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

by 안치용
어머니 손.jpg

봄비는 봄비인가 봅니다. 베렌다에 듣는 빗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끝내 불을 켜고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네요. 별다른 고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밤새 꽃들이 피려는지 영 잠이 들지 않네요. 이 밤에 잠시 수면용으로 책을 펼쳤다 곧 접고 핸드폰을 뒤적뒤적. 몇 년 전 찍어놓는 노모의 손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왜 찍었는지 생각이 나네요. 아마 신체에 관련된 글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손이 많이 늙었습니다. 하긴 그만한 세월이 흘렀지요. 저 손이 아직 저렇게 쭈글쭈글 하지 않을 때의 장면들이 하나씩 생각납니다. 후회스런 장면도 들어있지요. 내가 아버지가 되고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장면들을 내가 민망해 합니다만 노모는 개의치 않을 듯 싶네요. 아니면 너무 나이가 들어서 다 잊었을까요.


내일도 세상의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잠을 못 이루니 큰일이네요. 춘래불사춘이니 뭐니 하여도 봄에 오는 비는 봄비인가 봅니다. 이 비 그치면, 우리 엄마 봄꽃처럼 다시 젊어지지 않겠지만 뭐 젊은 날 동경한 개벽같은 혁명이야 일어나겠습니까만, 이 비 그치면 아무튼 봄꽃들이 조심스럽게라도 꽃망울들을 터뜨리겠지요.


어머니가 그리운 밤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목련, 하드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