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a man is tired of London, he is tired of life"
런던에서 보름동안 머물겠다는 얘기를 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왜? 런던에서 보름이나 할 게 뭐가 있는데?” "파리나 다녀오지 그래?"
그때마다나는, '런던에싫증난사람은인생에싫증난사람이다.'라는사무엘존슨의말을전해주고싶었다.
런던은 박물관의 도시다.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런던, 왕립 초상화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등등. 대부분의 유명한 박물관은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무료지만 소장품은 세상 그 어떤 박물관에도 견줄어 뒤지지 않을 만큼 매우 훌륭하다. 그 외 소규모의 미술관도 곳곳에 있는데, 그런 곳에서 소장한 작품들도 대규모 미술관에 비해 결코 처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상파 대가들의 그림이 다량으로 전시된 코톨트 갤러리,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소장한 켄우드 하우스, 렘브란트와 루벤스 작품을 비롯한 예술분야 전반의 명작을 만날 수 있는 월리스 컬렉션 등… 예술 작품만 보고 다녀도 보름은 모자라는 시간이다. 게다가 대중교통 박물관, 상표 박물관 등 별별 박물관이 다 있는데, 조잡하거나 장난스러운 소장품을 전시한 곳이 아니고 꽤 진지하고 유익한 내용을 전달한다.
런던은, 문학의도시다. 대문호셰익스피어는 잉글랜드의 중부 스트래트포드어폰에이븐의 상인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런던으로 이주하여 글로브극장에서배우생활을 했다. 예전에는 배우가 직접 극본을 쓰고 연기도 했는데,우리가아는다수의희곡은 이 시기에 쓰여진 것들이다. 작가 아서 코난도일이 가공해 낸 인물인 셜록 홈즈는 런던을 대표하는 탐정이다. 리젠트공원옆베이커스트리트 221B에는 셜록 홈즈의 집이 꾸며져 있어 그가 실제 인물이었나 착각하게 한다. 찰스디킨스는런던의뒷골목을배경으로크리스마스캐럴과올리버트위스트를창작했다. 제임스매튜베리의피터팬은세상에서가장인기있는 동화속 주인공일 것이다. 켄싱턴공원의북서쪽 모퉁이에는 피터팬과그친구들을주제로꾸민어린이놀이터가있다. 그 옆에는 다이애나비의 추모공원도 함께한다. 또한, 런던북부의킹스크로스 역에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가호그와트로이동할때사용하는 9와 3/4 승강장도재현해 두었다.토마스엘리엇이쓴 '지혜로운고양이가되기위한지침서'는뮤지컬캣츠의원작으로유명하다. 이언플레밍의제임스본드또한런던을중심으로활동하며실제로 MI6도런던에있지않나?
팝뮤직에대해서도런던은할말이많다. 런던출신의팝가수는롤링스톤즈, 퀸, 데이비드보위, 레드제플린, 조지마이클, 펫숍보이즈, 아델과콜드플레이까지... 듣기만해도심장이두근두근하는가수들의이름이다. 브릿팝이라는 장르를 따로 부르며 팝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클래식이라 부를만한 노래들이 넘쳐난다. 북아일랜드나스코틀랜드출신의가수는제외해도이정도다. 비틀스의에비로드스튜디오도런던에있으며, 오아시스는소호의좁은골목에서모닝글로리앨범의재킷을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