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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용 Jun 06. 2018

20세기 최다 인질구출작전, 테러범에 공감하게 되는 이

영화 <엔테베 작전>


▲영화 '엔테베 작전' 포스터.ⓒ CGV 아트하우스


영화 <엔테베 작전>은 20세기 최대의 인질 구출작전으로 일컬어지는 1976년의 '엔테베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이 작전을 수행한 이스라엘군이 실제로 붙인 작전명은 '썬더볼트(Thunderbolt)'였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하여 제작된 이스라엘 영화 제목이 그래서 <오퍼레이션 썬더볼트>(Operation Thunderbolt)(감독 메나헨 골란)다.



<엔테베 작전>의 원제는 <세븐 데이즈 인 엔테베>(7 Days in Entebbe)다. 1977년의 <오퍼레이션 썬더볼트>와 2018년의 <세븐 데이즈 인 에테베>는 같은 사건을 다루었지만, 판이한 제목 만큼이나 관점이 다르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성공적으로 이스라엘 인질들을 구한 직후에 제작된 이스라엘 영화이니, <오퍼레이션 썬더볼트>에 다분히 '국뽕'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제목부터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한다. 인질이 납치된 우간다의 국제공항 엔테베는 작전(Operation)의 대상일 뿐이다.



반면 <세븐 데이즈 인 엔테베>는 제목 자체로는 다소 중립적인 모양새를 취한다. 영화도 그런 편이어서 작전이 중심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납치극의 무대이자 '썬더볼트'의 작전지역인 엔테베의 7일이란 시공과 그 속의 인간들을 추적한다. 주연이 로자먼드 파이크와 다니엘 브륄인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이스라엘의 시각에서도 비껴나 있다. 두 주연 배우는 극중에서 각각 독일인 납치범 브리기테 쿨만과 빌프리트 뵈제로 분했다.



한국에는 <엔테베 작전>이란 제목으로 개봉된다. 약간 짬뽕 같은 제목을 선택한 데서 수입/배급사의 고충이 느껴진다. 원제 그대로 번역해 한국어 제목을 만들면, 아마도 '엔테베'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무슨 영화인지 짐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법하다. 심지어 로맨스로 착각하는 사람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러다 보니, 1977년작의 작전(Operation)과 2018년작의 엔테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목을 선보이게 되었지 싶다.



1976년 우간다의 엔테베 국제공항에선 무슨 일이



먼저 영화가 다루는 사건을 파악해 보자.



1976년 6월 2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로드(Lod) 국제공항을 떠나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소속 A300 에어버스 여객기 AF-139편이 이날 낮 12시 30분 쯤 중간 기착지인 아테네에 내렸다. 당시 아테네 공항의 보안은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했다. 공항에 금속탐지기와 모니터링 요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 영화에서 보듯 테러리스트들은 기내로 쉽게 총기를 반입하여 이륙 직후 총을 꺼내들 수 있었다. 아테네에서 추가로 56명의 승객을 태운 AF-137편은 이륙 3분 만에 피랍된다.



아테네에서 탑승한 사람까지 이 여객기에는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254명이 탑승했는데, 그중 3분의 1가량이 이스라엘 국민이었다. 테러범들은 전체 승객 중 이스라엘인들을 테러의 주된 목표로 삼았다. 테러범은 모두 4명으로, 그 가운데 2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독일 적군파 소속의 쿨만과 뵈제였고, 나머지 2명은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소속의 자엘 나지 알 아잠(Jael Naji Al Azam)과 파예즈 압둘라힘 자베르(Fayez Abdur-Rahim Jaber)였다.



납치한 여객기를 이스라엘 영내로 몰고 와서 정치적인 요구를 내어놓으며 이스라엘 정부와 대치한 과거 방식과 달리, 테러범들은 AF-139편의 기수를 리비아의 벵가지를 거쳐 우간다의 엔테베(Entebbe) 공항으로 향하게 했다. 엔테베에서는 별도의 PFLP 조직원 3명이 비행기 납치범들에 합류했다.



피랍된 에어버스 여객기 승객들은 엔테베 공항에 착륙하고 기내에서 9시간을 더 기다렸다가 월요일인 6월 28일 정오에 공항 구청사로 옮겨진다. 그날 오후에 이디 아민 우간다 대통령이 구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날인 29일 오후 3시 30분에 테러범들은 서독, 프랑스, 스위스, 케냐, 그리고 이스라엘 등지에 투옥되어 있는 테러범(그들의 주장으로는 혁명전사) 52명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스라엘 시각으로 7월 1일 오후 2시에 피랍 승객들을 살해하겠다고 통보했다.



