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었다 가장 유명해진 파라오
책읽기 [투탕카멘의 무덤]
현대인에게 투탕카멘은 가장 유명한 이집트 파라오이다. 그러나 살아서는 매우 보잘 것 없는 왕이었다. 조선조 단종처럼 잠시 과도적으로 왕위를 맡았다가 용도폐기된 인물이다. 3,000년도 더 된 과거 사건이어서 입증이 불가능하지만 그래서 정황증거를 내세우며 투탕카멘이 살해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투탕카멘은 전왕인 아케나텐 왕의 셋째 딸이자 왕권 계승자인 안케센파텐의 남편이다. 이집트에서는 공주 등 왕권을 물려받은 여성의 남편이 왕이 되는 왕위계승법이 통용됐다.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안케센파텐은 채 열살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투탕카멘 또한 매우 어린 소년이었을 것이 확실하다. 어린 왕의 옥좌 뒤에는 왕궁 최고 신관이자 시종장관으로 국사를 총괄한 2인자 아이(Ay)가 있었다. 18세 또는 19세에 투탕카멘이 숨지자 왕위에 오른 인물 또한 아이였다. 고금의 역사에서 노회한 재상이 어리고 무력한 왕을 옹립한 뒤 적당한 때 왕을 대신해 등극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시대와 장소를 달리해 단종과 세조 얘기는 반복된다. 물론 모두 추정이다.
속편 주인공은 18세에 미망인이 된 안케센파텐이다. 비운의 왕비에 관한 기록은 최근 발견된 점토판에 등장한다. 어린 왕비는 남편 사후 권력투쟁에 돌입한다. 복수일 수도 있겠다. 2인자 아이의 뜻에 순응하지 않고 국상 기간 동안 히타이트 왕에게 밀서를 보낸다. 장성한 아들을 보내주면 결혼해 그를 이집트 왕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왕권을 지키려는 왕비의 계책은 그러나 히타이트 왕이 느리게 반응하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간다. 기록에는 히타이트 왕자가 이집트를 향해 출발한 것까지 나온다. 안케센파텐과 결혼해 이집트 왕이 됐다는 후일담은 전하지 않는다.
투탕카멘은 하워드 카터가 무덤을 발굴하기 전까지 이집트 고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존재하지 않는 왕이었다. 왕명표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명목상으로만 왕이었던 짧은 치세. 죽어서도 잊혀진 존재.
카터는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미미했을지도 모를 투탕카멘을 3,000년을 뛰어 넘어 가장 화려한 파라오로 부활시켰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20세기 최고의 고고학적발견으로 평가받는 투탕카멘 무덤 발굴과정을 발굴자 카터가 10여년에 걸쳐 기록한 책이다. 카터는 추적에 6년, 발굴 7년, 유물 복원에 10년을 썼다. "이제 왕들의 골짜기에 더 이상 발굴할 것이 없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굴하지 않고 비운의 왕 투탕카멘 무덤을 찾아낸다.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무덤이었다.
이미 여러차례 본 듯한 많은 자료 사진이 볼거리다. 특히 익숙한 소년왕 투탕카멘의 미라 얼굴 사진에 눈길이 가면 저절로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김훈 옮김.
저자 -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 이집트 파라오 가운데 가장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로, 이집트 고고학 연구에서 가장 위대한 공헌으로 평가받는다. 187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생계를 위해 화가로 활동하였으며 이집트 탐사기금 소속으로 이집트 무덤 벽화를 모사하는 일을 맡기 전까지 이집트학을 연구할 만한 그 어떤 정규 교육을 이수한 적이 없었다. 이집트로 건너간 이후부터 이집트 역사와 문화, 아라비아어를 익히고 고고학자 페트리 경으로부터 발굴과 유적 복원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예술가로서의 타고난 직관력과 이집트에 대한 열정으로 이집트 고대유물국 책임감독관의 지위에 올랐으며 1902년 투트모세 4세와 하트솁수트 여왕의 무덤을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 기록은「투트모세 4세(Thutmose Ⅳ」(1904)로 펴냈다. 또한 끈질긴 추적과 집념으로 1922년 이집트 고고학 발굴 사상 가장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던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 3,400여 점의 유물과 함께 고고학계를 뒤흔들었다. 193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투탕카멘의 무덕 속 유물들을 복원하고 정리하는 데 여생을 바쳤고 투탕카멘에 대한 미스터리를 잠재우고 자신의 열정이 담긴 투탕카멘 발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1923∼1933년까지「투탕카멘의 무덤(The Tomb of Tutankhamen, 전3권)」을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