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미국령이라 누가 믿을까
일전에 미국의 어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에 대해 조크를 한 적이 있다.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이 그 누구보다도 푸에르토 리코 국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는데, 옷, 차를 넘어 (개그적 허용을 더하자면) 아이가 새로 태어나도 국기부터 붙이고 볼 것이라는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 (신생아 조크만 빼고). 무서울 정도는 당연히 아니지만, 정말 어딜 가든 푸에르토 리코 국기가 참 많이도 보였다. 그런데 그 색감과 도시의 색감 그리고 열대의 기후가 정말 잘 어울렸다.
1493년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래, 푸에르토 리코는 1898년까지 400여년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Puerto Rico라는 이름부터가 ‘부유한 항구’라는 뜻이니, 스페인 입장에서 이 식민지가 얼마나 소중했을지 가히 짐작이 된다.
소중한 것이 있다면 지켜야 한다. 그래서 스페인은 San Juan 구시가 주변에 Castillo San Felipe del Morro와 Castillo San Cristóbal로 대표되는 다양한 방어 시설을 건설했다. 수 세기에 걸쳐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지속적으로 이 섬을 빼앗기 위해 노력했으니, 방어 시설 건설은 옳은 판단이었던 셈. 하지만 이제는 방어 시설이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까지 등재된 훌륭한 관광지로서 제 2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푸에르토 리코의 수도 San Juan 구시가를 거닐어 본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과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건물들의 조화가 아름다워 마냥 걷다 보니 문득 지금 미국령에 있는 것이 맞는지 궁금해진다. 그만큼 이국적인 풍경이고, 아마도 세계 어디를 가도 못 볼 아름다움일 터.
실제로 마치 무슨 스페인 도시에 온 느낌이다. 들리는 대화도 죄다 스페인어이고 (물론 관광객들은 빼고), 간판도 대부분 스페인어이다. 400여년간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불과 100여년 전에 미국령이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뜬금 없는 질문. 미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미국이나 멕시코가 아닐까 싶지만 정답은 도미니카 공화국. 미주에서도 특히 이 지역 (카리브해 일원) 이 스페인에 의해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그에 따라 가장 먼저 식민지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로 옆 푸에르토 리코에 있는 것. 무려 1540년에 완공되었으며, 현재 San Juan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다. 외부와 내부 모두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시가지와 잘 조화를 이룬다.
San Juan 구시가가 재미있는 이유는 아름다운 거리와 건물들 사이 사이에 양질의 식당과 바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La Factoría라는 바는 2013년 오픈 이래 매년 다양한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23년 North America’s 50 Best Bars 랭킹에서 24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카리브 지역 바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을 정도.
그런데 정작 바에 들어서면 최소 몇 십 년은 된 것 같은 포근한 올드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San Juan 구시가와 전혀 위화감이 없는 것일지도. 하지만 Lavender Mule과 같이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된 칵테일을 시켜 마셔 보면 이 장소가 실은 상당히 모던한 장소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꼭 해봐야 할 일: 아무 생각 없이 San Juan 구시가 걸어 보기, 걷다가 좋아 보이는 식당이나 바에 들어가 즐기기, 하루에 몇 번이나 푸에르토 리코 국기를 발견하는지 세어 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3도로 다소 더움. 5월~11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4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서부 대앤틸리스 제도 (Greater Antilles) 에 속하며, 도미니카 공화국 동쪽 약 12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워싱턴,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 시카고, 보스턴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San Juan 공항 (SJU) 까지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본토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3.5~5시간 선).
입국 요건: 푸에르토 리코가 미국령인 까닭에 미국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대한민국 국민은 푸에르토 리코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도시 지역에는 ATM 다수 존재.
언어: 미국령인 관계로 스페인어와 함께 영어가 공용어.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영어 의사 소통에 문제 없으나, 택시 기사 등 영어에 서투른 경우가 많으니 주의.
교통: 카리브해 최대 섬 중 하나로 (동서 길이 170km, 남북 길이 70km 정도) San Juan 외 타 지역 이동 시 렌터카 이용 권장. San Juan 공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택시로 2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30~50달러 선. 자세한 정보는 푸에르토 리코 관광청으로 (https://www.discoverpuertorico.com/travel-professionals/info/ground-transportation).
숙박: 다수의 호텔이 있으며 가격대 또한 다양하므로 위치와 예산 등 고려한 선택 필요. San Juan 구시가 호텔의 경우 건물이나 시설이 다소 낡았을 수는 있지만 그 대신 도시의 낭만을 즐길 수 있어 추천 (El Convento, Palacio Provincial 등). 자세한 정보는 푸에르토 리코 관광청으로 (https://www.discoverpuertorico.com/places-to-stay).
식당/바: San Juan 구시가에 다양한 식당이 존재하여 즐거운 식도락 생활 가능. 사람들이 추천하는 식당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골목을 정처 없이 걷다가 적당해 보이는 식당에 그냥 들어가 보는 모험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푸에르토 리코 관광청으로 (https://www.discoverpuertorico.com/restaurants-bars).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787.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푸에르토 리코 관광청 (+1-787-721-2400), 주애틀랜타 대한민국 대사관 (+1-404-522-16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