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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흐름 Dec 03. 2020

"아무개 씨"와 "아무개 님"

 어색하지만 재밌는 표현들

공대 2학년 학생 (21살)


 살아오는 동안 기껏해야 <상우야> 또는 <아들!>로 불리는 게 전부였던 나는 새로운 호칭을 들을 때 어색함을 느낀다. 구청에서 잠깐 일할 때 "상우 씨"로, 학원에서 "선생님", 브런치에서 "작가님"으로 불릴 때가 딱 그랬다.


 그중에서도 유독 어색한 표현이 있는데, 바로 누군가가 나를 "상우 씨" 혹은 "상우 님"이라고 부를 때다. 이 말을 들으면 꼭 내 스타일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든다.


 며칠 전에 알게 된 사진작가님도 나를 "상우 씨"로 부르시더라. 나이차가 한 살밖에 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궁금증을 못 이기고 여쭤보았다.


명쾌한 설명



    국립국어원에 실린 호칭 " 씨「012」"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았다.           

                                             

((성년이 된 사람의 성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공식적ㆍ사무적인 자리나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21살인 나를 기준으로 한다면, 20살인 <민석>과 <기백>에게는 <민석 씨> , <기백 씨>라고 불러도 무방하나, 22살인 <원준>에게는 <원준 씨>라고 부르는 것은 전통상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 된다.






그럼 하나 더,  " 님  「001」"을 알아보자.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씨’보다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씨'보다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씨"와 "님" 모두 상대방을 높이거나 대접하는 차원에서 붙이는 의존명사이지만, "씨"는 아랫사람에게 주로 쓰이는 반면, "님"은 "씨"에 비해 더 공손한 표현이며 나이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이다.






"선배님"에 따라오는 "후배님"


 단어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정확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달라짐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의 표현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설명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의를 중시하는 나라이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윗사람도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구청에서 잠깐 일할 때 알게 된 계장님이 한 분 계신데, 그분께서도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나를 가리켜 <후배님>, <상우 후배님>으로 불러주시곤 했다. 그 당시에도 나는 새로운 호칭이 굉장히 어색했지만, 보호받고 배려받는 기분이 더 좋았다.




 이번 학기에 전공과목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편성된 모둠원들의 학번을 슬쩍 보아하니 내가 막내임이 확실했다. (필자는 19학번이고, 나머지 팀원들은 전부 17학번이었다.)


 하지만 소통할 때 나이를 구분하여 부르지는 않았다. 모두가 "~~ 씨"와 "~~ 님"을 섞어서 부르고 있었다. 나는 "~~ 님"은 극 존칭이고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 "~~ 씨"를 주로 사용했는데, 서로 나이를 다 밝힌 상황이었다면 내쪽에서는 "~~ 님"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여기에도 조금 웃긴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팀원 6명 중 한 명은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같은 과 누나였다. 1학년 때 같은 조에서 실험을 했었고 그때 친해져서 이미 말을 놓았는데, 이번 팀플에서는 다시 "~~ 씨"로 부르는 게 낯설었다. T.P.O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르게 불러야 한다는 게 정말이지..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


ex)

내가 회사에서는 형이라 부르지 말랬지?

/ 아.. 알았어, 형..

/ 너 지금도 형이라 하잖아!


 




 나는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라면 존칭보다는 말을 놓는 것을 좋아한다. 호칭 문제도 마찬가지다. "선배님"보다는 "형"이라고 부르는 게 훨씬 편하고 좋다. 비슷한 느낌으로, 교회에서도 "형제님, 자매님"보다는 "형, 누나"로 부르는 게 더 정감 있고 친밀감 있게 다가온다. 그렇게 말을 놓고 편하게 대화를 하다 보면 빨리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말을 놓느냐 마느냐도 사람들의 취향 차이고, 스타일에 따라 다를 것이다. 본업이 있는 다른 작가님들의 일상 글들을 참고하면, 말을 놓는 것을 불편해하시는 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적당한 거리감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


 말을 놓는 것은 상호 간에 지속적인 관계가 보장되어있고, 서로 친해지고 싶을 때 가능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젝트 상에서도 "~~ 님", "~~ 씨" 대신 "아무개 형"으로 이야기할 수는 있었겠지만, 괜히 친해진다면 회의 진행이 늦어지는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상우>라는 이름보다 직함으로 혹은 <상우 씨, 상우님>을 듣는 날이 더 많아지려나? 그때는 어색함 없이 잘 들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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