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은 어디선가 한글을 쓰고 나도 어디선가 글을 쓰고

일에 대한 생각

by 강병호

주성희 기자님의 이 글이 2012년 ~ 2022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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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말, 학과 선배님들이 졸업작품회를 열었다. 학과 건물 3층 강의실을 간이 전시실로 만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서 본 건 ‘광야’였다. 선배님이 쓴 '광야'가 아크릴 여러 장으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글씨를 입체적으로 본 첫날이었다. ’이렇게 글씨를 쓸 수도 있구나 ‘ 충격을 받았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졸업작품회 뒤풀이에 갔다. 광야를 쓴 선배님께 “너무 잘 봤다”는 말을 남겼다. 어떻게 하신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정문 앞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벽면에 선배님이 정성스럽게 적어둔 성경 문구를 봤다. 이후 5년에 한 번 꼴로 선배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 사이 선배님은 윤디자인에 입사했다가 창업을 하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SNS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졸업작품회 후 꼬박 10년이 흘렀다.


한글날에 선배님을 꼭 한 번 인터뷰해보고 싶었다. 지난해는 지나고 보니 한글날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수습 3개월 차였다.


올해 한글날은 지나칠 수 없었다. 벼르고 별러 선배님께 인터뷰 요청을 했다. 서로 거리가 있어서 서면으로 진행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꿈, 확신, 한글에 진심인 마음들은 잘 전달받았다. 신기하게도 그 마음은 내게 응원을 보내는 것만 같았다.


선배님은 어디선가 한글을 쓰고 나도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다. 자기 할 일을 하고 자기 일상을 성실히 살고 있다. 멋진 선후배 사이 같다. 학과 지도교수님에게 자랑해야지.


경남도민일보 1면, 주성희 기자, 2022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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