'엔테베의 7일'의 공간은 크게 엔테베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주요 등장인물은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시몬 페레즈 국방장관 등 당시 이스라엘 정부를 이끌던 인물들과 군부, 그리고 특수부대원들이다. 엔테베의 주요 인물은 테러범들, 이디 아민 대통령, 그리고 인질과 승무원들이다.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인물은 적군파 독일인 2명과 라빈 총리이다.



'썬더볼트 작전'은 구상 자체가 쉽지 않았고, 이스라엘군의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전지역인 엔테베가 무려 4000Km나 떨어져 있는 데다 우간다는 1972년에 이스라엘과 단교하여 적대국가나 다름없었다. 테러범들만 제압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우간다군과 교전을 벌이는 사태까지 감안해야 했기에 피랍 초기에 라빈 총리는 작전 실행을 매우 망설였고 실제로 테러범들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역사는 알려진 대로 전개되어 20세기 최대의 인질구출 작전은 성공한다.



1976년 7월 3일 오후 1시 20분 로드 공항을 출발한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시나이 반도의 샤름 알셰이크 항공기지를 거쳐 밤 11시(엔테베 현지 시각으로는 자정)에 엔테베 공항에 착륙했다. 협상과정에서 인질 살해의 최후 통첩일이 7월 4일로 미뤄져 있어 직전에 전격적으로 작전이 시작됐다. 작전은 전광석화와 같이 진행돼 작전 개시 15분 만에 인질구출과 우간다군 제압이 완결되었다. 11시 52분에 인질을 태운 C-130 수송기 한 대가 먼저 엔테베 공항을 이륙했다.



그러나 구출된 인질은 이스라엘인 93명과 에어프랑스 승무원 12명을 합해 총 105명으로, 중간에 석방된 인질을 제외한 106명에서 한 명이 모자랐다. 구출되지 못한 인질 1명은 치료를 위해 구청사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던 73세의 도라 블로크였다(그는 다음날 우간다군에 의해 처형되었다). 인질수색을 종료한 특수부대의 C-130 수송기 3대가 7월 4일 0시 30분에 엔테베를 이륙하며 작전이 종료된다. 90분 만에 인질을 구출하고 모든 대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 ("이스라엘 특수부대 사이렛 매트칼의 엔테베 작전 - 20세기 최대의 인질구출작전" <네이버 지식백과> 그림자 전사, 세계의 특수부대-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 2009. 5. 11., 플래닛미디어 요약 정리)



누구의 시선에 주목했나 



▲영화 <엔테베 작전>의 한 장면.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작전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홍보자료에 따르면, 호세 파딜라 감독은 "흔히 떠올리는 군사 전략적인 측면 대신, 그 속에 감춰진 인간 대 인간의 관계, 협상에 대한 입장 차이, 그리고 정치적 선택까지 이 사건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과 탄탄한 스토리로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는 얘기다.



파딜라 감독은 "<엔테베 작전>을 단순한 비행기 납치극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요소들까지 제대로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목격자의 증언을 기준으로 삼아 진실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제작진 역시 참전군인,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사건 생존자,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관계자, 전공 교수 등을 만나 그날의 생생한 증언과 분석을 들었다고 한다. 파딜라 감독은 "전해들은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전했다. 썬더볼트 작전의 참전 군인 아미르 오퍼는 기술 고문으로 참여해 당시 작전이 벌어진 정확한 위치와 경로, 전투가 벌어진 장소와 상황까지 정확히 증언했다고.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분명하게 시각의 편중을 드러낸다. 독일인 적군파로 분한 두 주연배우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힘있게 끌고 나간다. "난 혁명가야. 내가 두려운 건 의미 없는 삶뿐이야"고 말하는 쿨만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 "혁명 서적을 읽기만 해선 안 돼. 그 책대로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뵈제 역의 다니엘 브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외부자인 두 사람의 '혁명가'로서 인간적 고뇌가 중심적으로 묘사되고 그 대척점에서 이스라엘 내부의 강온 대립이 그려진다. 테러의 '주체'인 팔레스타인인들의 시각은 희미하고 보조적으로 보일 뿐이다.



감독은 왜 이런 농담(濃淡)을 선택했을까. 역사적 사건에는 많은 참가자가 존재하는데, 단순 기록이 아닌 한 모든 참가자의 시각을 등가로 보여주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특히 극화할 때는 카메라의 앵글이란 본원적인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하기에, 다소 중요하게 다루고 또 다소 소홀하게 다루거나 생략하지 않으면 극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이란 영화사의 홍보문구는 과장된 말이다. 문제는 수묵화처럼 농담을 통해 전체적으로 어떤 입체적인 영상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적군파 독일인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선택은 상당히 주효했다.



