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입니다
2015년 초에 '미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를 하겠다'라고 결심한 뒤에 막연함을 느낀 이유는
돈이 얼마나 들까? 몇 년을 공부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어떤 이름의 전공에, 어떤 학교에 지원해야 하는 걸까?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세 번째 질문에 있었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 답해야 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은 곳은 Master's in Data Science 였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관련 전공 석사 프로그램이 총망라되어있는 사이트라 이것저것 보면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초반 리서치에서 알게 된 사실은
석사는 1년, 1.5년, 또는 2년이 소요된다
학비는 총 5만 불~10만 불이 든다
전공 이름은 data science, business analytics, data analytics, predictive analytics 등이 있다
토플, GRE/GMAT, SOP는 기본이고 prerequesite으로 통계학, 수학, 컴퓨터 공학의 학사 과목 수강을 요구하기도 한다
8월 입학을 위한 원서는 전 해 12월부터 3월 사이에 지원을 받는다
정도였다
초반 리서치로 내가 가졌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대략적으로 나왔다. 그다음으로는 데이터 사이언스 미국 석사에 대해 내가 기대하는 것, 원하는 것들을 정리해봤다.
석사 졸업 후 미국 취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남편과 내가 동시에 공부하는 만큼 돈이 적게 들어야 한다
통계학, 컴퓨터 공학에 대한 배경이 없는 내가 석사 기간 동안 제대로 트레이닝받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컴퓨터 공학 학사 후 개발자로 일한 남편도 만족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거나, 두 가지 전공이 존재해야 한다
나의 니즈가 명확해지니까 Master's in Data Science에 소개된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어떤 곳은 지원하고 어떤 곳은 걸러야 하는지가 뚜렷해졌다. 내가 적용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 STEM degree로 등록된 프로그램: 이전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에서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으로 등록된 프로그램을 졸업한 외국인은 취업 비자(H1B) 추첨에 뽑히지 않더라도 총 3년 동안 '학생 비자의 연장'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비자 추첨에 떨어지면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비 STEM 학위를 가진 외국인에 비해 취업에 유리하다
- 대도시에 위치하지 않은 주립대: 생활비와 학비를 모두 아끼기 위해서, 한적한 도시에 위치한 저렴한 학비의 주립대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미국은 같은 한적한 도시들도 주별로 생활비가 다르기 때문에 '저렴한 주'를 타깃 했다. 구글에서 'cost of living per state'같은 검색어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 1년 또는 1.5년 프로그램: 6개월 더 공부하는 것은, 1년 더 공부하는 것은 그만큼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2년짜리 프로그램은 지양했다.
- 컴퓨터 공학과나, 통계학과 내에 존재하는 전공이거나, 테크 쪽 과목들이 커리큘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 일부 학교들은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을 MBA의 concentration으로 두기도 하는데, 내가 부족한 건 비지니스가 아니라 하드 스킬이었기 때문에 소프트 스킬을 키우는데 중점을 둔 프로그램은 배제했다.
나에게 '좋음'의 기준이었던 미국 취업, 돈, 하드 스킬 강화 측면에서 내가 졸업한 프로그램을 평가하면
졸업 후 바로 미국에서 취업했고, 올해 H1B 추첨은 아마도 떨어진 것 같지만 STEM 학위 덕분에 내년 추첨에 지원할 수 있다
3학기 (1.5년) + 여름학기 (여름 인턴십으로 학점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등록)해서 학비가 총 $51,000 들었다. 나와 남편이 함께 쓴 생활비는 한 달에 $2000~2500 정도였고, 이 중에 집세가 $1000(25평 원 배드룸 아파트)였다. 그 외에 미국 도착 후 바로 구매한 중고 자동차, 의무적으로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학생 보험 , 미국 내 여행 비용 등이 들었다
나의 전공 이름은 'Data Science and Business Analytics'였고 경영학과와 컴퓨터 공학과에서 공동으로 관리했다. 내가 들은 10개 과목 중 4과목은 두 전공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었고, 3과목은 컴퓨터 공학, 2과목은 경영학, 1과목은 통계학 전공 수업이었다. 그리고 모든 수업에서 내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는데 필요한 하드 스킬의 기본을 맛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정했던 기준에서 나는 좋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만약 유명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거나, 박사로 진학하기에 유리한 리서치 중심의 커리큘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단 한 가지, 유학 준비할 때, 그리고 석사 중에는 몰랐지만 졸업 후 보스턴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 기업이 많은 대도시에서 공부할 경우 도시 내에서의 학교의 인지도, 동문 네트워크 덕분에 해당 도시에서 인턴이나 정규직을 알아볼 때 타 지역에서 온라인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특히 그 도시에 내 전공과 관련된 기업이 많거나, 우리 학교가 학생들 취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경우에. 만약 이것을 알았다면 높은 생활비 때문에 타깃에서 제외했던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뉴욕을 고려했을 수도 있지만 졸업 전에 잔고가 바닥났을 것 같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가정이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지원했다면 미국 대학원을 지원할 때만큼 다각도로 학교를 평가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를 개설한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수도권에 있을 것이고, 그들의 학비는 달라도 생활비는 같기 때문에. 반면 미국은 나라가 크고 학교가 많은 만큼 학교들마다 색깔이 다르고 도시들도 특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큰 기회비용이 들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학교의 어떤 프로그램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