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카리브해를 돌아다니면서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몇 번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버진 고다 섬에 단 하루만 있었다는 것. 각 섬마다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버진 고다는 섬의 남쪽 The Bath 지역과 북쪽 Gorda Peak 지역이 완전 다른 즐거움을 주는 등, 어떻게 돌아보더라도 하루로는 부족하기 때문. 물론 여행 당시에도 어렴풋이 그런 사정을 느꼈던 모양인지 아침 8시부터 차를 몰아 저녁 8시까지 열심히 돌았지만, 그럼에도 더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바로 다음 섬으로 이동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버진 고다 섬으로 향하는 페리에서 바라본 섬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바위가 마구 흩뿌려진 느낌... 먼 옛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일단 항구 자체는 여느 카리브해 항구 대비 딱히 다른 느낌은 아니다. 그냥 평온한 느낌.
하지만 바닷가로 나가보면 드디어 페리에서 보였던 수많은 바윗덩이가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된다. 마치 누가 장난이라도 친 양 고운 모래사장에 바위들이 널려 있어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바위 위에 얹혀져 있는 또 다른 바위. 그 아래 좁은 통로를 기어가듯 지나가면...
... 이렇게 바닷가 반대쪽에서 해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풍경이 도저히 지상계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풍경도 언젠가는 질릴 터. 그럴 때에는 5분만 걸어 옆 해변으로 가면 된다. 다시 새로이 시작되는 감동의 물결. 이렇게 몇 시간이고 보낼 수 있다.
아니 대체 누가 저렇게 바위를 쌓은 거냐고. 무심한 듯 쌓여 있는데 구도는 또 완벽하다. 바로 이런게 자연의 신비가 아니겠는가.
바닷가에 정박한 요트들. 어느 한량들의 휴가를 책임지고 있으려나.
이쪽을 둘러봐도 저쪽을 둘러봐도 신비한 풍경에, 이젠 감탄하기에도 지친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자.
이런 선계와 같은 풍경 안에 자리잡은 그림 같은 별장. 어느 행운아가 여기 머물고 있을까.
바닷가뿐 아니라 내륙에도 이렇게 기암괴석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래서,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바위가 연달아 이어지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참고로 저 멀리 보이는 섬은 토르톨라.
아침 일찍부터 나섰건만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어느새 다가온 점심시간. 마침 딱 언덕 위에 있는 식당이 괜시리 고맙다. 풍경을 반찬 삼아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치킨 바베큐.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국립공원 안내판 뒤의 거대한 바위가 이어질 감동의 예고편처럼 다가온다.
바닷가로 나가자 다시 시작되는 기이한 해변 풍경. 분명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면 될 일.
두 덩어리로 쪼개진 거대 암석도 관광객의 눈에서 보면 환상적인 풍경.
이렇게 홀린듯 걷다 보니, 바위 사이로 흘러들어온 바닷물이 흡사 지하 수영장을 만들어 두었다. 여기에 바위 틈으로 햇빛이 더해지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풍경이 완성된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다 만들어 두었으니까. 관광객을 위한 배려에 감사하며 마지막 틈바구니를 빠져 나가면...
이렇게 다시 확 트인 바닷가 (그런데 이제 기암괴석이 뿌려진) 가 펼쳐진다.
그런데 암만 보고 또 봐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연의 상상력은 그 한계를 모른다는 것을.
방문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끝물이었기 때문에, 관광객은 일정 기간 GPS 트래킹 장비를 들고 다니다 반납해야 했다. 장비 반납을 위해 잠시 들른 경찰서.
이 험한 섬에도 공항을 어떻게든 만들어 두었다. 비록 비포장 활주로이지만, 이제는 다시 항공편도 다니니 이 섬을 오가는 것도 더 편해진 셈.
도로를 달리다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차를 세웠다. 활주로가 놓인 곳을 빼면 평평한 곳이 거의 없는 어찌 보면 척박한 환경. 하지만 풍경 하나만큼은 그 어디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듯.
그 풍경을 바라보며 한가하게 풀을 뜯는 염소들. 이들이 더해지니 안 그래도 한가하던 풍경이 더욱더 평온해진다.
섬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조용한 해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듯하지만, 기암괴석이 수놓아진 해변과는 또 다른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이 한적한 동네에 지어진 리조트. 때로는 인간의 건축물이 자연에 더해지면서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섬 북쪽 외딴 산등성이에 위치한 바 Hog Heaven.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바 뒤로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을 보면 이내 예사 바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의 상당수가 사유지로, Richard Branson 등 거부가 매입하여 별장으로 쓰고 있다.
물론 카리브해에 섬을 통째로 사서 별장을 삼기는 어렵겠지만, 이 정도 풍경에 칵테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면 굳이 private island까지는 필요 없을듯.
그리고 오후의 해가 조금씩 내려가며 쇼가 임박했음을 알린다.
그러니 쇼가 시작하기 전에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자. 저 실같은 구름은 누가 만들어 하늘에 뿌려 두었을까.
저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Spanish Town (버진 고다 섬의 중심지) 과 그 위에 내려 앉은 구름. 햇볕이 더해져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름이 포근하다.
별 생각 없이 줌을 더 당겨 보았는데, 환상적인 하늘의 모습이 담겼다. 다시 한번 샘솟는 경이감.
부리나케 차를 돌려 바로 돌아오니 쇼가 드디어 시작되는 참이다. 일단 먼 하늘부터 주황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하는 참.
그리고 시간 맞추어 부탁해둔 돼지고기와 치킨 바베큐도 지글 지글 익어가는 중.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쇼를 감상한다. 주황색을 넘어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의 모습.
그 뒤로는 해가 조금씩 놓아주면서 자줏빛을 넘어 짙은 푸른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이어진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하늘을 불사른다.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장엄함.
바로 이 클라이막스에 맞추어 따끈한 바베큐를 가져다 주는 주인장의 배려가 고맙다. 석양 쇼가 온 세상을 압도하니, 오히려 이런 투박한 식사가 더 어울리는 느낌.
그리고 드디어 쇼의 끝을 알리며 해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해 줘서 고마워.
다음날 이름 아침부터 아네가다 섬 (Anegada) 으로 향하는 페리에 몸을 싣는다. 다음엔 꼭 오래 머물다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