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part1. 회사관련
- 회사소개 부탁드립니다
카리타스씽킹을 설립해주신 이주열 대표님과 2016년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헤르만 지몬이라는 경영 컨설턴트의 ‘히든 챔피언’ 강의와 투어를 참관하며 쉬는 날 ‘social impact lab’이라는 jp morgan이 지원하는 기관을 방문했었습니다. 여성, 인권, 환경 등의 분야에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소셜벤처들을 육성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카리타스 씽킹(이타적인 사고)라는 회사는 독일의 social impact lab과 같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소셜벤처, 마을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기업을 ‘브랜드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MYSC(김정태 대표)와 같은 사회혁신 임팩트 투자, 컨설팅 기업이 있고, 슬로워크, 써니아일랜드(심준우 대표)가 사회혁신 부문의 디자인전문회사로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 소셜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게 어떤 건가요?
social brand를 design 한다고 해서 social brand desig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외에는 파타고니아와 같은 기업이 소셜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기업이 실현하는 곳이잖아요. 국내 대표적인 social brand로 저는 발달 장애인의 일터 베어베터(이진희 대표), 순환자원 회수로봇 수퍼빈(김정빈 대표)이 대표적이라 생각합니다. 두 회사 모두 소셜벤처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있는 브랜드, 기업을 디자인(로고, 서체 디자인)하는 전문회사로 카리타스씽킹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 서체와 로컬을 연결시킨 사례
서울 마포구(유동균 마포구청장)는 10명의 서체 디자이너를 양성해 일자리로 연결시키고, 마포구의 정체성을 서체에 담는 프로젝트를 2019년에 진행했습니다. 서체와 로컬을 연결시켜 양화진, 홍대, 당인리, 난지도, 마포나루, 홍대 거리 등의 마포 지역과 문화를 홍보하고, 디자이너로 육성한 분들을 취업으로 연결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국내엔 서체와 로컬을 연결해 개발한 지방자치단체(시, 도, 군, 구) 현재 30곳이 개발했고(IDAS 석사학위 논문, 서체가 도시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cathy lee, 강병호, 2021) 추가로 10곳의 지자체가 서체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포천 하면 막걸리, 창원 하면 단감과 같은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서체가 대표적인 사례고, 선조들의 아름다운 목판 글꼴을 재해석한 전주 완판본체, 한글 궁체에 근원을 두고 있는 음식디미방 책자(장계향 선생의 붓글씨 서체)를 영양군이 브랜드 서체로 연결하거나, 추사 김정희 생가가 있는 충남 예산군의 추사사랑체 등 유명 인물을 콘텐츠로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인 로컬과 서체를 연결한 사례입니다.
- 서체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그리던 회사, 기업가로서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닮아가고 있는가요? 그렇다면 그 방향이 무엇인가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업을 돕는 일은, 저 역시 그 방향성에 동의하며 함께 걷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기업들을 돕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이번 주에도 월요일, 화요일엔 경북 문경의 문경읍 지역 활성화를 위해 모인 주민분들과 지역 브랜드를 개발하고, 금요일엔 경남 거제시 장승포 지역의 대표 상품인 100년 전통 장승포 막걸리 브랜드를 ‘도랑사구’ 브랜드를 개발하러 프레임시프트(강명국 대표, IDAS 석사 출신)와 경남 마을기업 토바기 협동조합을 만나러 갑니다. 일반 영리 기업과 달리 지역만의 공공성, 공동체성 등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브랜드입니다.
서체 디자이너로 현재 부여군, 금천구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로컬(지역) 브랜드 서체를 만들며 지내는데, 부여군 서체 역시 지역의 공동체성을 위해 지역 로컬 회사 지음(이혜선 대표, IDAS 석사는 cathy lee 교수님 제자, 현재는 박사과정 나건 교수님 제자)과 함께 브랜드 서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25개 기초자치단체 중에 인문 콘텐츠가 부재한 금천구에는 청년, 청춘에 대한 새로운 인문 콘텐츠를 창작하고 개발하는데 브랜드 서체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 서체를 만들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충남 부여군을 출장 다니며 부여 지역만의 백제 문화 형태가 눈에 들어온 게 백제성의 ‘치미’ 형태였습니다. 높은 기상이 느껴지는 형태가 독특해 한글 이응(ㅇ)의 상투에 이 형태를 담아 표현해봤습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서체가 공공재로 무료로 배포되기 때문에, 이 서체를 사용할 디자이너, 일반인들이 필요로 하는 서체의 형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필요에 맞는 유료 서체를 대신하여 쓸 만한 무료 서체로 큰 방향을 먼저 정합니다.
서체는 그 로컬(지역)만의 특징을 담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활용될 만한 서체를 만드느냐’입니다. 현재 40곳의 지자체(지역) 서체가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자주 사용하게 되는 서체는 4-5곳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입니다. 개발되어도 사용하지 않는 서체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서체는?
