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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용 Mar 29. 2020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확진'하는 법?

물론 코로나시대에도 연애는 계속된다. 인간이란 생명종의 DNA 안에는 생존본능이 탑재돼 있지만 문명을 일군 인간은 생존본능에 가치를 탑재하도록 종을 발전시켰다. 가치는 번식에도 개입한다. 그저 종의 번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 있는 존재와 의미 있는 관계를 스스로 또 서로 증명하는 방식이 연애이다.


며칠 전 식당에서 젊은 남녀가 식사하는 장면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매운 갈비찜을 먹는 곳이었는데, 갈비에 붙은 살을 발라 서로 먹여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 사람이 비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충분히 침을 교환하고 있어서 한 사람이 확진이면 또 다른 쪽도 확진이니.


다른 곳에서는 남녀가 꼭 껴안은 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입을 맞추는 걸 보았다. 마스크를 내려도 무방했겠지만, 마스크 위로 하는 입맞춤이 어쩐지 더 정감 있게 느껴졌다. 연인들이야 어떻게든 사랑을 속삭일 테니 굳이 내가 관전평을 더하는 게 우습긴 하다.


사랑은 언제나 지속적으로 '확진'되어야 하기에 코로나 시대의 사랑법이야 여느 시대와 다를 게 있을까. 한데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코로나 연애 마케팅은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일본에서 '외모지상주의'에 반대하여 크게 유행했던 마스크미팅이 코로나 시대에 맞춰 변용돼 한국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이다. 이색 이벤트 전문 스타트업 ‘세모파이’라는 곳이 직장인 싱글 남녀를 위한 마스크팅을 4월 5일(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는 신원 확인된 서울지역 싱글 직장인 10명(남녀 각 5명)이 참석한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 소독된 차량(코로나19 KF-94 마스크제공ㆍ기사포함)을 이용한 ‘드라이브 스루 로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2명의 남녀가 1대의 차량에 탑승하여 대화를 나누며, 각 미션 존에 도착할 때마다 대화 상대가 바뀌게 된다. 참가자들은 약 2시간 30분 동안 5명의 이성과 대화 및 미션 게임 등을 수행하며, 행사 중 절대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마스크미팅은 마스크입맞춤에 비해 매우 작의적인 느낌을 준다. 사랑은 “~불구하고” 하는 것이지만, “~불구하고”를 일부러 만들면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대체로 장사에 가깝다. 아무려나, 이렇게라도 힘든 시기를 나는 모습을 장하다고 칭찬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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