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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각]_4: 무위고와 과로 사이의 존재

두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용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by 성장흐름


무위고는 할 것이 없는 고통, 과로는 할 것이 매우 많아서 힘듦을 의미한다. 두 고통의 의미는 정반대이지만, 둘 다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괴롭히는 녀석들이다. 이 글에는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 양쪽이 어떨 때 발생하는지, 그리고 생산적인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기록한다.



무위고 : 고독과 역할상실


내가 "무위고"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순간은 중학교 때다. 당시 도덕 선생님께서는 노인의 4대 고통 중 하나가 바로 '무위고(할 일이 없는 고통)'라고 하셨다. 엄밀히 말하면 이 고통은 비단 노인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청년들도,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도 비슷하게 공허함을 느낀다.


무위고는 개인이 속한 환경에 따라 나뉜다. 하나는 사람의 생활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 다른 하나는 사람이 매우 안정적일 때 나타난다.


첫 번째의 무위고는 '할 것을 찾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안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불안이 그 개인의 무능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아.. 나 오늘은 뭐 하지.. 내일은 뭐 하지..' 이런 생각이 반복되다가 끝내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사람은 삶의 생기를 잃고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단순히 말하자면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백수가 이 무위고를 느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두 번째 무위고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매우 안정적'일 때 발생한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풍부한 삶을 누릴 때 무위고를 느낀다는 것인가? 이때의 무위고는 '할 것을 찾지 않음'에서 기인한다. 어차피 의식주에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는 상태에서 별다른 생산 욕구가 들지 않는 것이 그 예가 된다. 생존에 대해 걱정할 거리가 없으므로 그 사람은 '굳이 무언가를 찾지 않아도'되는 셈이다.


나는 굳이 판가름했을 때, 첫 번째의 무위고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불안증이 무능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두 번째 무위고는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적인 여건이 충분하다. 하지만 첫 번째 무위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열정과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극복하기 힘든 경우다.


과로 : 끝없는 자기 착취


종종 택배원이 과로사했다는 기사를 듣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과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인 업무로 인한 고통 외에, 기한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사람들과의 갈등이 더해지면서 과로는 더욱 심해진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주중 근로시간이 높은 편이다. 김누리 독문학 교수는 이 사회의 구조를 끊임없는 자기 착취 모형이라고 평가했다. 학생일 때는 계속 책상머리에 앉아 경쟁하듯 공부한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은 직장 생활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착취한다. 직장인의 경우, 설령 퇴근을 하고도 상사의 지시 문자에 골병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의지와 자유함을 활용하는 지혜

무위고와 과로, 이 둘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생각'이 먼저이다.


늘 말하지만,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과의 끊임없는 관계 가운데서 일하고 자라는 존재가 사람이다. 이 글에서 다룬 '무위고와 과로'를 극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삶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일을 계획하는 습관, 약속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마음의 양식을 먹는 것- 이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 종국에는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단연코 '지혜로운 생각'이다.


가령 나에게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려고 하는 마음,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찾아갈 용기, 자기가 계획하고 하게 될 일을 그 자체로 사랑하려는 마음가짐. 이런 지혜들이 마음에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 위로 쌓는 행동들은 실천이 아닌 노동이 될 뿐이다.


그다음으로는 몇 가지 간단한 적용점을 세워볼 수 있다. 무위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하루에 꼭 하여야 하는 일들을 전날에 계획하는 것이다. 가벼운 아침 산책과 독서라든가, 오랫동안 인사하지 못했던 친구와 연락하는 것 말이다. 봉사활동처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더욱 좋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계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일들을 통해서 성장할 자신을 기대하는 것이다.


과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는 일이 몰려서 스트레스받는 경우를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과제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제가 확정된 이상, 나중으로 미루어봤자 처리하는 속도는 비슷할 것이다. 잠깐의 편안을 위해 일을 미뤘다가 스트레스를 받느니 바로 하는 것이 유익하다.


또 다른 과로 예방법은 사서 고생하는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루한 것이 싫어서 한 주를 거의 약속으로만 채운 적이 있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재미는 있었지만 그만큼 힘든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그는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머지 이리저리 발로 뛰다가 결국 자신의 스케줄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였다. 본인의 기량과 능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 과로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 밖의 일들을 적당히 쳐내는 것이 필요하다.





트리비아


나는 '과로'라는 단어를 두고 생각하면서, 정말 바쁘게 사는데 자기 착취가 아니라 워킹 홀릭으로 보이는 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분은 야자 감독이 아니어도 늘 밤 9시, 10까지 교무실에 남으셨다. 주말이 보장되는 교사지만 공휴일, 주말을 구분하지 않고 늘 배정된 자리에서 계속 공부하며 고민하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생활에 전혀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히려 일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기 일'에 열정을 쏟고, 그의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기여하는 모습이 가끔은 아름다워 보였다.


마지막으로, 연예인 유재석 님의 20대 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유재석 씨는 후회되는 행동을 했던 일이 있나요?'라는 방송 중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딱히 후회되거나 그럴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20대 때, 일이 잘 안 풀리고 정말 내일은 뭐 하고 살아야 하지 모를 때 침대에서 멍하게 보낸 시간들이 있습니다.'


'제가 후회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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