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끝에 봄 햇볕이 온화하게 반짝이는데, 개들과 함께 지나친 뒤편의 은행나무들은 여전히 추워 보인다. 이리저리 삐죽삐죽 내민 가지에는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건 잊어버리고 코로나의 시기의 금요일밤 강남의 클럽에 모여든 젊은이들처럼, 봄꽃들 예기치 않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은행나무는 주눅이 들어 온 몸을 더 초라하게 웅크린다.
가을날엔 달랐다. 적당한 빠르기로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주면, 세상을 덮어버릴 기세로 노란 잎들이 몸을 탈출하고, 끈적한 박수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라스베이거스 쇼 무대의 노련한 스트리퍼인 양 도도했다.
지금은 입을 것도 벗을 것도 없는 시간. 게다가 마른 가지 위에다 하얗고 붉은 꽃을 피우는 목련의 하드코어의 시간. 그래도 모두에게 무엇인가가 기획되는, 나에게도 나의 개들에게도 불온(不穩)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