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강의

일에 대한 생각

by 강병호

저의 이야기를 그동안 100번 넘게 했습니다. 웃음을 주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며 “이제껏 들은 강의 중 제일 좋았다”라며 칭찬이 늘 있어왔습니다. ‘나 잘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이번에 경남 지역 군에서 도시재생대학 강의를 하며 보기좋게 망하고 돌아왔습니다.


강의하기 전부터 강의 들으러 오신 위원 한 분이 “강사님, 우리는 강의 오래 하는 것 싫어해요.”라고 하셨었습니다. 그러고는 강의 시작 전에 댁으로 가셨습니다. 저를 태워주시고 밖에 계시던 저희 아버지는 “주민 한 분은 주차장으로 오시더니 제네시스 타고 일찍 가시는 분도 있더라”라고 하셨습니다.


“지난주에 김석호 교수 강의 참 ~ 좋더라. 우리 실정에 딱 맞게 교육을 잘해주더라고!” 라며 강의 전엔 강의 평가를 하시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아, 나는 다음 주에 어떻게 평가될까.’ 싶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다시는 이 곳으로 강의 의뢰 받지 못하겠구나.’ 하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 강의는 ‘마을 상징물 개발’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늘 하던 방식으로 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팔짱 낀 6-70대 남성분들의 분위기는 줄곧 냉랭했습니다. 참석한 분들 중 마을 이장님은 제 이야기를 대놓고 하품하며 들으셨습니다.


늘 웃음 포인트가 되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어딜 가도 늘 웃으며 지나던 구간인데 아무런 반응도 없으셨고, 더 나아가 이장님은 제일 앞에 앉으셔서 “아휴~”하는 야유의 목소리까지 더하셨습니다. ‘뭐 이런 강사가 왔나’하는 태도로 마스크를 쓰셨으면서도 그 위에 손을 대시곤 하아암~ 하품을 크게 하셨어요.


모욕적이었어요. 굴욕적이었습니다. 왜 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지 공감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같은 아무것도 없는 마을에 왜 브랜드가 필요한가요?” “지원사업도 아직 안받아봤는데, 이런 로고 강의가 꼭 필요한가요?”라는 질문만 있을 뿐이었어요.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강의인데, 저는 6시 30분이 되니 더 이상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큰일 났다’


강의 운영 주최 측도 난감했을 것이고, 무대 위에 선 저 역시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적에 가까운 짧은 몇 초 사이에 저는 그동안 제가 강의를 해왔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저는 스스로 반성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만나온 청중들은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실 이유가 없었겠구나. 브랜드 교육을 받는데 강사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웃으며 공감해주실 필요도 없었겠구나. 아 정말 그동안 나는 좋은 분들과만 만나왔던 것이었구나.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리고 화자인 제가 신뢰가 가는 인물이어야 듣는 분들도 즐겁게, 그리고 집중해서 들으시게 될 텐데. 제가 가진 이야기는 소소? 사소? 소박한 것들 뿐이었기에 아무런 울림도 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시한 강사의 쓸데없는 이야기.’


밋밋한 이야기들로 강의를 듣는 분들의 시간만 빼앗는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통하는 강사가 아니라, 철저하게 실패를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은 3가지입니다.


첫째, 성공적인 강의가 되려면 강의 시작 전에 듣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중이 아닌 실제 브랜드를 개발 할 소수의 몇 분에게 실질적인 강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티키타카 주고받는 강의가 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이야기만 맹신했고, 일방적인 스토리를 전달하였기에 이번 강의는 실패했습니다.


처음 강의 기회를 얻었을 땐, 저는 들으러 와주신 분들께 미리 명함을 드리고, 인사를 하며 관계성을 싹틔웠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강의 시작 전에, 강사 소개 때 “마을 브랜드 50회 경험, 무슨 브랜드 디자인상 수상, 무슨 대학교 졸업” 과 같은 소개로 오히려 청중들에 대한 반감, 거부감을 더하였었을 뿐이었습니다.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하고, 집중받고 싶어 하고, 관심받고 싶어 합니다. 저는 그것을 놓치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둘째, 이번 강의를 하는 이유, 이 강의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를 도운 상태에서 강의를 했어야 했습니다. 왜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들으시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사소하고 소소한 제 일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최소한 저는 ‘왜 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지’를 설명하고 강의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들어줄 것이라 믿고, 제 일기장 속에서나 의미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갑자기 끄집어내어 발표하면, 듣는 이의 기대와 필요가 다를 경우 이번처럼 황당한 시간만 더 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 저를 만나는 그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강의 목적과 이야기를 하는 의도를 설명하고 강의를 시작해야 하겠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셋째,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교육 방식에 있어서 제가 개발한 브랜드 디자인을 갖고 설명을 할 때나, 좋은 국내외 사례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더욱 깊이 있는 설명이 더해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왜 이 강의를 듣고 있지?’ ‘와, 저런 필요가 있었어? 우리 마을엔 저런 접목이 필요하겠구나!’라는 듣는 사람들이 가질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주는 시간으로 강의를 재설계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정말 실패한 강의였습니다.

이전 05화덕업일치(르쌀토 인터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