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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용 Aug 06. 2020

보더콜리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에 더 똑똑한 쪽은?

[서평]'21세기 지(知)의 도전'

'21세기 지(知)의 도전'에는 '바이오테크놀러지가 잉태한 인간의 미래'란 부제가 붙어 있다. 기자 출신 저술가 다치바나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미래 보고서다.


책이 만들어진 계기는 저자가 일본 도쿄방송(TBS)의 세기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세기란 화두를 소화하기 위해 지구를 두바퀴 도는 열정적인 취재활동을 벌였다. 결과물을 TV프로그램으로 선보였으나 하지 못한 얘기나 너무 많이 남았다. 그 얘기를 엮었다.


저자는 20세기가 인류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세기였다고 설명한다. 인간 존재방식의 극적 변화가 일어난 것. 아인슈타인이란 천재가 새로운 세계관을 열었고, 아폴로 우주선이 달을 다녀왔다. 인간의 활동총량을 기준으로 농업혁명 이전인 1만년 전과 비교하면 20세기는 당시의 300세기와 맞먹는다. 포드시스템으로 유명한 포드 자동차, 컴퓨터, 생명과학 등 현재 인류의 생활조건과 과학적 지식의 절반은 20세기 들어 만들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 뉴턴적 세계관을 바꿔버린 아인슈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뉴턴의 우주는 신이 이 세계에 최초의 일격을 가하면 다음 세계는 그 일격이 움직이게 한 대로 영원히 활동해간다"(뉴턴 역학의 제1법칙).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는 만물이 생성.발전하는 과정 속에 있다. 따라서 시간이 빠져버려 세계가 영원히 멈춰버린 절대공간에 존재하는 뉴턴과는 180도 다른 인식을 드러낸다.

상대성이론은 세계관의 혁명적 전환과 함께 핵폭탄이란 인류의 재앙을 동시에 가져온다. 핵이란 재앙은 또한 인류 역사를 새로 쓸 놀라운 발명품 컴퓨터를 불러낸다. 컴퓨터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시도됐고, 암호해독과 탄도계산 등 군사기술과 연관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1946년 애니악으로 알려진 최초의 컴퓨터는 2만개의 진공관, 무게가 30t이나 되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첨단 정보기술(IT)의 도움으로 인류는 하루 1메가바이트의 정보를 처리하면서 10만개 이상의 개념을 기억하며 살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대 인간이 하루 10킬로바이트의 정보를 처리하고 100∼300개 정도 개념을 기억하면 됐던 것과는 천양지차다.또한 유전공학과 천체물리학도 인간 삶의 근거를 과거와 다른 것으로 대치한다. 심지어 멀지 않은 미래엔 빈부격차가 유전적 우열까지 초래해 인간내에서 지금의 인간과 침팬지 사이 이상의 간극을 만들 것이란 음울한 전망도 가능하다.


저자는 그러나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는 과학 없이는 어떤 것도 해나갈 수 없는 시대가 됐고 동시에 과학이 과학만으로 끝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진단. 곧 과학을 실용적 관점에서 이롭게 수용하되 과학을 넘어서 도전을 추구하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인간에겐 다시금 운명을 거역하는 존재로 변신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태선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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