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존 (Saint John)

B cut

by LHS

뜬금 없는 MBTI 얘기 잠깐. 여행을 할 때 J가 좋을까 P가 좋을까. '희망편'의 관점에서 보자면, J는 완벽한 계획을 짤 것이고 그래서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즐길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반해 P는 계획을 대충 짜거나 안 짤 것이고 그래서 그날 그날 가장 즐거운 순간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편'의 관점에서 보자면, J는 완벽한 계획을 위한 계획, 여행을 위한 여행을 강행군으로 헤쳐 나가느라 즐거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고, P는 별 계획 없이 맞닥뜨렸다가 있을 것 같은 교통편이 없어지고 열었을 것 같은 관광지나 식당이 그날따라 문을 닫으니 실망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리브해가 워낙 예상치 못했던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J보다는 P가 속 편한 관광지가 아닐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마음가짐 때문에 크게 '데인' 적이 있다. 바로 세인트 존에서. 혼자서만 너무 여유를 부리다 택시를 못 잡아, 이 섬에 있는 짧은 시간의 대부분을 포구 바로 앞에서 보내고 만 것. 긍정적으로 보자면야 마음 내키는대로 즐겨버린 것일 뿐, 세인트 존에서 못 가본 곳은 다음에 또 가보면 될 일. 하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너무 대책 없는 무계획은 지양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하루... 어쩌다 택시도 못 잡고 포구에 묶여버리게 되었는지 썰 한번 풀어 보고자 한다.


20201107_140735.jpg 세인트 존으로 향하는 페리에서 바라본 세인트 존의 모습. 섬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섬 전체가 푸르른 모습이다. 저런 섬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20201107_142325.jpg Cruz Bay에 거의 도착했다. 대부분 페리는 모두 이곳에 내리니, 세인트 존 관광객은 반드시 거쳐가는 장소인 셈.


20201107_142308.jpg Cruz Bay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요트와 보트들. 보고만 있어도 벌써부터 마음에 여유가 넘치게 된다.


20201107_142534.jpg Cruz Bay 항구 앞에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 택시 수도 많고, 흥정도 제법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택시가 계속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판의 시작... 이었다.


20201107_142638.jpg 아니, 그런데 또 포구 바로 앞에 뭔가 유서 깊어 보이는 교회도 있고... 뭔가 좀 걸어보고 싶기도 했고...


20201107_143048.jpg 그런데 교회 바로 앞에 보니 떡 하니 뭔가 쿨해보이는, 그리고 코로나 와중에도 무려 밥 먹고 있는 사람이 있는 식당이 있는데, 안 들어가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20201107_143753.jpg 그래서 들어가 봤는데, 좀 덥긴 해도 뭔가 쿨함이 흘러나오는 바이브가 있고, 마침 배도 살살 고팠을 뿐이고...


20201107_144618.jpg 그래서 에이 모르겠다 피시 타코나 하나 먹고 바로 뜰까 싶어 주문해본 타코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이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맛있었음)...


20201107_144644.jpg 그래서 하나 더 주문한 피시 샌드위치는 또 왜 이렇게 간이 완벽한 거냐고요... (두번째 주문 들어갔을 때 솔직히 그냥 눌러 앉을까 싶기도 했다는...)


20201107_145504.jpg 그래서 맥주도 한 병이 두 병이 되었지요... 그런데 로컬 맥주라길래 시켜본 것일 뿐인데 왜 맥주는 또 맛있냐고요... (아 맞다 미국인들도 맥주에는 진심이긴 하지...)


20201107_153355.jpg 그래서 두 시간 정도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포구로 돌아와 보니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왜 택시가 한 대도 없지...? 한참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한 발 늦은 모양.


20201107_160303.jpg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모아 주요 스팟을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모양인데, 그걸 놓쳐버린 것. 결국 다른 승객의 호의에 겨우 합승에 성공. 드디어 잠시나마 섬에 들어갑니다.


20201107_160805.jpg 그나마도 Maho Beach에 내려둔 관광객들 데리고 돌아올 예정이라, Maho Beach만 10분 둘러보는 것이 허용된 시간의 전부. 그래도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20201107_161522.jpg Maho Beach 앞에 한가롭게 정박해 있는 요트들. 내 마음은 이렇게도 급한데, 묘한 대조를 이룬다.


20201107_162327.jpg 드디어 도착한 Maho Beach. 딱 10분 있다가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가한 관광객이 유독 더 부럽게 느껴진다.


20201107_162505.jpg 떠나기 전 마지막 사진. 확실히 섬을 제대로 못 둘러보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밥 먹으며 여유 부린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다음엔 제대로 둘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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