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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용 Mar 05. 2020

코로나 시대 구내식당 풍경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번화하다는 서울 강남역의 술집에서 어제 ‘사회적 거리없애기’의 기회를 가졌다. 원래 오래 전에 예정한 모임인데, 최근 분위기에 따라 취소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공식적인 모임도 아니고 그냥 보자는 의견이 있어 만나기로 했다.


약속은 변동을 거쳤다. 처음 약속 인원은 4명. 거의 모든 약속이 줄줄이 취소된 내가 합류하겠다고 말해 5명이 됐다. 누군가 “지금 시국에 모이는 게 좀 그렇다”고 말하고 다들 동의하며 약속이 취소되는 듯 했다. 한데 “우리도 숨 쉬고 가게도 숨 쉬고, 특별히 이상조짐이 없는 사람은 만나자”는 수정제안이 들어와서, 집 안에 늦둥이가 있는 한 명을 빼고 4명이 다시 모이기로 했다. 약속 당일 점심쯤에 카톡이 울렸다. “미안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는 1인의 변이었다. 다른 한 사람이 동의. 결국 어제 모임은 나와 대범한 또 한 사람의 2인회동으로 진행됐다.


강남역 교보문고는 평소보다 줄었지만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모두 마스크를 쓴 게 달라진 풍경일 뿐. 우리는 막걸리와 전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 갔다. 한 10여 테이블 중에 두 테이블에 손님이 있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술을 마셨다. 대화는 사적인 이야기 외에는 코로나, 태극기부대 등 현안이 많았다. 둘이다 보니 모처럼 오붓하게 사회적 거리를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다.


오늘 저녁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평소에도 저녁엔 구내식당에 가지 않는데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구내식당에 아예 발을 끊었다. 누군가 정말 조용하다고 가자고 해서 근 한 달만에 구내식당을 찾았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텅텅 비어 있었다. 정말 소수의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자동으로 실천하며 밥을 먹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고 분명 필요하겠지만, 자영업자들이 영영 사회와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걱정을 나도 같이 하게 된다. 또 이렇게까지 되지 않는 길은 없었을까 복기를 하며 마음속으로 분통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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