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령 버진 제도와 같은 이름,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
지도를 보면 Puerto Rico 동쪽에 작은 섬들이 수십 개 펼쳐져 있는데, 이를 통칭 버진 제도 (Virgin Islands) 라 부른다. 그런데 이 버진 제도는 크게 Spanish Virgin Islands, U.S. Virgin Islands, British Virgin Islands로 구분되고, 이 중 Spanish Virgin Islands는 미국령 Puerto Rico 에 속해 있으니, 결국 버진 제도가 크게는 미국령과 영국령으로 구분되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령에서 영국령으로 살짝 이동했을 뿐인데 (거리가 가까워 근처 섬에서는 상대국 휴대전화 시그널이 잡힐 정도)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아무리 카리브해라 해도 어딘가 미국의 느낌이 나는 미국령 버진 제도와는 달리, 영국령 버진 제도는 그냥 여느 카리브해의 섬과 같은 느낌. 사람도 더 적고, 개발도 더 덜 되어 있는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더 한적하다. 유사한 자연 환경이라도 어떠한 사람들이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재미있다.
토르톨라 섬의 첫 인상은 의외로 담백하다. 공항에 내리는 첫 인상부터 딱히 화려하지도 않고 딱히 이국적이지도 않다. 어찌 보면 살짝 무미건조하기까지 한 느낌이랄까. 그냥 ‘여기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인데요, 기왕 오셨으니 환영합니다’ 정도의 느낌일지도.
그런데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가면서 슬슬 다양한 풍경을 발견하고 나니, 실은 수수한데 아름다운 느낌에 가깝다. 꽤나 빼어난 자연 환경을 지니고 있는데 별 관리랄 것도 없이 편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이 의외의 편안함을 준다. 관광객이다, 외지인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다가가면 그걸로 충분한 그런 편안함.
그렇게 다가가고 나면 비로소 이 섬의 아름다움이 본격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섬이 크지도 인구가 엄청 많지도 않지만, 의외로 선이 굵은 섬이다. 산이 꽤나 험준하기 때문에 그 사이 사이의 해변도 그만큼 그윽하고, 산, 바다, 하늘, 백사장 등 대조적인 자연 경관이 선사하는 색의 대조 또한 그만큼 강렬하다.
‘선이 굵은’ 자연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사람들도 ‘선이 굵다’. 과한 화려함도 허영도 느껴지지 않고, 그 대신 적당한 멋과 여유가 엿보인다. 그러니 이 곳에서는 섬세한 요리와 칵테일을 바라면 안 될 일. 하지만 그 대신 즉석에서 구워 주는 맛깔나는 바비큐 요리는 일품일 수밖에 없다.
아, 한 가지 주의할 점. ‘선이 굵은’ 사람들이 여유를 가져 버리니, 공공 서비스는 카리브해 기준으로 봐도 느린 편. 예를 들어, 공항 보안 검색도 검색 요원의 당일 기분에 따라 한없이 늘어질 수 있는 것. 그러니 이 섬에서는 출발 최소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도록 하자.
예약할 때부터 왠지 호텔이 크진 않지만 좋아 보였다. 그래서 일찍 체크인 하고 하루 쯤은 ‘호캉스’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 보기로 했다.
체크인도 하기 전부터 호텔 비치바의 첫 손님으로 착석. 칵테일을 즐기며 점심 대신 가벼운 요리를 두어 개 먹고 있으니, 그새 비도 내리쳤다 개고, 해도 조금씩 넘어간다. 그러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보는 묘미에 취해 시간을 보냈다.
토르톨라 섬 최대 마을이자 영국령 버진 제도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의 이름은 Road Town. 지도가 틀렸나 여러 번 다시 찾아봐도 그 이름이 맞다. ‘도로 마을’이라니 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일까.
사실 Road Town이라는 이름은 도로가 아니라 ‘The Roads’라는 용어에서 유래된 것. 완벽하게 막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풍랑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바다를 그렇게 부르는데, 마을 앞바다가 그러하다 하여 Road Harbour로 이름 붙여졌고 자연스럽게 도시 이름도 Road Town이 된 것.
그래서 실제로 항구에 보면 지금도 수많은 선박과 요트가 정박되어 있고, 요트 여행객의 주요 기착지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 언젠간 비행기가 아닌 배로도 이 섬에 올 날이 있기를 기원하며, 일단은 Virgin Gorda로 가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꼭 해봐야 할 일: Cane Garden Bay나 Long Bay에서 해수욕 즐기기, 청정 바다에서 다양한 수상 스포츠 즐기기, 다양한 식당과 바 즐기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25~32도로 크게 더워지지 않음. 7월~11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6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북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제도 (Leeward Islands) 에 속하며, 세인트 존 (Saint John) 섬 동쪽에 바로 붙어 있음.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산후안 (SJU), 세인트 토머스 (STT), 산토 도밍고 (SDQ), 신트 마르턴 (SXM), 안티가 (ANU) 등지에서 각각 하루 1~6편 정도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0.5~1.5시간 선). 그리고 이들 공항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워싱턴, 보스턴,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2~5시간 남짓)*.
입국 요건: 영국령 버진 제도는 (당연히)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30일이라 하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Road Town에는 First Caribbean Int’l Bank, Republic Bank, Popular 은행 등 ATM이 있으나 그 외 지역에는 없어,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생각보다 섬이 작지는 않아 (섬 종단 거리 30km 정도) 근거리 이동 외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며, 공항 기준 Road Town 지역은 ~30달러 선, Cane Garden Bay, Long Bay, West End 지역은 ~5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60~100달러 선이나, 영국령인 관계로 좌측 통행이며 도로가 험해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자세한 정보는 영국령 버진 제도 관관청으로 (https://www.bvitourism.com/search/results?cf%5B%5D=5&cf%5B%5D=61).
숙박: 숙박 시설이 다수 존재하며, 대부분 섬 북서쪽 해변과 Road Town 지역에 위치. 대부분 일 200~350달러 선이나, 고급 호텔은 그보다 비쌀 수 있어 예산 등 고려한 선택 필요.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영국령 버진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bvitourism.com/search/results?cf%5B%5D=5&cf%5B%5D=2).
식당/바: 숙박 시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Road Town과 섬 북서쪽 해변 지역에 위치. Bananakeet, (캐리비언), Stoutt's Lookout Bar (바비큐), 1748 Restaurant (양식), Brandywine Estate, The Sugar Mill (파인 다이닝)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영국령 버진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bvitourism.com/search/results?cf%5B%5D=5&cf%5B%5D=16).
전압/콘센트: 11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284.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311, 의료 911), 영국령 버진 제도 관광청 (+1-284-852-6020),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