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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Sep 19. 2022

De carne y hueso

데 까르네 이 웨소. 실사판


데 까르네 이 웨소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를 적어볼까 한다. 애가 품에서 잠들어버렸고 기왕 이렇게 된 거 깊은 잠에 들 때까지 나는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무언가 할 것이 필요한데 인스타의 유머 투데이는 이제 지겨워서 더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로 까르네는 고기를 말하고 웨소는 뼈다.


무언가의 재질을 말할 때 데 플라스띠꼬(de plástico 플라스틱), 데 빠뻬르(de paper 종이) 등으로 말한다.

이. y 는 그리고다. And다.


그래서 de carne y hueso는 ‘고기와 뼈로 된’이라는 뜻이다.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원래 있는 표현이다. 고기와 뼈=육신으로 된.이라는 말이기에 만화를 실사로 만들 때, 그러니까 인간이 연기할 때, 그걸 베르시온 데 까르네 이 웨소 la versión de carne y hueso라고 한다. ​

내 글이 실사판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지었다. 내가 살면서 본 것, 생각한 것을 적는 공간이니 그렇다. ​


어학원 다닐 때 영화감상문을 쓰는 숙제를 해야 했는데, 실사라는 말을 몰라서 선생님께 물어봤다가 배웠다. 우리는 사실+사건으로 보는 실사라는 개념을 이렇게 표현하는 이 언어가 놀라웠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렇지, 육신으로 하는 거니까. 너무 직접적이어서 놀랐고 사람을 고기와 뼈의 조합으로 본다는 관점이 신선했다. 한국어의 사람은 분명 고기+뻐의 조합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나도 사람인데,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등의 표현만 봐도 우리는 ‘사람’은 응당 도리를 지키고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본다. 하지만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사람은 같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시 이 개념이, 두 언어의 차이가 너무 재밌어서 집에 가서 carn고기라는 어근이 들어간 말들을 더 찾아봤는데, encarnar육신화하다 (접두 in안+어근carn고기+동사접미ar)라는 말도 알게 되었다. 신의 아들이 인간으로 현생 하는 것도 말하지만, 배우가 한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는 것도 된다. 글로 적힌 것에 고기를 불어넣으니까. 마음에 들었다.


익히 알려진 carnaval 까르나발(카니발)도 여기서 온다. carne고기/육신과 벗다라는 levare라틴어의 조합이다. 영혼이 육신을 벗으니 죽음이고,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 주간의 시작이다. 그걸 기념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카니발이 되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재미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언어가 아닌 사람을 관찰하는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을 파악하려 들면 언어 배우기의 재미가 시작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개념은 단어가 되고,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은 사어가 된다. 한국어도 분명 배우기에 아주 재미있는 언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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