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맡겨만 주세요!
팀장님, 많이 알려주세요!
팀장님, 저는 받은 만큼 일하겠습니다!
훕.... 위의 3가지 말들은, 제가 요새 신입분들한테 많이 듣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면 '이 친구가 생각은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신입때 저런 말을 내뱉은 적이 있으니, 저런 말은 해서는 안된다.... 라고 무조건적으로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저같은 상사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 말을 해석할 수 있는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을 이해하신다면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안목이 더 넓어짐과 동시에,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도록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번 칼럼에서는 왜 저런 말들을 내뱉을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지를 설명드려보겠습니다.
팀장님,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저한테 맡겨만 주세요!
사실 요새 이런 말을 하는 신입분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열정이 넘치는 의욕이 넘치는 친구에게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이런 친구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순수한 열망'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학교와는 다르게 사회에서는 '순수한 열정'만으로 책임을 떠맡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에 대한 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사고가 터졌을 때 그것까지 떠안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입분들께서 순수하게 "맡겨만 달라!" 라고 말을 할 때, 그 사고까지 책임지겠다는 뜻인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왜 내가 시킨 일도 끝내지 않았으면서 내 윗사람이 시킨 일을 맡겠다고 말하는지 혹은 내 옆 부서 팀장이 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이죠.
사고가 나면, 결국 그 수습은 제가 할 가능성이 120%쯤 될 것인데 말이죠. ㅡㅡ+
그래서 저는 최소한 신입분들은 '맡겨만 주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신입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혹은 일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업무 사이클을 1~2회쯤은 돌아보고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은 직속상사가 아닌 사람이 시켰다면, 직속상사에게 자문을 구하시거나, 직속상사에게 떠넘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팀장님, 옆 부서 김과장님이
제게 A 업무를 지원해달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추가로,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은 분명히 회사에서 돈을 받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돈을 받고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말인 즉슨, 사고를 낼 경우에 그 책임 또한 당신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뭔가 협박하는 것처럼 들릴까봐 조심스럽지만, 업무 파악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을 때는 "맡겨만 달라"는 말은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볼까요?
만약 "맡겨만 말라"라는 말을 다른 팀 혹은 다른 부서 상사에게 할 경우, 당신은 높은 확률로 당신의 팀 내부, 부서 내부에서 찍힙니다.
종종, 아니 매우 흔하게 당신의 직속 상사가 타 부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당신은 영리하게 타 부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타 부서의 일을 하는 동안 당신이 속한 부서의 일을 당신의 부서사람들이 떠맡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일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조직 내 역학 관계' 등을 고려해서 일을 떠맡기 바랍니다.
이것도 쓰려고 보니, 제가 매우 꼬인 사람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러운데,,,,,
팀장님!
많이 가르쳐주세요, 많이 배울게요!
가끔 이런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부하직원들이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가르쳐주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할 업무가 산더미 같은데 이런 말을 하는 부하직원을 보면, (옛날 옛적 저희 국민학교 선생님께서 그러셨듯이...) 책상에 있는 자(ruler)로 손바닥을 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곳은 학교가 아닙니다.
당신은 회사에서 선배에게 가르쳐달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서 괜히 당신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요구된 것보다 더 높은 목표를 스스로 세워 시도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목표달성 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과 행동, 그 결과에 대해 기술해주십시오.
하지만 '나는 신입인데 도대체 어떻게 배우라는 말이냐, 이러다가 실수하면 또 내 책임 아니냐' 라고 생각하시겠죠?
그러므로 무턱대고 가르쳐달라고 하지 말고, "사내 DB를 모두 찾아봐도 모르겠다"는 밑밥을 깔거나, "업무에 방해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나중에 사고를 칠까봐 두렵다"라는 식으로 은근한 협박을 던지거나, 등과 같은 영리한 방법으로 가르쳐달라고 하세요.
순수한 눈망울로 저에게 "팀장님 많이 가르쳐주세요. 많이 배울게요 ^^" 라고 하다가는, 저도 모르게 당신을 미워할지도 모릅니다.
팀장님!
저 (연봉) 받은만큼(만) 일하겠습니다!
자, 마지막 세 번째 문장은 주의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왜 쓰면 안되는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분은 3배는 더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중에
이 말이 가장 위험합니다.
자,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은 보통 연봉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리고 MZ 세대와 관련된 기사에서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부장님, 왜 이 월급 받고 일을 더해야 하죠?" 라는 말을 내뱉거나, 내뱉지는 않더라도 동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도 이 말에 공감을 합니다. 당연히 당신이 계약하지 않은 일 이외에 일을 하는 것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기업이 왜 당신에게 일을 더 하는 것을 바라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당신이 받는 연봉은 당신이 회사로부터 받아가는 것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정말 정당하게 회사로 부터 받은만큼 일하려면,
연봉의 2~3배 정도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연봉은 당신이 맡은 일을 한 대가를 말합니다. 하지만 연봉외에도 당신이 회사에서 얻어가는 것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무용 책상이나 컴퓨터, 노트북, 사무용품, 각종 소모품, 과자나 커피, 유니폼·작업복 등과 같은 의류가 있죠. 그리고 4대보험 및 각종 세금, 그리고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내는 부동산 관련 임대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여러분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회사가 없었다면 여러분이 하고 있는 그 일 자체도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기업에 막 취업한 분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이 이 부분인데, 그것은 바로 회사에서 하는 일 수준이 나의 실력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당신의 커리어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맡고 있는 그 일은 기업의 브랜드 혹은 기업의 역량 덕분에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라는 타이틀을 떼고,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당신이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영업을 하고,
고객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당신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까요?
바로 이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인 요소들 때문에 기업은 당신이 연봉보다 더 많은 일을 해주길 바라는 겁니다.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저는 당신이 초과 근무를 했는데
초과 수당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ㅠㅠ
당신이 진정으로 생산적인 커리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흔히 CEO 마인드,
더 멋드러지게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불리우는 것처럼, 당신이 정말로 회사로부터 받는만큼 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것의 2~3배의 가치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언을 드리자면, 받은만큼 일하겠다고 생각하시더라도, 이 말을 굳이 밖으로 내뱉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임원진들은 제가 말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당신을 아니꼽게 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당신의 주변에 있는 상사들도 당신을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피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볼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칼럼에서 일을 잘하고 싶은 순수한(?!) 신입들이 무심코 내뱉을 수 있는 3가지 말인데, 저같이 속이 좁은 상사들이 오해하기 딱 좋은 말들을 소개해봤습니다.
1. 팀장님, 맡겨만 주세요!
2. 팀장님, 많이 배울게요 ^^!
3. 팀장님, 받은만큼 일할게요 ㅎㅎ!
이 글이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글을 작성한 이유는, 회사 생활을 정말 잘 하고 싶으신 분들, 자신의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성공적으로 가져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기업의 관점을 고민하지 않고 저런 말을 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관점을 고민하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이 훨씬 당신의 커리어에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부디 이 글을 통해서, 당신의 상사와 당신이 속한 기업과 더 생산적인, 궁극적으로 정말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맺기를 바랍니다. :)
p.s. 당신이 받는 연봉보다 3배 이상 성과를 낸다면, 연봉을 올려달라고 하세요. 물론 객관적인 KPI를 통해서 증명해야겠죠? 만약 안올려준다면 그 회사는 나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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