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순간부터 느낌이 온다. 비행기를 내리는 사람들의 행색부터가 어딘가 다른 것이, 고급 휴양지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고급 관광지가 즐비한 카리브해에서도 압도적인 이 느낌. 나름의 설렘을 안고 여행을 시작한다.
공항에 내리기도 전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 활주로 바로 앞 언덕을 넘어 급강하하는 스릴에 모두가 환호하는 즐거운 경험 (사고 난 적은 거의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반대쪽에서 공항을 바라보면 왜 착륙할 때 언덕을 넘어 급강하해야 하는지가 잘 이해가 된다 (활주로조차도 경사져 있을 정도이니, 공항이 있는 것이 다행일 터).
그런데 공항 터미널부터 깔끔한 것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느낌이 어딘가 고급지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행색도 통상적인 다른 카리브해 섬들과는 다르다. 아마도 그날 내가 제일 추레한 몰골이었겠지...
섬 물가가 심상치 않아 개중 싼 호텔을 골라 골라 들어갔건만, 호텔에서의 뷰가 벌써 미쳤다. 아직 나가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정도라니...
섬이 작으니 하루면 되겠지 생각했던 것을 후회하며 부리나케 하루 연장해 두고 (항공편 변경, 호텔/렌터카 연장 등 헥헥),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다시 길을 나선다.
해가 져가고 있으니, 섬 서쪽으로 향했고, 전망대에서 구름 뒤로 쉬러 가는 해를 만났다. 때로는 이렇게 구름 뒤에 숨은 해가 마치 간접 조명처럼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해가 지니 섬 이곳저곳에서 슬슬 조명이 켜지고, 이렇게 평화로운 섬의 밤이 시작된다. 조명조차도 어딘가 잘 가꾸어진 느낌.
식사도 할 겸 이 섬의 수도 Gustavia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냥 인구 만 명짜리 섬의 동네 거리일 뿐인데 왜 Hermès 매장이 있는 거지?!
엇 그 옆집은 Cartier네...
그 옆은 또 Bulgari에 Louis Vuitton이라...
아니, 이 섬 대체 뭐지...
그리고 그냥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몇 개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들 매장 하나 하나가 다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럭셔리 쇼핑의 유혹을 가까스로 뿌리치고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도 캐주얼한 느낌이지만 추레하지 않다.
그리고 맛도 훌륭하다. 에피타이저부터 보통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 그 이후 전해주는 메인 디시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디시의 배치는 의도한 것일까. 어딘지 사람 얼굴을 닮았다.
즐거운 식사 후 즐기는 산책. 해 진 후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Gustavia 선창가를 걷는다. 빼곡히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제마다 조명을 밝혀두고 밤을 즐긴다.
걷다 보니 선창 끝에 이 섬의 정부 청사가 있다. 대서양 건너이지만 프랑스령이기에 프랑스의 모토인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가 새겨져 있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오니 화려한 바다가 빨리 나오라며 손짓을 한다.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즐기는 와중에도 바다의 손짓은 집요하다.
풀에서 멍 때리고 있어도 꽤나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바다가 저렇게까지 부르는데 나가봐야겠지.
길을 떠나자마자, 5분도 안 되어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연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게 된다. 평화로운 바다와 해변, 그리고 언덕을 타고 올라가는 마을이 한 폭의 그림이다.
물론 바닷가로 내려가도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고.
어딜 둘러봐도 황홀한 광경이 펼쳐지니, 이렇게 도처에 고급 호텔과 별장이 늘어서 있다.
또 다른 별장 단지.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부러움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길을 떠나니, 곧 다른 해변이 맞이해 준다. 이 섬에는 수많은 해변이 있는데, 각 해변마다 이렇게 예쁜 표지판을 만들어 두었다.
이제 아침 10시밖에 안 되었지만 마음 같아서는 그냥 눌러앉아도 좋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다른 해변도 경험해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다시 길을 나선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동쪽 바다에 면해 있어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보통 동에서 서로 바람이 분다) 파도가 비교적 거친 Toiny 해변도...
... 어딘가 황량하지만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 바로 옆 Grand Fond 해변도 황량한 느낌을 주면서도...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또 어딘가 따스한 느낌이다.
한때 소금을 생산했던 Grande Saline. 지금은 소금 생산은 중단되었고, 간간이 새들이 노니는 한가한 연못이 되었다.
Grande Saline 바로 앞 해변 (그래서 이름도 Plage de Saline). 제법 긴 진입로를 따라 걸어나가면서 조금씩 보이는 바다가 조그마한 해변인 양 다가오지만...
... 실은 생각보다도 큰 해변이다. 게다가 파도도 잔잔하니 해수욕에는 딱일 듯.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다시 다음 스팟을 향해 출발.
언덕 위에서 바라본 Baie de Saint Jean의 모습. 주위의 언덕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Gouverneur 해변의 환상적인 물빛. 어서 내려가 보자.
Gouverneur 해변 진입로. 어느 해변이든 잘 가꾸어져 있으니, 관광객의 마음도 밝아진다.
해변에 모자반이 생각보다 많이 밀려와 있어 해수욕은 어려운 날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앞에서 여유를 즐기는 가족이 그저 부러울 따름. 다음에는 여유를 갖고 방문하리라.
섬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붉은다리거북. 생각보다 크지 않아 귀여운 느낌이다.
먹이라도 갖고 있는줄 알았는지 졸졸 따라오던 한 아이. 미안해 다음엔 먹이도 들고 갈게!
섬의 수도 Gustavia가 보이니, 이제 슬슬 섬 일주가 끝나가는 모양.
세인트 바르텔레미 섬 어디나 그렇지만, Gustavia도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고급지다. 항구에 정박한 수많은 요트를 보니 새삼 이 섬이 고급 관광지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프랑스령 영토에서 발견한 영국 성공회 교회.
교회 바로 앞 골목. 참고로 양 옆에 늘어선 가게가 대부분 고급 별장을 판매하는 부동산이다.
상점가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구경만 해도 즐겁다.
저녁 식사를 하러 방문한 식당. 전망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카리브해에서 즐기는 난데 없는 호사 (물론 다른 섬에도 고급 식당은 즐비하지만, 여긴 그냥 프랑스 본토 느낌이다).
칵테일도 내공이 느껴지고, 아뮤즈 부쉬도 맛깔나고...
... Hummus도 예상 외 수준급이다.
파스타도 대만족.
너무 마음에 들어 충동적으로 추가한 해산물 요리도 다시 한번 대만족.
깔끔한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마무리.
이제는 떠날 시간. 카리브해 섬 하나 하나가 모두 보석 같지만, 이 섬은 그 중에서도 밝게 빛났던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