸밈없이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이 매우 좋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겸손함을 직간접적으로 어필하고, 아울러 본인의 잘못을 '인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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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구개발 직무에 비즈니스 프레임을 얹어라
연구직을 지원하는 분들의 자소서 퀄리티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즈니스라는 프레임을 얹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영학에서 나오는 모델들을 차용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연구개발을 정의하고,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것인지,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어떤 연구개발을 진행함으로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기업의 매출을 극대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항상 R&D 직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가치사슬 프레임워크 그림을 보여줍니다.
가치사슬은 가장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데, 위의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연구 개발은 '주 활동(primary activities)'이 아니라 '지원 활동(supportive activities)'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연구개발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업무인 구매, 생산, 물류, 영업, CS와 같은 활동들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것이죠.
사실, R&D 직무를 준비하는 당신이 이런 사고방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장에 나가도, 당신을 평가하는 실무진 또는 임원진들은 매우 놀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R&D 직무를 준비하는 분들은 본인의 전공 지식만 가득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신이 R&D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어떤 관점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으셔야 합니다. 아래처럼요.
R&D 직무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공 지식만 늘릴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관점에서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도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대상은 고객이며,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품개발은 쓸모가 있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제 스스로를 기술 전문가라고 말하지 않고, 기술 사업가라고 포지셔닝합니다. (···)
이해되시겠죠?
비즈니스의 본질은 아래 칼럼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고객입니다. 그러므로 늘 고객이라는 프레임으로 R&D 직무를 바라보신다면, 다른 경쟁자들보다 훨씬 차별성 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4. 결론
자,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3가지 관점에서 R&D 자소서를 작성해봤습니다.
1. 당신이 생각하는 연구개발은 무엇인가?
2. 당신이 생각하는 R&D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3. 연구개발 직무에 비즈니스 프레임을 얹어라
1번 2번은 프레이밍 이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어려우시겠지만, 3번의 경우 프레이밍 이론을 이해하지 않으셔도, 비교적 쉽게 퀄리티 높은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R&D 적인 관점에만 매몰되지 마시고,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고객의 가치를 증진시켜야 할지를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에 당신의 자소서가 혁신될 수 있는 실마리가 숨어 있습니다. :)
p.s. 비즈니스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경영서적을 뒤적이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의 프레임"이라는 콘텐츠를 읽어보시면 아주 쉽게 비즈니스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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