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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Sep 21. 2024

보네르 (Bonaire)

카리브해의 소금 같은 존재





‘어, 언덕인가? 염전 한가운데에?’


언덕이긴 했다. 소금 언덕이었을 뿐. 소금을 써 보기만 했지 산더미처럼 쌓인 소금을 보기는 처음이었기에 소금일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보네르라는 섬이 이랬다. 아루바와 퀴라소에 가려져 있는 소금 같은 존재랄까. 가보기 전에는 별 기대 안 했지만, 정작 가보니 (등산 정도만 제외한다면) 모든 종류의 즐거움을 다 누릴 수 있다. 거기에 일부 유명 관광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박함까지 보네르에는 존재하니, ‘소금과 같은 존재’라 표현해도 틀리지 않다.





보네르 남부에는 거대한 염전이 있다. 지금은 카길 (Cargill) 사에서 운영 중으로, 연간 30~50만 톤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다. 전세계 연간 생산량의 0.1~0.2%에 달하니 염전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러니 기왕 보네르까지 왔다면 소금 생산의 현장도 한번 둘러봄 직 하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은 여전히 동일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기술 발전이 많이 있었던 듯하다. 물레방아 대신 양수 펌프를 이용하여 바닷물을 옮기고, 소금을 지게 짐 대신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낸다. 이에 힘입어, 노예 노동력에 의존하던 생산 시스템 또한 최소 인원 투입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기 전 소금 생산에는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불행히도 보네르의 염전을 운영하던 네덜란드 서인도 회사 (Dutch West India Company) 는 이를 노예 투입으로 해결하였고, 그 어두운 역사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다.


소금 선적장을 알리던 기둥 옆에 수많은 오두막이 줄지어 있다. 아니, 사람이 서있을 수도 없는 높이에 입구는 기어 들어가야 할 정도로 좁으니 개집이라 불러야 할 듯 하다. 그런데 이 좁은 집이 과거 노예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것. 그나마도 이 좁은 집에 노예 다섯 명식 들어가 살게 했다 하니, 노예제의 잔인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보네르 남쪽 바닷가는 한적하다. 그런데 그 한적함이 번뇌 지운 듯 깔끔하다.

게다가 보네르의 바닷가는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황량함이 담백하다.

그래서 그 바닷가 옆의 그 바다도 깨끗하다. 바닷가도 바다도 모두 숨김이 없다.


보네르 북쪽 도로 풍경은 한적하다. 그런데 그 한적함이 여유롭다.

게다가 보네르의 풍경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황량함이 시원하다.

그래서 그 풍경 옆의 그 들판도 깨끗하다. 풍경도 들판도 모두 숨김이 없다.





보네르의 낮은 조용하다. 멍 때리기 딱이다.

하지만 보네르의 밤에는 멍 때리고 있으면 안 된다. 즐거운 나이트 라이프에 몸을 맡겨 보자.





꼭 해봐야 할 일: 청정 바다 다이빙 해보기, Cadushy Distillery에서 럼과 선인장 리큐어 마셔 보기, 플라밍고 보러 가기, 거대한 소금 산 구경하기, 낮에 멍 때리고 밤에 놀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5~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11월~12월 우기* 및 12~4월 성수기 제외 시, 5~10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남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앤틸리스 제도 (Leeward Antilles Islands) 에 속하며, 퀴라소 (Curaçao) 동쪽 40km, 베네수엘라 북쪽 10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애틀랜타, 뉴욕 (EWR)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4~5시간 선).

입국 요건: 보네르가 네덜란드령인 까닭에 네덜란드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대한민국 국민은 보네르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단, 보네르는 입도세를 받고 있어 (인당 75달러)**, 입국 전 납부 권장 (https://tourismtax.bonairegov.com).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Kralendijk나 Rincon에 MCB나 RBC 은행의 ATM이 있기는 하나,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네덜란드령인 까닭에 네덜란드어가 공용어이나, 현지인 간에는 Papiamento (현지어) 로 의사 소통도 자주 발생. 그러나 영어로 의사 소통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음.

교통: 섬이 작지는 않아 (차량 종단 시 1시간 정도 소요) 외곽 이동 시 차량 필요하나 (Washington-Slagbaai National Park, 플라밍고 서식지, 염전 등), Kralendijk 중심가 내 이동 시 도보로 충분.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Kralendijk는 10~15달러 선, Sorobon Beach는 20달러 선, 택시 투어 시 3.5시간 기준 인당 5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40~50달러 선이며, Washington-Slagbaai National Park 내에서는 SUV 외 운전 어려우니 유의할 것.

숙박: 대부분 숙박 시설은 Kralendijk와 공항 근처에 위치. 호텔은 대부분 합리적 가격에 만족스러운 환경을 제공 (일 150~300달러 선).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보네르 관광청으로 (https://bonaireisland.com/where-to-stay).

식당/바: 대부분 Kralendijk 중심가에 위치, 멀리 안 나가도 즐거운 식도락 생활 가능. Lekker Thuis (Red Palm Village 호텔 내 위치), It rains fishes 등 다양한 해산물 식당이 존재하며, Irie Jamaican Cuisine, La Cantina Cerveceria 등 캐리비안 요리도 훌륭. El Bigote (멕시칸), Mezze (퓨전 중동) 등 다양한 요리도 즐길 수 있으며, 다소 비싸지만 Chefs Bonaire에서는 파인 다이닝급 식사도 가능. 그 외 가벼운 식사 가능한 식당도 많음. 자세한 정보는 보네르 관광청으로 (https://bonaireisland.com/experiences/cuisine/restaurants).

전압/콘센트: 127V/50Hz에 플러그 타입 A/B (이 경우 미국과 동일) 또는 220V/50Hz에 플러그 타입 F 사용 (이 경우 한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는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599 (네덜란드령 카리브해 공용).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911, 의료 912), 보네르 관광청 (+599-717-8322),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31-70-740-0200), 주베네수엘라 대한민국 대사관 (+58-212-954-1270/1006/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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