아직 애착이 가는 서체는 서울 마포구 서체 밖에 없습니다. 제가 만든 서체라고 해봐야 서울 마포구(2019), 강원문화재단(2020) 서체 2개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회사(윤디자인)에서 근무할 때 경기도 포천(2014), 경기도 고양(2015), 전라남도(2016), 창원(2021) 서체는 영업만 담당해서 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요.
지금 만들고 있거나, 만들 예정인 충남 부여군, 서울 금천구 서체가 앞으로 애정을 갖게 될 서체가 되겠습니다.
- 여러 번의 좌절에도 서체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회가 왔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기적처럼 2014년 포천 서체, 2015년 고양 서체, 2016년 전라남도 서체를 입찰이나 수의계약의 형태로 수주하게 되어 서체를 포기하지 않고 영업, 관리 측면에서라도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2019년 마포구 서체, 2020년 강원문화재단 평창 대관령음악제 서체, 2021년 충남 부여군 서체, 2022년 서울 금천구 서체 등 실낱같은 희망으로 매해 기회를 얻어 가능했습니다.
-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디자인 툴 연습이 필요해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 재능이 없었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관심과 재능이 있다면 많은 사례를 알고 있을 것이고, 그 일을 하는 것에 있어 문제는 툴 tool(디자인 개발을 위한 툴, 어도비 포토샵뿐 아니라 연필 스케치 등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도구) 다루는 것이 서툴다는 것뿐입니다. 제가 IDAS에서 4년간 배운 건, 우린 모두 창조적인 존재(creative confidence)라는 겁니다. 저도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툴 다루는 능력을 더 키워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하루지만, 매번 연필을 들고 종이에 로고를 그리고, 서체를 그려요. 너무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part.2 개인 관련
- 어떤 포인트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 상호 등을 보며 '이건 무슨 서체다, 저건 무슨 서체다' 하고 중얼거리며 소위 '서체 덕질' 을 하던 사람이 이제는 지역을 상징하는 서체를 만들고 로고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완벽한 덕업일치가 있을까요?
- 좋아하는 일이 업무가 되었을 때 오는 스트레스나 힘든 점은 없나요?
로고나 서체 디자인을 너무 못해서, 너무 하기 싫어해서 스트레스가 많고, 힘든 일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의뢰가 와서 하게 되었지만 가만히 그 일만 할 수 있지 않고 제 삶의 대부분은 일상을 살아내는 생업을 위해 출장을 다니거나, 편집 디자인 일을 하거나, 로고 디자인 일을 하거나, 강의를 하러 다닙니다. 급한 일을 처리하고 서체 디자인을 해보려 하지만 잘 집중되지 않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됩니다. 잘하고 싶은데 그만큼 애정을 쏟지 못해 힘들어요. 경제적 자유함이 생긴다면 단연코 서체만 디자인하고, 연구하고 지내고 싶어요.
- 확신을 갖고 ‘평생 이 일을 해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따로 있을까요?
대학 졸업 즈음 어떻게 살까 고민을 하게 되는데, 저는 친구와 대화 나누다 어린 시절 친구에게 손글씨 칭찬을 받았던 게 기억났어요. 제 장점은 손글씨가 예쁘다는 것이었어요.
이 손글씨로 먹고사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싶었어요. 캘리그래피 작가가 되거나 강사가 되는 것, 서체 전문회사에 입사하는 것. 이렇게 2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학부 시절 내내 ‘한글’이라는 문화콘텐츠로 축제를 기획하거나, 조형물을 만드는 걸로 졸업작품을 했었는데, 막상 한글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콘텐츠라고 하지만 한글문화콘텐츠로 떠올릴 만한 것이 없다 여겼었어요.
그 접점에서 캘리그래피 작가나 강사 말고, 서체 전문회사에 들어가 도시별 서체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독특한 경관문화, 한글문화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대한민국 각 도시마다의 고유한 서체를 개발해 표지판, 간판, 공공 디자인에 초석이 되는 일, 다양한 영역에 도시 서체를 접목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시작했어요.
- 대표님만의 서체 개발 프로세스가 있을까요?
(1) 우리 일상에 필요해 보이는 서체의 형태가 어떤 게 있는지 스스로 분석해보고, (2) 1~2 글자, 10~20 글자 정도의 짧은 문장으로 구조를 그려보고, (3) 이 서체만의 특징(컨셉)을 구조나 조형에서 만들고 (4) 서체를 한글, 영문과 숫자, 특수문자로 파생해요.
- 대표님 소개
안녕하세요. IDAS 디자인학 전공 1학기 강병호입니다. 주식회사 카리타스씽킹이라는 소셜 브랜드 디자인 회사에서 지역 로고나 지역 마을기업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표준협회 도시혁신팀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 만의 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브랜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르쌀토 인터뷰 중, 2022. 0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