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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싱크 May 03. 2020

#04 리더라면 새로이처럼

오늘 팀장 왜 저래?

심장아, 나대지 마.

박새로이, 네가 뭔데 내 혈압을 건드려.

웹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리더 박새로이


각자 다른 삶의 모양을 가진 20대의 인생들이 모여 식구가 되고 함께 꿈을 이루며 성장하는 이야기.

박새로이가 보여준 주점 '단밤' 사장님의 모습은 30~40대의 리더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웹툰과 드라마에서 내 심장을 나대게 한 새로이의 명언들을 바라본다.


캘리그라피 by 별하


사람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A팀장이 기억난다. 목표 설정도 없고 그에 따른 실적도 없고 계속 마이너 한 프로젝트만 업무로 들고 왔다. A팀장은 팀원들과 교묘한 경쟁을 했고 인정보다는 아는 척을 택했다. 사소한 업데이트 후 "완료되었으니 확인해보세요." 하는 유관부서 노티도 내게는 권한이 없었고 A팀장이 직접 했다.

이전 팀장 B는 달랐다. B팀장은 신입인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의 전문성을 살려 이 PPT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봐!"

그땐 팀장님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1년 된 신입은 어쨌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뼈째 갈아먹어도 될 만큼 몸을 불살라 PPT를 만들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유관부서 리더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했다. 애송이 같았고 서툴렀고 시간 조절도 못해서 1시간 30분을 넘기는 멍청한 발표였지만 모두들 미소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후로 회사생활에 애쓰며 진땀깨나 흘리고 있는 내게 관심과 격려, 인사가 끊이질 않았다. B팀장은 그런 사람의 힘을 믿다.

그렇게 회사생활 동안 내가 알게 된 사람들이라곤 B팀장으로 인한 사람들이 전부였다. 이직률 높은 IT업계라 사람들 다 떠났고 A팀장 체제로 바뀐 뒤로는 우리 팀나는 점점 고립되었다.

회사생활 6년 차, 아무런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나는 무료함을 느꼈 커뮤니티의 구인 구직란을 뒤적거렸다. 평소 에너지 넘치는 내가  이러고 있는 걸까 한없이 무기력했다. 난 그 원인 업무 제약이라고 생각A팀장에게 결국 반기를 들었다. 물론 정중으로 가장한 아래와 같은 꼼수로 말이다.


여기서 잠깐. 이 땅의 모든 김사원들을 위한 꾸르팁!
고급지면서도 완벽하게 팀장을 멕이며 원하는 것을 Get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알아볼까요?

"팀장님은 이미 다 생각하셨을 내용이라 좀 식상하실 텐데요, Python을 활용해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요? Issue Tracking System을 도입해도 좋고요."

"이 프로젝트는 저희가 다 같이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팀장님 격무로 너무 바쁘시니까요."

이건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안 나쁜 것도 아닌데 또 틀린 말은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생각도 아니니, 스리슬쩍 뜻도 관철시킴과 동시에, 팀장 때문에 점점 줄어들었던 내 HP는 우회해서 날린 어퍼컷 임무 달성 보상으로 만피상태로 원복 되니. 이거슨 1타 2피 아니 1타 만피.
훗. 생각만 해도 좋군.


새로이는 사람을 믿는다. 강함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도 자신의 사람들에게 일관된 믿음을 준다. 더 중요한 것은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이빨을 보여야 할 땐 파이팅 넘치게 이끌고 원이 스스로 일을 처리할 땐 의심하지 않고 도우며 문제가 보이면 환경을 개선한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매니저 이서가 가게 인테리어와 마케팅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할 땐 그 전문성을 믿고 따라준다. 요리 실력이 부족한 요리사 현이에겐 그를 인신공격한 이서를 질타하고 자연스럽게 둘의 관계 개선과 현이의 요리실력이 향상되게끔 뒤에서 판을 짠다.


리더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 "우리"라는 게 있다. 내 글의 부제목에도 팀원 편에는 '오늘 팀장 왜 저래?'지만 팀장 편에는 '우리 팀원 왜 저러죠?'다. 90년대생 팀원들은 팀장이 외부 사람들을 만날 때 팀원들을 "우리 애들"이라고 호칭하는 게 가장 싫다고 말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90년대생 그들이 그토록 그 말이 싫었던 이유는 "우리"가 아니라 "애들"에 있고 본다.

팀장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팀원들의 역량을 조화시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키를 잡아야 하는 사람이다. 고유한 개인의 맨파워만이 목표를 달성하고 회사를 지탱한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회사에 "팀"라는 개념이 있을 이유가 없다. 즉, 사회는 어딘가가 조금씩은 부족한 사람들끼리의 연대와 상호보완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애들"이라 부르지 않는 상호 존중하는 문화와 그 사람들의 일관성 있는 신뢰가 완성도 높은 성과를 낸다고 나는 믿는다.


수많은 20대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은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그리고 새로이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람 중심의 철학이 틀리지 않음을, 여전히 90년대생들도 "우리" "같이" "함께"의 의미를 과소평가하지 않음을 마음에 새긴다.


"우리"라고 말하며 오글거리다 못해 부담스럽고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지만 당신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면 그 팀장, 나름 철학이 있는 분이다.



캘리그래피 : 별하's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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