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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Aug 24. 2024

카리아쿠 (Carriacou)

그레나딘 제도에서 가장 큰 섬… 은 정작 그레나다의 일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의 여행은 항상 위험했다. 감염도 감염이지만, 각종 규정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여행 계획이 예사로 틀어졌다. 그레나다에서도 자가 격리 규정 강화와 PCR 검사 지연으로 기어코 여행 계획이 틀어졌고, 그래서 카리아쿠에서의 여유 있는 2박은 결국 당일치기가 되어 버렸다.


항공편에 오르기 전부터 마음이 바빴다. 기껏해야 7시간 남짓한 시간에 카리아쿠 섬을 어찌 다 볼 것인가, 놓치고 돌아오는 것이 있으면 얼마나 아까울까 등등 생각에 우울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카리아쿠 공항에 내리니 뭔가 공기가 달랐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돌아가도 아깝지 않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당일치기 여행이 되면서 렌터카를 취소하고 여행사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니 마음가짐도 더욱 가뿐.


가이드 (겸 여행사 사장님) 에게 어디부터 가냐 묻자, 호방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침부터 먹으러 가야지. 아직 밥 안 먹었잖아?” 그래, 이게 여행이지.





카리아쿠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위해 그레나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탑승권에 좌석 번호가 안 적혀 있다. 물어보니 신기한 답이 돌아온다. “탑승할 때 앉을 좌석을 정해줄 거야.”


탑승 시간이 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탑승할 항공기가 9인승 (파일럿까지 10인승) 에 불과한 초소형 터보프롭기였던 것. 탑승객 모두를 비행기 앞에 모으더니 파일럿이 눈대중으로 사람들을 배치해 가면서 무게 밸런스를 맞춘다. 무거운 화물도 아니고 체중 안배가 운항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작은 항공기라는 의미.


그렇게 승객 5명을 태우고 출발한 비행기는 그레나다 섬 동안을 따라 카리아쿠 섬까지 운항한다. 작은 항공기로 겨우 25분 가는지라 높은 고도로 올라가지 않아, 졸지에 항공 투어까지 즐기게 되었다. 경험으로 보나 보너스 관광 (?) 으로 보나 가성비 최고의 항공편.





사람은 주변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복잡한 서울 출퇴근길에 일주일만 섞여 들어가도 성격이 급해지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당일치기 여행이 되었는데도 카리아쿠에서 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이유가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섬의 그 누구도 바삐 움직이지를 않고 여유가 넘친다. 거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사람들의 생활까지 배경에 곁들여지니, 딱 5분이면 그 여유가 전염된다.


단, 너무 여유 부리다가 비행기나 배까지 놓치지는 말자.





배를 채우고 배에 올랐다. 항상 바닷가에서 놀기만 했지 앞바다 섬까지 나가 보기는 처음이라 은근 설렌다. 일단 나가면 아무 것도 없으니 수건과 블루투스 스피커부터 술까지 충분히 챙겼다.


새하얀 백사장에 자리를 잡고 나니 먼저 카리아쿠 섬이 바다 건너에 보인다. 그리고 바로 앞에 한없이 투명한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바다가 좋다 못해 너무 좋으면 바다의 넘실거림이 해수욕을 권하는 속삭임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백사장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술 한 잔 하다 해수욕도 즐기기를 한 시간 여. 지상 낙원이 따로 없었다. 그날 저녁 피부가 벗겨지기 전까지는… 아무리 지상 낙원이라 해도 자외선 차단제는 충분히 바르도록 하자.





꼭 해봐야 할 일: 한가한 섬의 바이브 즐기기, 산에 올라 끝내주는 전망 감상하기, Sandy Island에서 물놀이 즐기기, (시간이 된다면) Tobago Cays 스노클링 다녀오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5~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겨울 대비 크게 더워지지 않음. 6월~12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남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윈드워드 제도 (Windward Islands) 및 그레나딘 제도 (The Grenadines) 에 속하며, 그레나다 섬 동북쪽 약 3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SVG Air (https://flysvgair.com) 가 그레나다 공항 (GND) 에서 하루 2편 직항편을 운항 (비행 시간은 25분 남짓) 하나, 비운항일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 확인 필요. 그레나다 공항까지는 한국발 행선지인 뉴욕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5시간 선).

입국 요건: 그레나다는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 체결국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이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동카리브 달러 (XC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USD = 2.7 XCD). 미 달러 받는 곳도 많으니 (단, 거스름돈은 XCD로 줄 수 있음) 미 달러와 동카리브 달러를 동시 소지하고 환율 계산해 유리한 쪽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 아울러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고 ATM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크지 않아 Tyrell Bay나 Petit Carenage 등 섬 외곽 원거리 이동 시에만 차량 필요. 택시는 공항 기준 Hillsborough (중심 마을) 까지 7~10달러 선, 섬 종단 시 3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50~60달러 선이나, 섬이 크지 않아 단시간 내 둘러보고자 하는 경우 택시 투어를 추천 (2~3시간 기준 70~80달러 선). 또한 경찰서에서 60 XCD에 temporary permit 발급 받아야 (3개월간 유효) 운전 가능하니 참고 (그레나다 섬에서 발급 받은 permit도 유효). 자세한 정보는 그레나다 관광청으로 (https://www.puregrenada.com/getting-around).

숙박: 호텔 (Mermaid Beach Hotel, Bogles Round House 등) 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Hillsborough에 위치 (일 100~150달러 선). 빌라 렌트도 가능하나 섬 외곽에 위치할 수 있으니 유의. 자세한 정보는 그레나다 관광청으로 (https://www.puregrenada.com/where-to-stay).

식당/바: 식당이 많지는 않으며, 주로 캐리비안 요리 또는 양식 제공. Paradise Beach Club, Bogles Round House, The Gallery Café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그레나다 관광청으로 (https://www.puregrenada.com/where-to-eat).

전압/콘센트: 230V/50Hz에 플러그 타입 G 사용 (즉, 영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473.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911, 의료 774), 그레나다 관광청 (+1-473-440-2001), 주트리니다드토바고 대한민국 대사관 (+1-868-622-9081/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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