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여고생이 있는 토요일 풍경

by 안치용
꽃잎을 올린 소녀 얼굴.jpg

욕설과 침을 수시로 내뱉던 일단의 여고생들을 어제 길거리에서 보았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욕설과 침, 결코 어울리지 않는 '가부키' 화장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건 그냥 기지개 같은 거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는 풍경이라서 속으로 웃으며(겉으로 웃으면 안 된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어젠 그들의 과장된 욕설과 억지로 긁어 올린 침 말고, 턱에 걸린 마스크가 눈길을 끌었다. 원래 마스크를 잘 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어제는 한 명도 예외 없이 턱을 감싸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곧 순치될 테고, 세월이 조금만 흘러도 과거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딸 때문에 속상해 하겠지. 또 그 아이들의 가부키 화장 뒤에는 건강함이 건재함을 알고 있으니 지금 시점에도 크게 걱정할 건 없다. 턱에 걸린 마스크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변함없이 욕하고 침 뱉는 모습에서, 요즘 많이 사라진 일상의 풍경을 볼 수 있어 오히려 좋은 감정도 들었다.


하늘이 부옇다. 아직 걷어내지 않은 지난 겨절의 흔적, 즉 뽁뽁이 탓에 바깥 빛이 더 안 들어온다. 여고생들의 얼굴에 자리한 싸구려 색조를 걷어내듯 뽁뽁이를 걷어낸다고 건강한 세상을 보기는 힘들겠다. 그런 토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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