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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흐름 Oct 02. 2020

케세라세라,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Que sera sera, 영어 단어 하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


 이번 학기에 영어 수업을 하나 듣는다. 다른 과목이 전부 수학, 역학으로 가득한 공대생에게 영어는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과목이다. 비록 온라인으로 듣는 수업이지만, 미끌미끌 굴러가는 원어 교수님의 발음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미국 여행 중인 착각이 든다.


Still waters run deep : 깊은 물은 고요히 흐른다.

Variety is the spice of life: 다채로운 경험은 인생을 즐겁게 한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 정직은 최고의 정책이다.


 가끔은 이들처럼 교훈을 남기는 영어 표현을 배운다.


'오호라.. 한글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단어들인데, 영어로는 이렇게 쓰는구나..'


턱을 괴고 수업을 듣다가도 감명 깊은 단어, 마음이 울리는 단어를 배우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추석 연휴에 다른 수업들은 전부 휴강이었다.(수학, 열역학, 유체역학..) 하지만 이 영어 과목만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보통 수업이 있으면 짜증날만도 한데, 이번은 예외였다. 오히려 연휴가 너무 길어져 내 컨디션도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짧은 수업이라도 하나 듣고 싶었다. 그래서 별 다른 느낌 없이 수업 영상을 클릭했다. 딱 첫 문단에 적은 것처럼, 미국 여행을 떠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교수님의 선물은 맨 마지막 "Word of the Day"챕터에 있었다. 교수님은 항상 수업 마지막 몇 분 동안에 <오늘의 단어>를 소개해주신다. 이번 주차의 단어는 C'est lavie와 Que sera sera였다.


 "C'est lavie"는 기대하지 않은 일이 닥쳤을 때, "그것 또한 인생이지." 하며 웃어넘기는 어조의 표현이고, "Que sera sera"는 스페인어로 "때가 되면 알게 돼."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내 시선을 끌은 녀석은 "Que sera sera"였다. "될 대로 된다, 걱정하지 마라."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 단어에 반해 모니터의 까만 글씨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길가에서 딱 내 취향의 옷을 발견했을 때, 다리는 앞으로 걷고 있어도 고개는 옷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윽고 교수님은 노래를 들려주며 수업을 마치었다.


제목은 "Que sera sera"


When I was a little girl,
(내가 작은 소녀였을 적에)
I asked my mother
(나 엄마에게 물었죠.)
what will be?
(제가 커서 무엇이 될까요?)
Will I pretty?
(내가 예뻐질 수 있나요?)
Will I be rich?
(부자가 되나요?)
Here's what she said to me.
(이윽고 엄마가 내게 들려주셨어요.)

Que sera sera,
(케세라세라,)
Whatever will be, 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The future's not ours to se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Que sera sera,
(케세라세라,)
whatever will be, 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그래, 앞날은 확실히 알 수 없다. 앞으로 기쁜 날이 더 많을지, 슬픈 날이 더 많을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함뿐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바로 그 불확실함이 확실하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지, 어떤 사람을 만나며 살아갈지는 쉽게 예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완전히 지나간 후에는 확실해진다. 대학생이 되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며칠 정도는 머릿속에서 사라졌지만, 어쨌거나 돌아본다는 차원에서 고등학교 시절은 확고한 사실이 되었으니깐.


 그래서 지금의 불확실함에 몸부림칠 바에는 언젠가는 확실해진다는 것을 믿고 살아내려고 한다. 이런 자그마한 소망으로 하루 한 달, 일 년씩 쌓아가 볼 테다.


 지금 내 나이의 두 배가 되어 2020년도를 다시 돌아볼 때는 어떤 느낌일까? 그때는 지금이 확실해진 과거일 텐데 말이야. 그때의 나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다 알고 있을까? 사실, 지금은 모른다는 거지. 가 봐야 안다는 거지. 그러니 언젠가 확실해진다는 것을 믿은 채로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불확실한 시간들 중 단 몇 초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 케세라세라.


무료하고 따분해서 힘이 없을 때,

앞이 불확실한 것 같고 어두울 때,

이 단어를 기억 속에서 꺼내보자.


Que sera sera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Doris Day-Que sera sera [한글자막]


Doris Day-Que sera s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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