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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men Jan 02. 2018

3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

2018년의 첫 번째 날. 작년도 작년이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게 된다.


2015년 초에 광고 세일즈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로 커리어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뒤 3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 사이에 한국 직딩에서 미국 대학원생이 되었고, 올해부터는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계획을 세우기 전에 그간의 여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015년, 유학 준비

회사를 다니며 유학을 준비했다. 유학 준비는 크게 시험, 선수과목 수강, 그리고 학교 지원하기로 이루어졌다.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나의 거의 모든 시간과 돈을 유학 준비에 올인했다. 구체적으로:


3~5월: 토플

6~7월: 수학, 코딩 공부

7~9월: GRE

9~12월: 방통대, 사이버대에서 선수과목 3개 수강

11~12월: 대학원 입학 에세이(SOP) 작성, 학교 지원


유학 준비는 출근 전, 회사 점심시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했다. 다행히 다니던 회사가 토플, GRE 학원과 도보 10분 거리에 있었고 회사 주변에 스터디 카페들이 있어서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칼퇴가 거의 가능한 직장이었다. 꽤나 좋은 조건이었지만 잠이 모자란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퇴사 후 찾아가 본 내 자리. 그대로였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건 남편과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 으쌰 으쌰 격려해준 것과 유학 도전의 기회가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 토플은 최소점만 넘기고, GRE는 점수만 만들고 (두 시험 다 한 번씩만 봤음), 에세이는 유학원 대신 나 혼자 쓰고 미국 친구한테 교정을 받아서 완성했다. 유학 준비 자체가 피곤한데 너무 잘하려고 하면 더 피곤하니까.


회사도 유학 준비에 도움이 되었다. 유학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직장 다닌 이래 가장 열심히 월급을 저축했다. 더 중요하건 내가 다닌 회사가 데이터로 먹고사는 회사였기 때문에, 비록 내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만든 프로덕트를 고객들에게 설명, 교육하면서 데이터와 관련된 도메인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 경력은 대학원 지원 에세이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2016년, 유학 준비와 유학

대학원 합격 소식은 1월에 들었지만 회사는 5월까지 다녔다. 그 사이에 방통대, 사이버대에서 선수과목 2개를 수강했다.


8월 초에 미국에 왔고, 8월 중순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첫 학기에는 3과목을 들었는데 데이터 사이언스도 처음, 미국에 사는 것도 처음, 학교 수업은 10년 만이라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다. 데이터 사이언스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머신러닝 알고리즘들(선형 회귀, 로지스틱 회귀, 의사 결정 트리, K-평균 알고리즘, association rule 등)을 배웠고, R과 SAS, Tableau를 처음으로 접했다.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 이 두 가지 생각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가운데 한 학기가 지나갔다.

인터네셔널 학생 대상 오리엔테이션에서. 미국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들.



2017년, 구직과 졸업

샌프란시스코 방문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인맥을 총동원해서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등 탑 테크 회사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봄학기와 인턴 지원이 이어졌다. 이전 포스팅에 쓴 것처럼 131개 회사에 지원했다. 지원할 회사를 리스트업 하고, 레주메와 커버레터를 고치고, 회사들이 만든 지원서 양식을 채워 넣고, 면접이나 테스트가 잡히면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턴십이 졸업 요건이었기 때문에 여름 인턴을 못하면 제 때 졸업을 못하는 상황이라 간절함과 불안함이 대학교 4학년 2학기 구직 시즌 수준이었다. 다행히 4월 초에 보스턴에 위치한 회사로부터 인턴 오퍼를 받았다.


인턴을 지원하는 와중에 4개 수업을 들었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좀 더 수준 높은 머신러닝 알고리즘들, 의사 결정 모델링, 데이터 마이닝 수업이었다. 입학 전에 사이버대에서 배웠지만 거의 까먹었던 SQL을 복습했고, 랜덤 포레스트 같은 다양한 classification 테크닉, 텍스트 마이닝 등을 공부했다.


여름 방학 3개월, 12주를 보스턴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보냈다. 이 회사는 피트니스 모바일 앱 회사인데, 전 해에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의 업무 방식과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인턴이었지만 마케팅팀에 소속되었다. 마케팅팀에서 데이터로 무언가 해보고 싶은 니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멘토였던 growth 마케팅 매니저와 논의해서 마케팅팀에서 관심 있는 토픽을 인턴십 프로젝트 주제를 잡았다. 인턴십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6월에 보스턴 시내에서 있었던 pride festival


8월 중순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학기에는 머신 러닝 응용, 컨수머 애널리틱스, 통계 학습 (statistical learning) 3과목을 들었다. 앞의 두 수업이 이전에 배운 알고리즘을 토대로 모델링, 비즈니스에의 적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면 통계 학습 수업에서는 내가 몰랐던 알고리즘 (예: Lasso, ridge 회귀)들과 이미 알고 있던 알고리즘들을 통계학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마지막 학기를 들으면서 여름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원격으로 인턴십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이 회사로부터 정규직 오퍼를 받았다. 내가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좋은 동료들과 일하며, 나에겐 가장 사랑스러운 미국 도시 보스턴에서 살 수 있기에 더없이 감사하고 있다.



2018년, 신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올해는 다시 직딩 신분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포지션으로. 일차적으로는 내 목표였던 커리어 체인지와 미국 현지 취업을 이루었기에 뿌듯하지만, 이 지점은 또다시 시작점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실무에서 제대로 경험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 그리고 '유저와 소비자에게 의미 있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내 커리어 비전을 어디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향후 2-3년은 이 세 가지가 내 과제다.


어쩌면 이 세 가지를 이루는 것이 2015-2017년에 했던 일들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유학 준비와 대학원이 게으른 몸을 이끌고 이미 존재하는 제도에 맞췄던 것이라면 직딩이 된 뒤에는 출퇴근 외에 모든 일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쓸 때도 스스로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성과와 성취가 있는, 열정적이고 성실한 신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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