앞서 지적한 대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제3자인 독일인 두 사람은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이기에 현장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분쟁의 비(非)당사자로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당사자성과 객관성의 간극이 시종일관 묘사된다. 그리하여 인질납치라는 범죄에 개입한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맥락과 그 안에서 무력하게 부유하는 인간군상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잡아낼 수 있게 된다.



삶의 의미를 간절하게 추구하거나 책을 읽은 대로 살고자 하는 부유한 서구 국가의 혁명가들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삶 자체에 추동당하고 또한 책을 읽을 새도 없이 거의 선험적으로 싸움에 내물리는 팔레스타인 당사자의 출구 없는 절망과 선택 없는 절박에 직면하면, 영화에서 그려졌듯이 당황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묘사를 위한 적정한 거리 외에도 적군파 두 사람은 역사의 거대담론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영화에서 대사로 처리된 대로, 유대인 학살의 장본인인 독일의 국민이 유대인에게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인을 돕기 위해 유대인을 납치해 죽이려드는 상황은 여러모로 역설적이다. 이스라엘 또한 독일에게서 당한 그대로 팔레스타인에게 돌려주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테러는 분명 범죄다. 인질이 되어 살해위협을 받은 이스라엘인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저 너머에 존재한 맥락을 들여다보면 테러범들에게도 모종의 동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동감은 이 영화에서 그러하듯 간접적인 형태를 취할 때에 동감 자체가 가능할뿐더러 더 큰 동감을 끌어낼 수 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쳤겠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정확하다면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20세기 최다의 인질을 구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 영화의 주연인 두 적군파 혁명가들이 인질들을 사살하기를 망설인 데에 있다. 혁명가에게는 극단의 상황에 선택이 주어진다. 대의를 위해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대의를 손상시킬 것인가. 초지일관 전자의 입장을 고수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나중에 오슬로 평화협정의 주역이 된 라빈 총리와 페레즈 국방장관 사이의 대처방식에 관한 노선갈등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두 얼굴을 상징한다. 사실 두 사람이 1993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오슬로평화협정의 주역이기에 대립하는 입장에 선다고 하기는 힘들다.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까지 세 사람은 1994년에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 이듬해인 1995년에 라빈 총리가 극우파 유대인에게 암살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 영화 속에서 라빈 총리를 통해 반복해서 표명된 '공존과 협상'이 모든 이스라엘인에게서 환영받지는 못했고 지금까지도 상황은 동일하다. 물론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세트



▲영화 <엔테베 작전>의 한 장면. 극중에서 각각 독일인 납치범 브리기테 쿨만(Brigitte Kuhlmann)과 빌프리트 뵈제(Wilfried Bose)로 분한 로자먼드 파이크(오른쪽)와 다니엘 브륄.ⓒ CJ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하였기에 호세 파딜라 감독은 미술, 의상, 촬영 등 각 분야 제작진과 협업하여 당시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을 완벽하게 재현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 속 엔테베 공항은 실제 엔테베 공항이 아니라 세트장이다. 원래 영화제목이 <세븐 데이즈 인 엔테베>이기에 엔테베 공항을 정확히 재현한 세트는 영화의 성패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과거 사진 영상기록물 등 수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지중해의 몰타 공화국으로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53일의 제작기간을 거친 끝에 실제 엔테베 공항 터미널을 재현한 세트가 탄생했다. 미술 감독 샤를로 달리는 "몰타에서의 작업은 실로 대단했다. 촬영용 비행기를 가져와 터미널에 세워놓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비주얼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파딜라 감독은 "실제 인질들은 일주일간 옷을 갈아입을 수 없었다. 극도의 사실감을 위해서는 그런 부분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시의 의상을 직접 제작해 재현한 것은 물론 인질들의 옷에 스며든 땀자국까지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하이퍼리얼리즘'을 눈여겨 보지는 못했다.



이 영화에서는 특수부대원의 여자친구인 무용가를 통해 극중 무용공연을 펼친다. 한 번은 영화 가운데에 끼워 넣고, 다른 한 번은 영화 말미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두 차례의 공연이 열린다. 상당히 추상적인 안무여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어도 영화와 잘 어우러졌다는 느낌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 파딜라 감독의 다음 말이 아마도 무용평에 근접하지 싶다. "평화를 위해서는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용뿐 아니라 영화 전체에 관련된 감독의 메시지로 봐도 무방하겠다. 



6월 7일 개봉한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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