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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Oct 04. 2024

일루서라 (Eleuthera)

자유의 섬





‘일루서라… 확 제껴 버릴까…’


아마도 발음하기 가장 어려운 이름이지 싶었다. 안 그래도 바하마에 섬들이 너무 많다 보니, 여행 계획 과정에서 자기 합리화와 함께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섬이 자꾸 늘어나 아쉽던 참이었다. 그러니 이 섬은 발음하기 어렵다는 구실로 빼놓으면 될 터.


그런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찾아보니 ‘일루서라’는 희랍어로 ‘자유’를 뜻하는 말. 과거 영국 청교도들이 자유를 찾아 바다를 건넜을 때, 그 중 한 무리가 이 섬에 도달해 그리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섬 이름이 ‘자유’라니, 왠지 빼놓고 지나갈 수 없지 않은가.


다행히 그 판단이 옳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카리브해 최애 관광지가 생겨 버렸다.





바하마의 섬들 중에는 특이한 모양을 가진 것들이 많고, 일루서라도 그 중 하나이다. 길고 가는 띠 모양을 하고 있는데, 너비는 넓어봐야 1~2km에 불과한 반면 길이는 150km가 넘는다. 그래서 지도만 보고 연상하기로는 마치 도로 양 옆으로 모래톱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로 도로를 따라 달려 보면 파랑색 바다보다는 초록색 숲과 수풀을 훨씬 많이 보게 된다. 아무리 가는 띠 모양이라 해도 넓이가 1~2km는 되니 그 사이 땅에 식생이 빽빽하게 들어섰기 때문. 혹 바다와 모래만 있어 심심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면, 그 우려 내려 놓아도 된다.





차를 빌렸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아마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여유 있게 차를 몰다가, Sapphire Blue Hole이라는 이름에 끌려 옆 길로 잠시 샜다. 차를 대놓고 걷다 ‘별거 아닌데 괜히 왔나’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땅에 뻥 뚫린 구멍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가가 보니 구멍에는 물이 가득하고 두어 명이 그 안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물어보니 물에 소금기가 섞여 있단다. 바닷가에서 1km 가까이 떨여져 있는 곳인데, 사실 지하로는 석회암이 침식되어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모양. 사실 이러한 싱크홀이 바하마에는 여럿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호젓한 느낌의 싱크홀은 처음이었다.





물의 힘이 위에서부터 석회암을 녹이고 있는 동안, 바다의 힘은 옆에서부터 섬을 침식해 나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결국 가장 가는 부분이 뚫려 버리면서 마치 다리와 같은 형상이 되었고, 그래서 이 지점을 Glass Window Bridge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결국 이 천연 다리도 붕괴되었고, 이후 1990년 인간의 힘으로 지금과 같이 다리를 만들어 사용 중에 있다 (하지만 아마 조만간 바하마 정부에서 더 안전한 새 다리를 건설할 계획인 듯하다).


그래서, 이 다리에서는 졸지에 대서양과 바하마 내해를 한 눈에 구경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물빛부터 파도 치는 정도까지 영 딴판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Sapphire Blue Hole의 호젓함과 Glass Window Bridge의 야성미는 이 섬의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혹자는 비치만 보면 무슨 재미냐 할 수도 있겠지만, 비치의 아름다움도 정말 과도할 정도로 아름다우면 ‘메인 디시’가 충분히 될 수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가만히 서서 감상하고 또 감상할 뿐이다. 그 뒤에 해수욕까지 즐길지는 개인의 자유.








일루서라의 인구는 만 명 정도이지만, 섬을 달리다 보면 은근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섬의 길이가 무려 150km를 넘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여하튼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섬에서는 사람이 자연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들 보듬어 안고 있다는 것.





꼭 해봐야 할 일: 여러 비치 즐겨 보고 본인 취향 발견하기, Spanish Wells의 끝없는 새하얀 모래톱 보러 가기, Glass Window Bridge 구경하기, Blue Sapphire Hole에서 다이빙 해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15~25도로 선선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6월~10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 11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뉴 프로비던스 (New Providence) 섬 동쪽 약 80km에 위치.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으며, 통상 3월 초 시작, 11월 초 종료 (’24년에는 3.10 (일)~11.3 (일); DST 기간 중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일루서라 섬에는 세 개의 공항 (North Eleuthera (ELH), Governor’s Harbour (GHB), Rock Sound (RSD)) 이 있으며, 한국에서 애틀랜타까지 이동 후 North Eleuthera (ELH) 까지 직항편 이용 가능 (델타 항공; 비행 시간은 2시간 선). 한편 수도 나소 (NAS) 에서 세 공항 각각 일 3~5회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약 20분). 나소 (NAS) 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보스턴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2~3.5시간 선).

입국 요건: 바하마는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 체결국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3개월).

화폐 및 여행 경비: 바하마 달러 (BS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BSD = 1 USD). 그러나 미 달러도 통용되어 별도 환전은 불필요.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으며, ATM이 몇 개 없어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길쭉한 띠 형태로 (섬 종단 시 150km 이상) 대부분 이동 시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섬 종단 시 160~170달러 선, 섬 북부-중부 또는 중부-남부간 이동 시 60~70달러 선으로, 렌터카가 가격적으로 훨씬 유리. 렌터카는 하루 60~80달러 선이며, 좌측 통행이기는 하나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부담은 크지 않은 편.

숙박: 섬 전역에 걸쳐 숙박 시설이 드문드문 분포하며, Governor’s Harbour 지역에 가장 많이 위치. 호텔이 많지 않아 빌라 렌트 등 다양한 형태 모두 고려 필요. 대부분 일 250달러 이상으로 고가인 편이며, 고급 호텔의 경우 일 700~800달러 이상이므로 예산 등 고려한 합리적 선택 필요. 자세한 정보는 바하마 관광청으로 (https://www.bahamas.com/hotels).

식당/바: 섬 전역에 걸쳐 식당이 드문드문 분포하며, 대부분 양식 또는 캐리비안 요리를 제공. Governor’s Harbour에서는 1648 an Island Restaurant, Buccaneer Club 등을, Alice Town에서는 Front Porch, The Sunset Cove and Rainbow Room 등을, Spanish Wells에서는 Sandbar, The Shipyard, Wreckers 등을, Rock Sound에서는 Frigate’s Bar & Grill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바하마 관광청으로 (https://www.bahamas.com/plan-your-trip/restaurants).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242.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9), 바하마 관광청 (+1-242-302-20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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