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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흐름 Oct 14. 2020

특별하지 않은 날도 더없이 소중하지.

특별한 날은 좋은 날, 평범한 날도 좋은 날


특별한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는 뜻을 지닌 '특별', 우리는 특별한 것을 유독 좋아한다. 특별한 저녁 식사, 신상 스페셜 등등.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범한 일보다는 특별한 일이 더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아, 오늘은 좀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면서 말이다. 기억도 가물한 중학생 시절, 한 달치 급식표가 나오면 월화수목금 중 특식이 등장하는 요일에 형광펜으로 별표를 치던 모습처럼.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특별함만을 좇다가 평범한 일들에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친구와 놀러 가기로 기약한 특별한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다른 요일은 허망하게 보내고 있으면 안 된다. 차라리 그 특별한 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평범한 날들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


 '특별한 존재'가 있기 위해서는 '평범한 존재'가 먼저 있어야 한다. 영웅 소설을 보면 그 주인공들은 어릴 적부터 비범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비범하다는 게 뭐지? 비범하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일들이 반드시 있어야 특별함이 진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걸출한 영웅이 있으면 무엇 하나, 평범한 백성들의 이야기가 꼭 있어야만 영웅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딱 내가 그랬다. 한 달을 살아도 특별한 며칠을 기대하고 나머지 요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특별한 날을 보내고 나면 그다음 날은 어딘가 기분이 꿀꿀했다. 분명히 평범한 하루로 돌아온 것뿐인데 특별한 하루를 보냄으로 인해서 내가 바라는 내 삶의 기대치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평소 하루 50점 정도의 행복을 느끼다가 90 또는 95점의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음날 60점, 70점을 받아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이것은 건강의 문제가 아니고 단순히 감정의 낙폭이 만들어낸 일종의 스트레스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하며 맥을 짚어보니, 열정을 태우며 하루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와버렸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하루가 조촐하게 보였다. 그래, 돌아보면 확실히 그랬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날이라도 책상에서 온 마음을 다해 책을 읽거나 공부하면 잠들기 전에 기분은 최고였다. '아, 나 오늘 하루 진짜 잘 보냈다.'는 마음이 내 정신을 가득 채웠으니까.


'어쩜 이렇게 하늘은 또 파란 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하루를 '좋은 날'로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자신이다. 하늘이 아름답도록 푸르러도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저 파란 파장으로 채워진 공간일 뿐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을 환기하려고 한다. 남이 보기에는 무미건조한 일상이라 하더라도 스스로의 최선과 긴장을 지키며 평범한 하루도 '좋은 날'로 기억할 것이다.


 특별한 날 평범한 날을 비교하지 않고 몽땅 끌어모아서 한 달을 행복하게 보냈노라고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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