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동단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메인주 어딘가를 떠올리겠지만, 실은 세인트 크로이 섬의 Point Udall이 바로 미국의 최동단이다 (참고로 미국의 최서단은 괌에 위치하고 있고 공교롭게도 똑같이 Point Udall이라 명명되어 있는데, 최동단은 같은 Udall 집안 사람 중에서도 형인 Stewart Udall의 이름을, 최서단은 동생인 Morris Udall의 이름을 따서 지었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은 이름은 아닌 셈).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인트 크로이 섬이 자국령 영토로서 가장 동쪽 끝단에 위치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차원. 그런데 그뿐이 아니라, 미국령 버진 제도 (U.S. Virgin Islands)의 주요한 세 섬들 (Saint Thomas, Saint John, Saint Croix) 중에서도 유독 세인트 크로이만 약 60km 정도 남쪽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머지 두 섬과는 꽤나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 싶다.
세인트 크로이에 착륙하기 직전, 드디어 비행기가 땅 위로 올라선다. 이 섬의 유서 깊은 양대 마을 중 하나인 Frederiksted와 크루즈 부두가 보인다.
공항에 나부끼는 미국 국기와 미국령 버진 제도의 깃발. V와 I가 참 직관적이긴 한데, 솔직히 심미적 요소가 눈에 띄는 깃발은 아닌 듯. 그래도 강렬한 햇살을 받으니 밝게 빛난다.
Point Udall에 거의 다다랐을 때의 풍경. 의외로 건조한지 수풀에 선인장 위주의 식생이다. 실제로 찾아보니 연간 강수량이 950mm 정도에 불과한 모양.
섬의 동쪽 끝 Point Udall에 다다르니 어딘가 엄숙한 기념물이 서있다. 2000년에 세워졌고 Millennium Monument라 명명되었다. 거대한 해시계인 셈.
다른 각도에서 보면, 거대한 M 두 개가 90도 각도를 이루며 겹쳐진 형상이다. 로마 숫자로 M이 1,000을 뜻아니, 2000년을 기념하며 MM 모양의 구조물을 세운 것.
Point Udall에서 내려다본 Isaacs Bay Beach의 모습. 도로 하나 없으니 가려면 하이킹이라도 해야겠지만, 저 호젓한 바닷가에서 즐기는 해수욕은 얼마나 즐거울까.
Point Udall에서 다시 섬 중심부로 나오는 길에 찍은 장면. 의외의 (?) 선인장과 거진 파도가 만나니, 의외로 강렬한 장면이 연출되어 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전파 망원경. 미 국립전파천문대가 미국 전역에 설치한 10개의 전파 망원경 중 하나로, 수성에 물이 존재함을 밝혀내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다.
하지만, 만약 전파 천문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면, 바로 앞에는 또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도 널려 있다.
Grassy Point Beach 옆 조그마한 반도 끝에 누가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두었다. 아름다운 풍경이긴 한데, 태풍이라도 오면 안전하려나? (관광객의 괜한 걱정일지도...)
무작정 해안 도로를 달리다 발견한 또다른 아름다운 풍경. 거친 파도가 섬을 덮치려 하지만 얕은 바다가 이를 막아주고, 그 덕에 안쪽 바다는 한없이 평온하다.
이 섬에는 의외로 대규모 저유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단, 공장 모양을 보아하니 정유도 일부 진행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정유소로 밀고 들어갈 수는 없고, Captain Morgan 샵에서 럼이나 마셔보면 충분.
하나로는 부족해서 Cruzan도 들렀건만, 코로나 기간 중 투어가 중단되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Cruzan은 2014년 Suntory에 인수되었다.
이번에는 섬의 서쪽 끝 Sandy Point Beach에 도달. 모래의 빛깔이 클라스가 다르다.
황홀하게 멍 때리고 있다 보니 문득 출출함을 느낀다. 이제 다시 식당을 찾아나설 차례.
드디어 비행기에서 보았던 Frederiksted에 도착했다. 고풍스런 건물들이 미국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이곳이 주요한 무역항이었던 시절 세관 건물. 지금은 조용한 유적에 불과하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크루즈선이 정박이라도 하면 관광객으로 북적이겠지.
산책로 끝에 세워진 시계탑. 특별히 기교를 부린 것도 없는 디자인 같은데, 강렬한 햇살과 만나니 마치 해시계처럼 보인다.
한때 이 항구와 마을을 지키던 Fort Frederik. 18세기 중반 덴마크인들이 세웠던 요새였지만, 지금은 한적한 관광지로서 제 2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Rainbow Beach의 모습. 아름다운 해변도 해변이지만, 조금씩 넘어가는 해 바로 아래 떠있는 요트의 모습도 절묘하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부리다, 해가 다 지는데도 산길을 빠져나오질 못했다.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석양은 카메라에 담았지만, 이후 30분 정도 험로를 달리는 동안 진땀을 뺐다.
무사히 Christiansted의 호텔에 도착해 다음 날 아침 밖을 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이다. 그나마도 걷기 편하게 산책로를 조성해 두어 더욱 좋았다.
Christiansted 시내의 모습.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사람 사는 모습도 더 구경해볼 수 있었을 텐데.
Saint Thomas로 향하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 한가한 공항에 조그마한 비행기 한 대만 보이니 어딘가 낭만적인 느낌이 되었다.
한가한 순간을 즐기고 있는 공항 직원의 모습이, 어딘가 코로나 시절 줄어버린 관광객과 한가해진 공항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제는 다시 바삐 움직이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