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령 버진 제도 (U.S. Virgin Islands) 는 영국령 버진 제도 (British Virgin Islands) 에 비해 인구 편중이 덜한 편이다. Saint John 섬의 인구는 불과 4천여 명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두 섬 (Saint Thomas, Saint Croix) 의 인구는 각각 4만 명 초중반으로 서로 비슷하기 때문. 그에 반해 영국령 버진 제도의 경우 전체 인구의 대부분 (2만 4천 명 정도) 이 Tortola 섬에 거주하며, 나머지 두 섬 (Virgin Gorda, Anegada) 인구는 각각 4천여 명과 40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인트 토머스가 미국령 버진 제도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행정, 상업, 교통, 인구 등 다방면으로), 세인트 토머스 섬에 내리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번화한 느낌일 수밖에 없다. 당장 이 지역 관광객의 상당수가 세인트 토머스 섬을 통해 유입되기도 하고, 이들을 위한 관광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 하지만 섬을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면 이러한 첫인상과는 생각보다 다른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아무리 미국령이라 해도 카리브해는 카리브해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이내 마음도 여유를 되찾게 된다.
세인트 토머스 공항에 내리기 직전. 활주로가 바다로 시원하게 내뻗고 있고, 뒤로는 꽤나 험한 산세가 이어진다. 공항 건설 당시 고생깨나 했을 듯.
공항 바로 근처 Brewers Bay. 물은 어찌나 깨끗하고, 또 모래는 어찌나 고운지! 이 장면을 보고도 감탄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산은 제법 험하건만, 앞바다는 한없이 얕고 잔잔하다. 그런데 멍 때리다 보면, 이 대조적인 풍경이 실은 상보적으로 작용하여 환상적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이내 깨닫게 된다.
Brewers Bay 근처 도로에서 바라본 공항의 모습. 이런 빛깔의 바다가 가능하다니...
반대쪽으로 보아도... 이런 빛깔의 바다가 가능하다니... 그저 감탄할 따름.
이런 환상적인 섬의 곳곳에 사람들이 집 또는 고급 별장을 지어 두었다. 온 바다의 모습을 매일같이 눈으로 음미하는 느낌은 얼마나 환상적일까.
Hull Bay Beach의 모습.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커플의 모습에서 진정한 평온함을 느낀다.
근처에서 바라본 Hull Bay의 모습. 찬란한 햇빛과 이를 반사하며 빛나는 바다, 그리고 이곳을 놓치지 않고 별장을 지어둔 누군가의 센스까지, 모든 것이 빛난다.
이번엔 Magens Bay를 바라본다. Hull Bay보다도 더 깊고 그윽한 느낌이랄까.
이 Magens Bay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지점이 바로 Drake's Seat. 해적 선장 Sir Francis Drake가 이곳에서 만에 드나드는 배를 감시했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여기에서는 만에 드나드는 배가 속속들이 보이니, 실로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나저나 바닷빛이 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해번 카페에서 핫도그와 피자를 파는 것을 보니, 이곳이 카리브해 지역이지만 미국이기도 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경치가 반찬이었는지 실로 꿀맛.
Magens Bay 주변 경치가 좋은 곳에도 고급 별장이 속속 들어서 있다. 이런 곳에 살 날이 있으려나...
미국령 버진 제도의 수도 Charlotte Amalie의 전경. 풍랑을 피하기 좋은 천혜의 항구를 제법 험한 산세가 감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덕 중턱의 호텔에서 내려다 보면 끝내주는 전망이 펼쳐지게 된다.
호텔 창가에서 바라본 수영장과 Charlotte Amalie 시가지의 모습. 멀리서 봐도 제법 번화한 도시 느낌이 난다.
아름다운 경치에 멍 때리고 있다, 슬슬 석양이 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고서야 더 늦기 전에 퀵하게라도 시가지에 내려가볼 시간임을 깨닫는다.
Fort Christian의 모습. 과거 덴마크 식민지 시절 Charlotte Amalie를 지키던 요새였을 뿐 아니라 행정 중심지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주요 관광지 중 하나.
Fort Christian 바로 앞 미국령 버진 제도 의회 건물. 이 건물 또한 덴마크인들이 19세기 지었던 것으로, 이제는 미국인들이 그대로 승계하여 사용 중.
바닷가 산책로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 맑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이 청량감을 준다.
해가 져버려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Charlotte Amalie 시가지. 도로 포석이나 건물 등 덴마크 식민지 시절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특이한 느낌이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보니, 세인트 토머스에는 수준급 레스토랑도 많은 편. 이 식당은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퀴노아가 들어간 샐러드. 미국령이라 저녁에도 핫도그와 피자를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다.
흰살 생선을 부드럽게 구워낸 요리 또한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아 순식간에 흡입해 버렸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 바닷가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파도 소리를 들으며 힐링을 마저 즐겼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Charlotte Amalie.
산 능선을 타고 가는 도로에서 바라보니 이 또한 아름답다.
하지만 이렇게 비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면 또 전혀 다른 느낌이 된다. 비가 내리니 어딘가 차분해진 도시의 모습이 묘한 정감이 간다.
그리고 시가지 또한 한층 더 차분해진 모습.
하지만 그래도 공항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코로나 팬데믹 중이었음에도 이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었으니, 지금은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지 않을까.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니 떠나는 발걸음 또한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