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무드 Oct 10. 2022

스페인,프랑스,한국의 이유식

같은마음 다른음식



아리아한테 대구살에 삶은 흰강낭콩, 오트밀과 당근을 섞어서 이유식을 만들어줬다. 대구살은 한살림에서 이유식용으로 나온 것을 썼는데 이미 살이 잘게 찢어져 있어서 물을 넣고 끓이니까 거의  풀어졌다. 오트밀과 강낭콩도 익으면서  퍼져서  끓이고 나니 꾸덕한 퓨레같이 나왔다.


 이유식을 먹는 아리아를 보면서 친척언니가 밥을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내가 한끼 쌀이 안들어가도  문제 없다고 했는데 언니 표정이 아리송했다. 언니가 스페인에서는 이유식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길래 곡물5 단백질2-3 채소2-3비율로 하라고 들었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스페인아기들이 이유식 먹는 것을   봤다. 주변에서  아기주도이유식을 해서  채소를 난장판을 하며 입에 밀어넣는 것만 몇번 봤다. ! 귀여운 것들..  애들이 고기완자같은걸 먹고 바게트빵을 빨아먹는 것은 알았는데 주먹밥같은걸 먹는 것은  봤다. 진짜 애가 쌀먹는걸 본적이 없구나. 아주 짧고 제한된 경험이지만 시댁식구들부터 친구들까지 아기한테 쌀을 끓여서 죽처럼 만들어 줬다는 사람은  봤다. .


스페인음식은 곡물+고기인 경우가 흔하다.  고기를 넣은 토마토소스 파스타, 바게트  사이에 정말 온리  하몽만 넣은 보카디요, 감자와 소고기구이, 일요일에 먹는 뽀야라스 ( 오븐구이+감자), 빠에야도 기본적으로 +고기다. 샐러드는  모든 음식들 전에 전식으로 먹는 것인데 어린이메뉴에는 보통 없다. 치즈도 식전에 많이 먹기야 하지만 어린이메뉴에서는 보통 빠떼(푸아그라나 고기  )  많이 본다. 덩어리 치즈보다 먹기 부드러워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자연히 아이들 이유식에도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같다.



어쨌든 곡물은 스페인도 한국도 많이 먹고, 빵/파스타와 쌀의 차이정도일 것 같다. 곡물5가 한국에서는 보통 쌀인 것이고, 스페인에서는 밀이나 귀리를 많이 먹는 것 같다. 또 요즘 스펠트밀이 건강식품으로 핫한건지 스페인에서 이유식재료를 사려고 보면 스펠트밀 함유가 크게도 적혀있던 것이 기억난다. 나도 몇 번 사다가 먹였다. 우리나라 조, 수수 곡물밥처럼 스페인에서도 퀴노아나 치아씨드등을 먹으니 결국 한 아이가 먹게 되는 곡류의 가짓수는 얼추 비슷할 지도 모른다. 다만 이유식에 곡물가루를 쓰고, 그걸 매 끼니 먹이지도 않으니 스페인식 이유식이 한국에 비해(죽을 먹는다면) 탄수화물 비중이 좀 더 적을 것 같다.



언니랑 이런 얘기들을 두런두런 하다가, 언니가 그래서 우리나라 애들이 큰가보다고 했는데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했다. 탄수화물 비율도 높고 그 중에서도 백미를 많이 먹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스페인에서도 ‘쌀을 먹는다’하면 보통 백미를 뜻하긴 하지만, 그게 가정에 따라 일주일에 한두번이 될 수도 있고 스무번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밥을 이미 먹으니 아리아는 나따라 밥을 많이 먹는 아기일것이고, 빵을 주식으로 하는 집에서는 애 주려고 굳이 쌀을 사다가 끓여서 주는 것이 특별한 일일 것이다.


두 나라가 식문화가 다른 만큼 이유식에 대한 지침도 다르구나 싶고 그게 흥미로웠다.



프랑스에서 아기를 낳고 키우는 친구랑 얘기하다가 궁금해져서 거기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스페인과 붙어 있는 나라고 공유하는 것들도 많으니 이유식지침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유식 만드는 비율이 채소6-7 곡류1-2 고기1-2라고 한다. 애가 먹는 퓨레도 거진 채소퓨레나 과일퓨레다. 신기했다.


이렇게나 다를  몰랐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의사마다, 지역마다, 세대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모두들 자기 자식  먹이고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마음 하나는 같을텐데 이렇게나 차이가 큰게 신기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궁금해서 기어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