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슈퍼 히어로 무비에서 묘사되는 것과 같은 초인이 실존한다면, 그는 거의 신적인 권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모범적인 인간상에 가까운 슈퍼맨보다는 홈랜더에 가까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을 위력으로 통제할 수 없고 도덕적 기준 하에서 재단할 수도 없음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초인을 처벌하려 하면, 그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경찰과 군인들을 간단히 도륙낼 것이다. 초인의 도덕적 결함은 그가 (외계 세력의 침공같은) 인류의 실존적 위기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이유에서 묵인되거나 또는 그를 누구도 적법하게 통제하고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규범에의 절대적인 예외로 만들 것이다.
그는 자신의 충동과 욕망을 자제할 어떠한 이유도 없음을 깨닫고 실제로 자제력을 잃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도 초인의 범죄를 기소하고 처벌할 수 없기에 그가 저지르는 어떤 것도 잘못일 수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 히어로는 현실에 없는 편이 낫다. 홈랜더가 타인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장난감처럼 다루는 데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일 수밖에 없는 건 그가 무엇을 하든 누구도 그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겸양, 절제, 중용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함양해야 할 미덕으로서 널리 권면되는 까닭은 그러한 태도의 당위 이전에 다수의 평범한 인간들은 자기 주변의 타인을 무시하면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속마음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겸손하고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협조적인 인간상을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건 단지 그렇게 행동하는 게 옳다는 걸 알아서 또는 타인과의 화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선한 본성을 타고나서가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타인에게 미움받고 고립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례함에 잇따를 사회적 제재에 대한 불안이 없다면, 인간은 얼마든지 무례해질 수 있다. 모든 무례함은 내가 누군가를 무례하게 대해도 그가 나를 어쩔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불가피한 자각에서 비롯된다. 연예인, 재벌 등 몇몇 유명인들이 소위 '갑질'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는 것은 그들이 곧 그처럼 자기 주위의 '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해도 현장에서 누구 하나 반발하지 못할 만큼, 관계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제의 '갑'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직종에서 흔히 체감할 수 있는 일부 고객들의 진상 행각 역시, 각 기업, 업장들이 그들 영업의 기반인 고객에 대해서 아무런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반면, 업체들이 고객의 컴플레인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고객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행된다.
독재자들은 그들의 집권이 성공적일 수록, 점차 그들이 당초에 권력을 거머쥘 수 있게 해주었던 본연의 판단력과 총명함을 잃어간다. 왜냐하면 누구도 독재자의 권위와 판단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에, 그는 어느순간 스스로를 결코 오판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바로 그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하는 자라는 이유에서 지혜로울 필요도, 올바를 필요도 없다. 충분히 성공적인 독재자의 모든 실패는 그의 신화적인 권위에 의해 사후적으로 정당화된다. 무언가가 잘못된다면, 그것은 지도자의 오판에 의해서가 아닌, 지도자의 선의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실무자들의 부족함, 또는 반동 분자들의 악의적인 사보타주에 의해 초래된 것일 뿐이다. 따라서 독재자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 그 결정이 구체적으로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게 되고 어떤 결과를 남기게 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독재자가 내리는 결정은 원리적으로 틀릴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단지 매 순간 그가 원하고 옳다고 믿는 것을 하면 된다. 그래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모든 정보기관은 본질적으로 초법적이다.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월권, 즉, 인신 납치, 암살, 매수, 무분별한 감시와 도청, 사생활 침해와 같은 사항들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충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시도는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를 다만 조금 더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차원으로 끌어들일 따름이다. 정보기관의 핵심적 특징은 원칙적으로 관계자 이외에는 누구도 -각국의 최고 실권자조차- 그 안에서 계획되고 실행되는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곧 그들의 위법을 적발하고 정죄할 방법이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초법적인 본질은 그것이 기초하는 제도적 권위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정보기관의 운영 주체인 국가는 정보기관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공인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것으로부터 아무런 '공식적인' 권위와 결정을 관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보기관을 진정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법률이 정식화 할 수 있는 공인된 사실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체계적인 규범의 대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