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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용 Mar 03. 2020

이만희의 엄지척과 신천지의 감동

이만희 교주의 기자회견 이후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의 3월 2일 기자회견에 대해 신천지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신천지가 워낙 폐쇄적인 집단이라 정상적인 경로로 반응을 파악할 수는 없어 보인다. 


언론보도는 통곡과 감동의 가능성을 전했다. 이날 이만희가 두 차례 큰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한 장면과 관련해서이다. 신천지에 몸담았다가 탈퇴해 신천지문제 전문상담소에서 활동 중인 신현욱 목사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죽하면 우리 총회장이 저런 모습을 보였을까'하는 통곡과 '우리 신천지를 위해 저렇게까지, 마치 혼자서 십자가를 지듯이 자신을 희생하는구나'하는 감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은 "신도들에게 긍정적인 반응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교주가 만인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우리 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은 상황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신천지 내부에) 우리 조직을 위해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밤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찾아가 이만희 교주에게 강제로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여부 검사를 받게 한 것은 신천지 내부에서 어떤 반응을 야기했을까. 폐쇄적인 신천지의 속성상 마찬가지로 반응을 공식적인 경로로 알아낼 수 없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다. 이때는 통곡과 감동이 아니라 통곡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신천지 내에서 '재림예수'나 다름없는 존재인 이만희의 이러한 수난은 신천지 내부를 결속케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권력과 기성 종교로부터 핍박받은 모습을 기억하며 자신들의 교수의 수난이 또 다른 방식으로 ‘재림예수’의 현현을 증거한다고 주장할 법하다. 그들의 반응을 실제로 취재할 수는 없지만 그러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기꺼이 수난을 감수하고 세상의 온갖 모욕을 당한 교주를 위해 신천지 교인들이 흘릴 눈물이 눈에 선하다. 그렇다면, 이만희의 마지막 ‘엄지척’은 그럼에도 자신의 건재와 최종적인 영광을, 신천지의 승리를 선포하는 몸짓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만희 노인이야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을 흔들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성서에는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라고 했다. 신천지는 교주의 기자회견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신천지 상층부의 상당수는 이권과 권력의 관점에서 사태에 대처하고 있겠지만, 어떤 열성적 신자들은 기독교 초기에 예수의 제자들이 핍박받은 상황을 떠올리며 이 시험을 극복하면 복된 날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터이다. 


이만희 기자회견과 무릎 꿇는 퍼포먼스는 압수수색이나 체포 등을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겠지만, 신천지 신자들에겐 믿음을 확인하고 굳건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겠다. 그들은 계속 거짓말을 할 것이고, 겉으로 정부와 지자체에 협조하는 척하며 뒤로는 다른 음모를 꾸밀 것이다. 이 위기가 지나면 더 영광스런 날들이 온다고 내부적으로 선전하고 있을 터이다. 애초에 이 사태에 책임을 질 마음은 전혀 없었다.


결국 신천지 사태는 사회적 공론화와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한 사법적 징벌이란 해결방법과 '영생불사'의 존재로 알려진 교주 이만희 죽음이란 해결방법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인다. 한데 후자의 가능성은, 기자회견에서 보았듯 이만희 노인의 신체가 너무 건강하기에 단기간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셈이다. 


신천지를 믿는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해치는 종교의 자유는 재고되어야 하며, 다른 종교를 위계를 써서 해치는 종교의 자유 또한 종교의 자유라고 할 수 없다. 이러 유형의 종교를 한 마디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교(邪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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