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루시아 (Saint Lucia)

실존 여성의 이름을 국명으로 사용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

by LHS


국기에는 보통 국가의 상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프랑스 국기와 같이 자유나 나라를 지킨 국민의 희생과 같은 철학적 상징이 포함되거나, 영국이나 미국 국기와 같이 국가를 구성하는 지역들에 대한 상징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아주 직관적으로, 국기에 산이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 아마 그 산은 그 나라 입장에서는 단순히 산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상징물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엄청나게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다면 가볼 일이다. 대체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인해 보아야 할 테니.





상상을 거부하는 웅장함이다. 높이 700m가 넘는 거대하고 뾰족한 봉우리가 구불구불한 해안선 가운데를 난데 없이 뚫고 나왔다. 그러니 이 생경한 자연의 배치에 감탄 안 할 도리는 없다. 그냥 눈에 편안하게 들어올 때까지 한없이 서서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된다. 과도한 아름다움과 과도한 장엄함 때문에, Petit Piton은 아무리 쳐다봐도 눈에 편안하게 들어오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게다가 시시각각 바뀌는 햇빛과 구름이 더해지니 이 봉우리는 항상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분명 봉우리는 한 개인데,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셈.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카리브해 섬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차고 넘치는 관광 자원에 비해 관광 인프라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세인트 루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그럼에도 고급 호텔이 즐비하다면, 그럼에도 크루즈선이 동시에 여러 대 정박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든다면, 그리고 그럼에도 관광객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면, 이는 순전히 세인트 루시아가 보여줄 것이 많고 그 아름다움이 압도적이기 때문일 터.


그러니 Petit Piton을 충분히 보았다면, 섬의 다른 곳도 다녀볼 일이다. 세인트 루시아에는 볼 것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물 반 고기 반, 아니 물 반 고래 반이다. 배 주변을 맴도는 고래 떼가 예사롭지 않다. 아마 그들도 심심했던 터에 배가 나타나니 놀 거리가 생겨 즐거운 것이리라.


신기한 광경에 홀린 듯 사진을 연신 찍어 댔지만, 나중에 사진을 정리해 보니 결국 그 때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길은 없었다. 직접 가서 봐야지만 그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싶다.





세인트 루시아의 자연을 즐겼다면 역사는 어떨까. 카리브해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했던 유럽 열강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섬을 가만 두고 보았을 리 없으니, 역사 또한 파란만장할 수밖에 없다. 16세기 중반 프랑스인들이 정착한 이래 영국과 여러 번에 걸쳐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고 결국 19세기 초에 가서야 온전한 영국 식민지가 된다 (그리고 1979년에서야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수 세기에 걸친 이 쟁탈전의 흔적이 Pigeon Island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섬 북부에 위치하고 있어 프랑스 해군 동향을 감시하기 좋은 위치였고 (세인트 루시아 북쪽에 프랑스령 Martinique가 있기 때문), 그래서 영국 해군은 이 곳에 Fort Rodney를 건설해 방어 태세를 가다듬었다. 세월이 지나며 많은 건물들이 폐허가 되었지만, 그래도 부지 규모나 남아 있는 건물들을 볼 때 이곳이 주요 기지 중 하나였음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를 담뿍 담은 관광지일 뿐. 용감한 군인들 대신 한가로운 관광객들만이 이곳을 즐긴다.





꼭 해봐야 할 일: Petit Piton 감상하고 또 감상하기, Sulphur Springs에서 뜨거운 지구 느껴 보기, 돌고래 구경하기, 청정 바다 다이빙 해보기 (숙련된 다이버만).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5~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겨울 대비 크게 더워지지 않음. 6월~11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남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윈드워드 제도 (Windward Islands) 에 속하며, 세인트 빈센트 섬 (Saint Vincent) 북쪽 약 45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뉴욕, 애틀랜타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세인트 루시아 Hewanorra 공항 (UVF) 까지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4.5시간 선). 단, 세인트 루시아에는 공항이 2개 (UVF, SLU) 있으며 장거리 국제선은 UVF에만 취항하니 유의 (SLU에는 역내 국가 항공편만 취항).

입국 요건: 세인트 루시아는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 체결국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42일이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동카리브 달러 (XC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USD = 2.7 XCD). 미 달러 받는 곳도 많으니 (단, 거스름돈은 XCD로 줄 수 있음) 미 달러와 동카리브 달러를 동시 소지하고 환율 계산해 유리한 쪽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 아울러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고 ATM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생각보다 큰데다* 산이 많고 도로가 좋지 않아, 근거리 이동 외 차량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UVF) 기준 Soufriere 지역은 65~70달러 선, Marigot Bay 및 Castries 지역은 70~80달러 선, Rodney Bay 지역은 100~11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40~60달러 선이나, 좌측 통행이며 도로가 험해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아울러 54 XCD에 temporary permit 발급 받아야 (3개월간 유효) 운전 가능하니 (경찰서 또는 대부분 렌터카 업체에서 발급 가능), 차량 예약 시 temporary permit 발급 여부 확인 권장.

숙박: 대부분 Soufriere, Marigot Bay, Castries, Rodney Bay 지역에 위치하며, 다양한 가격대 호텔이 존재하니 예산 고려하여 선택 필요 (대부분 일 250~500달러 선, 고급 호텔은 일 500~800달러 선 혹은 그 이상). 빌라 렌트도 가능하나 고급 빌라는 매우 비쌀 수 있으니 유의. 자세한 정보는 세인트 루시아 관광청으로 (https://www.stlucia.org/en/accommodations).

식당/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저렴한 캐리비안 요리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다양한 식당이 존재하여 즐거운 식도락 생활 보장. Callaloo soup (callaloo를 주재료로 한 수프), Bouyon (각종 고기와 야채를 푹 끓여 만든 수프), Green figs & saltfish (청무화과와 염장 대구 요리) 등 세인트 루시아 전통 요리는 한번쯤 먹어볼 것. 자세한 정보는 세인트 루시아 관광청으로 (https://www.stlucia.org/en/experiences/eat-drink).

전압/콘센트: 230V/50Hz에 플러그 타입 G 사용 (즉, 영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758.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999, 의료 911), 세인트 루시아 관광청 (+1-758-458-7101), 주트리니다드토바고 대한민국 대사관 (+1-868-622-9081/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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