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소금빵

기호 식품의 적정가 논쟁

by Writingonthewall

모 유명 인터넷 방송인이 시중에서 3,4천원 가량에 팔리는 소금빵을 개당 990원에 파는 팝업 스토어를 런칭한 것을 계기로 생활 물가에 관련한 오랜 문제 의식 가운데 하나가 새삼스럽게 점화됐다. 한국의 농업, 축산업 규모가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아 식자재 원가가 비싸고 빵에 대한 소비가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가 이룩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중의 평균적인 빵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인데, 삼시세끼 주식으로 먹는 생필품도 아닌 기호품의 적정하고 공정한 가격을 무슨 기준으로 매길 것이며, 설령 여러 기준에 비추어 한국의 빵값이 객관적으로 비싼 게 맞다 해도, 왜 안먹으면 그만인 빵이 비싼 게 문제라는 것일까?


여러모로 지금의 빵값 논란은 잊을만 하면 타오르는 치킨값 논란과 많은 유사점을 공유한다. 둘다 정 못사먹을 정도로 비싸면 안사먹으면 그만인 기호 식품이고 저렴한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비싼 사례만 인용해서 폭리이고 거품이라며 욕을 해댄다. 흔히 유럽, 일본의 빵값이 한국 빵값이 거품이라는 논거로 거론되는데, 그 과정에서 유럽은 우리가 쌀밥 먹듯 빵을 먹는 빵 주식 문화권이며 일본은 인구 대비로 따져도 우리보다 3배 이상 빵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 제과제빵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된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비싸서 못먹겠으면 시장 통닭, 마트 치킨, 후참잘 같은 한 마리 만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대체재들이 시장에 얼마든지 있고, 하다못해 유튜브 셰프들 레시피 따라하면서 집에서 해먹는 방법도 있다. 다른 모든 요리가 그렇듯이 치킨도 발품 팔아가면서 직접 만들어먹으면 시중가의 절반 이하 값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음식의 소위 '싯가'가 만드는 사람의 노동력, 인건비가 반영된 결과인 것을 생각하면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빵도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처럼 시중에 비싼 빵만 있는 게 아니다. 편의점 빵만 해도 개당 1,000원에서 2,000원 사이 가격대에 주로 포진해 있고, (소비기한 안에 다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창고형 마트에서 수십개 단위로 포장해서 파는 빵도 있고 지하철역 등지에 있는 천원 빵집도 있고 치킨처럼 빵도 사먹는 본인이 조금만 공들이면 생지를 사서 구워먹든 직접 반죽을 해서 먹든 싯가보다 싸게 먹을 경로가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저렴한 빵, 치킨은 품질낮고 맛 없어서 먹기 싫고 직접 해먹기는 귀찮아서 교촌, BBQ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치킨, 대놓고 프리미엄 붙여나오는 번화가 베이커리 빵을 사먹으면서 비싸다고 하면 어쩌란 말일까? 빵값, 치킨값에 정말 거품이 껴있고 치킨집, 빵집 사장들이 말도 안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그 폭리를 취하게 하는 건 누구인가? 거품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먹는 소비자들이 아닌가?


애당초 폭리이고 거품이 꼈기 때문에 문제라는 논리 자체가 문제다. 사업이라는 건 본래가 이윤을 내기 위해 하는 것이지, 사회에 공정 가격으로 재화를 공급하기 위해 하는 봉사 활동이 아니다. 사기나 강매를 통해서가 아닌 이상, 폭리가 성립한다는 건 그 돈 주고도 소비할 사람이 많다는거고, 결국 사람들이 해당 재화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케이블 타이, 비닐 봉지 따위에 브랜드 로고 붙여서 수십만원대에 팔아먹는 터무니없는 사례라 해도 그렇다. 누구도 그것을 적정 가격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소비하지 않는다면, 그 가격에 팔리고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빵집과 치킨 프랜차이즈들에는 명품 브랜드들만큼의 이름값도, 충성도도 없다. 빵이나 배달 치킨 따위를 있어보이려고, 또는 자기 표현의 일환이라 생각해서 사먹는 사람은 없다. 통큰치킨, 당당치킨 같은 상품이 시중에 등장할때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자영업자 죽이기라는 해묵은 레토릭이 매번 인용된다는 건 배달 치킨이 소상공인이라는 타이틀에 매개된 언더 도그마에 기대지 않으면 안될 만큼 특별한 비교 우위, 시장 지위가 없고 가성비 있는 대체재가 등장하면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갈아탈 유인이 있는 업종이라는 것이다. 990원 소금빵에 기존 빵집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 역시, 영업이익률이 7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엔비디아의 GPU처럼 비싸도 어쩔 수 없이 소비해야 할 수준의 메리트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과연 비싼 게 문제일까. 사실 비싸다는 건 말뿐이고 실상 사람들은 치킨과 소금빵을 그야말로 미친듯이 소비하고 있다. 한 마리 2만원 꼴의 배달 치킨은 배달 음식 문화가 보편화된 이래로 변함없이 배달 음식 주문량 수위권을 지키고 있고, 한 개에 3,4천원씩 하는 소금빵 역시 SNS 트렌드의 한 축을 주도하며 성황리에 팔리고 있다. 소비하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고 질적, 양적으로 수많은 대안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실 그 비싸다고 여겨지는 값이 제 값이라는 뜻이다. 본디 재화의 적정 가격이라는 것은 사물의 물성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책정하고 사는 사람이 승낙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싸다고 느끼면서도 사람들이 꾸준히 사먹을 정도의 품질과 맛이라면, 소금빵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충분히 그 가격에 팔아도 되는 음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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