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는 MBTI 얘기 잠깐. 여행을 할 때 J가 좋을까 P가 좋을까. '희망편'의 관점에서 보자면, J는 완벽한 계획을 짤 것이고 그래서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즐길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반해 P는 계획을 대충 짜거나 안 짤 것이고 그래서 그날 그날 가장 즐거운 순간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편'의 관점에서 보자면, J는 완벽한 계획을 위한 계획, 여행을 위한 여행을 강행군으로 헤쳐 나가느라 즐거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고, P는 별 계획 없이 맞닥뜨렸다가 있을 것 같은 교통편이 없어지고 열었을 것 같은 관광지나 식당이 그날따라 문을 닫으니 실망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리브해가 워낙 예상치 못했던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J보다는 P가 속 편한 관광지가 아닐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마음가짐 때문에 크게 '데인' 적이 있다. 바로 세인트 존에서. 혼자서만 너무 여유를 부리다 택시를 못 잡아, 이 섬에 있는 짧은 시간의 대부분을 포구 바로 앞에서 보내고 만 것. 긍정적으로 보자면야 마음 내키는대로 즐겨버린 것일 뿐, 세인트 존에서 못 가본 곳은 다음에 또 가보면 될 일. 하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너무 대책 없는 무계획은 지양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하루... 어쩌다 택시도 못 잡고 포구에 묶여버리게 되었는지 썰 한번 풀어 보고자 한다.
세인트 존으로 향하는 페리에서 바라본 세인트 존의 모습. 섬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섬 전체가 푸르른 모습이다. 저런 섬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Cruz Bay에 거의 도착했다. 대부분 페리는 모두 이곳에 내리니, 세인트 존 관광객은 반드시 거쳐가는 장소인 셈.
Cruz Bay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요트와 보트들. 보고만 있어도 벌써부터 마음에 여유가 넘치게 된다.
Cruz Bay 항구 앞에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 택시 수도 많고, 흥정도 제법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택시가 계속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판의 시작... 이었다.
아니, 그런데 또 포구 바로 앞에 뭔가 유서 깊어 보이는 교회도 있고... 뭔가 좀 걸어보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교회 바로 앞에 보니 떡 하니 뭔가 쿨해보이는, 그리고 코로나 와중에도 무려 밥 먹고 있는 사람이 있는 식당이 있는데, 안 들어가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들어가 봤는데, 좀 덥긴 해도 뭔가 쿨함이 흘러나오는 바이브가 있고, 마침 배도 살살 고팠을 뿐이고...
그래서 에이 모르겠다 피시 타코나 하나 먹고 바로 뜰까 싶어 주문해본 타코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이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맛있었음)...
그래서 하나 더 주문한 피시 샌드위치는 또 왜 이렇게 간이 완벽한 거냐고요... (두번째 주문 들어갔을 때 솔직히 그냥 눌러 앉을까 싶기도 했다는...)
그래서 맥주도 한 병이 두 병이 되었지요... 그런데 로컬 맥주라길래 시켜본 것일 뿐인데 왜 맥주는 또 맛있냐고요... (아 맞다 미국인들도 맥주에는 진심이긴 하지...)
그래서 두 시간 정도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포구로 돌아와 보니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왜 택시가 한 대도 없지...? 한참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한 발 늦은 모양.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모아 주요 스팟을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모양인데, 그걸 놓쳐버린 것. 결국 다른 승객의 호의에 겨우 합승에 성공. 드디어 잠시나마 섬에 들어갑니다.
그나마도 Maho Beach에 내려둔 관광객들 데리고 돌아올 예정이라, Maho Beach만 10분 둘러보는 것이 허용된 시간의 전부. 그래도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Maho Beach 앞에 한가롭게 정박해 있는 요트들. 내 마음은 이렇게도 급한데, 묘한 대조를 이룬다.
드디어 도착한 Maho Beach. 딱 10분 있다가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가한 관광객이 유독 더 부럽게 느껴진다.
떠나기 전 마지막 사진. 확실히 섬을 제대로 못 둘러보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밥 먹으며 여유 부린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다음엔 제대로 둘러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