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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men Sep 03. 2017

미국 대학원에서 배우는 데이터 사이언스

뜨겁지만 불분명한 학문,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AI (Artificial intelligence) -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굉장히 '핫한' 용어들이다. 대화나 프레젠테이션에 넣으면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데 이 세 용어의 차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다. 


이렇듯 혼란기(?)를 지나고 있지만 그만큼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관심, 수요가 뜨겁다보니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친다. 미국 대학교만 보더라도 전통적으로 데이터를 다루던 컴퓨터 공학, 통계학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고 요즘은 많은 MBA에 데이터 사이언스 심화(concentration) 전공이 있다. 그리고 내가 속한 프로그램처럼 데이터 사이언스만을 가르치는 신생 전공도 생겨났다. 전공 이름도 data science, business analytics, information systems 등 해당 프로그램이 주력하는 분야에 따라 다르게 존재한다 (미국 내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학위는 여기서 검색). 학위를 주지 않지만 대학원에 비해서 빠르게 (6개월 이내)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울 수 있는 boot camp 들도 많다. 


나는 미국 대학원과 MOOC(온라인 교육)에서만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해서 한국이나 다른 교육기관과 나의 공부 과정을 비교하거나, 내 경험을 미국 내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프로그램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대학원의 수업들

나는 현재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rlotte의 Data Science and Business Analytics 프로그램에서 석사 과정 중이다. 총 10과목을 수강해야 하며 (필수 7+선택 3) 보통 3학기 안에 졸업한다. 

내가 그동안 수강했거나 현재 수강하고 있는 과목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 사이언스의 개념,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의 과정

Big Data Analytics for Competitive Advantage*

Knowledge Discovery in Databases

머신러닝 알고리즘

Business Intelligence and Analytics*

Advanced Business Analytics

Machine Learning

Stat Learning with Big Data

데이터 사이언스의 세부 분야

Visual Analytics

Database Systems

Decision Modeling & Analysis 

Consumer Analytics


별표(*)한 과목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모든 학생들이 첫 학기에 듣는 수업이다. 그 외에는 순서 없이 듣는다. 


우리 학교는 데이터 사이언스의 독립된 학부가 존재하지 않고 컴퓨터 공학, 경영학, 통계학과의 교수님들이 수업을 가르치며 해당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역시 융합학문



가장 비싸고 오래 걸리는 '대학원'의 장

사설 교육 기관과 비교했을 때, 우리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이 더 전문적이거나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선형 회귀 분석(linear regression)을 꼭 학교 강의실에서 교수님에게 배울 필요는 없으니까. '지식이나 스킬을 안다/모른다'는 기준에서 대학원은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이 가장 낮은 교육 기관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OOC, 학원, boot camp 대비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1. 교수님, 주변 학생들과의 인터랙션

- 너무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학부 졸업 후 10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나에게 '내가 알아야 하는 내용을 몇십 년 내공을 쌓은 교수님들이 순서대로 잘 정리해서 핵심만 전달'해주는 학교의 수업은 충격적일 만큼 사치로운 학습법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비싼 대가를 학비로 지불 중 더 좋은 건, 전문가(교수님)에게 언제든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고, 내가 놓친 부분을 지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인턴으로 일하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그 전 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질문을 교수님에게 할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어느 정도의 지식과 감이 쌓여서 남의 논문이나 구글에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교수님들은 내 공부의 버팀목이 되어주신다. 


교수님들만큼 도움이 되는 존재는 나와 수업에서 그룹 과제를 같이 한 친구들이다. 내가 들은 모든 수업에 그룹 과제가 있었다. 과목과 관계없이 그룹 과제 프로젝트는 보통 1) 프로젝트 주제와 데이터 선정 2) 데이터 가공/처리 3) 모델링 4) 문서화, 발표 순서로 진행된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 분업만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외에도 친구들 때문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데이터를 다뤄보거나 알고리즘을 시도해보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가르쳐주면서 지식이 더 단단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한 수업 프로젝트에서 시계열 분석(time-series)을 쓴 적이 있는데 친구 한 명과 5일 연속으로 만나 함께 머리를 쥐어뜯으며 시계열 분석의 여러 기법을 공부하고, R로 적용했다. 1-2년간 이런 식으로 데이터 사이언스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적용해보고, 나누는데에 온 시간과 정신을 오롯이 쓰면서 새로운 커리어를 밀도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2. 테크와 비즈니스 사이, 균형 잡힌 시각 

- 앞에서 말했듯 나는 경영학, 컴퓨터 공학, 통계학과 교수님이 진행하는 수업을 들어왔다. 덕분에 각 학문의 관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컴퓨터 공학 출신 교수님들로부터 데이터 베이스에서 데이터를 수집, 가공하고 시각화하는 스킬을 배웠다면 경영학, 통계학 교수님들의 수업에서는 여러 머신러닝 알고리즘들을 접하고 데이터와 문제 해결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답을 찾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방법을 익혔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위해 요구되는 자질. 출처: https://datajobs.com/what-is-data-science

데이터 사이언스가 융합학문인만큼 현업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테크와 비즈니스 편에 있는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 나는 인턴십 기간 동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데이터 엔지니어는 물론, 프로덕트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일할 기회가 있었다. 내 본업은 데이터 사이언스이지만 타 부서 사람들의 데이터와 관련된 니즈를 이해하고, 나의 결과물이 그들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특히 엔지니어들과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양쪽의 언어로 말할 줄 아는 능력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가져야 할 중요한 소프트 스킬 중 하나이다. 현업에서 자연스럽게 이 능력을 쌓을 수 있지만 나는 취업 이전에 대학원의 하이브리드 커리큘럼을 통해 미리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다. 


3. 미국 현지 취업 

이전 포스팅서도 말한것처럼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취업,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현지 취업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광고 세일즈를 하던 내가 미국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업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미국 석사 과정이었다. 아직 나는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않았지만 내가 알고 있거나 체감한, 미국의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학위가 미국 취업에서 줄 수 있는 도움은 다음과 같다:


석박사는 기본값: 미국 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90%는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음 (출처)

외국인으로서의 취업 가능성: 미국 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36%는 미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 (출처)

인턴십의 기회: 보통 미국 내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십으로 직무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정규직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존재

비자: 미국에서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으로 등록된 프로그램을 졸업한 외국인은 STEM이 아닌 학생들이 12개월간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에 추가로 24개월을 더 일 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서, 취업 비자(H1B)로 넘어가기 전까지 3년동안 고용주의 비자 스폰을 받지 않고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음. 



다 자기 하기 나름이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나도 유학 기간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모든 교수님들과 모든 그룹 과제 팀원들이 좋았던 것은 아니고,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석사를 통해 얻는 것이 석사 기간의 기회 비용 (시간, 그동안 벌지 못한 돈, 학비와 생활비 등)보다 크다고 단번에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나처럼 관련성이 낮은 분야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로 커리어를 바꾸고 싶고, 현지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감히 미국 석사 유학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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