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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ol Feb 05. 2022

딜리셔스가 신상마켓과 딜리버드로
10년동안 찾은 것

Product Market Fit _코드스테이츠 PMB 10기


수년 전 나는 여성복 쇼핑몰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판매할 의류 사입을 위해 밤에 문을 여는 도매시장에 가서 아침해가 뜰때 돌아왔는데 매일매일 가도 돌아봐야 할 가게와 아이템은 줄어들지 않았다. 신상품은 또 얼마나 많이 쏟아지던지! 어제 갔던 가게에 신상이 나오면 또 돌아야 했다. 그렇게 발품 팔아서 고르고 또 골라 어렵게 사입한 의류는 촬영, 포장, 배송, 사후관리까지..너무 많은 과정이 나를 기다렸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의류 1벌 팔아봤자 남는 것은 고작 몇천원에서 몇만원 단위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냥 때려 치웠다(웃음) 


쇼핑몰 준비 때려치우고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옛날 사진..


물론 객단가가 낮아도 1개만 대박나면 돈방석에 앉는다. 그것은 단지 하늘의 뜻일 뿐.. 그렇게 내가 지쳐 떨어져 나간 그 시기,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주식회사 딜리셔스는 동대문 패션 도매업체와 소매상인을 연결해주는 B2B 플랫폼 신상마켓을 만들었다.



이제 창립 10년차인 신상마켓은 꾸준히 성장하여 누적거래액이 2020년 12월 2조원을 돌파했고 2020년에 시작한 B2B2C서비스 딜리버드가 합세하면서 2021년 매출액만 5723억을 찍었다. 2022년 1월에 54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 누적투자액은 795억원을 넘었다. 심지어 네이버도 이들에게 255억이나 투자했다. 딜리셔스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딜리셔스의 영롱한 J커브 곡선

그 비밀은 PMF에 있다. 

PMF란 Product Market Fit의 약자로 제품 시장 적합성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자사 제품(서비스)이 타겟하는 다수의 고객을 대만족 시켰다는 것이다. 


기업이 PMF를 달성하는 순간 매출액 그래프는 J커브 모양이 된다. 기업의 지속가능 여부는 이 J커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커브를 달성한 기업은 살아남고 아니면 망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신상마켓과 딜리버드로 동대문시장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간 딜리셔스는 이제 네이버와 손잡고 해외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그럼 딜리셔스가 어떻게 PMF를 찾았는지 그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딜리셔스는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는가?


“패션 클러스터라 불리는 동대문 시장은 매우 압축적인 시장입니다. 5~10㎞ 안에서 디자인(기획), 생산, 유통 전 과정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곳으로 도소매업자, 일반 소비자, 해외 바이어까지 한데 뒤엉키는 곳이죠. 그래서 이 시장을 아우르는 패션 B2B 플랫폼으로 거래 과정을 디지털화하면 포텐(잠재력)이 터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주)딜리셔스 김준호대표


▶ 번거로운 B2B 도소매 거래방식

대한민국 패션의 메카인 동대문은 의류공장과 도매시장, 소매상인이 공존하는 곳이다. 의류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매상인은 동대문 도매시장의 1만개가 넘는 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사입삼촌(사입 대리자)을 이용하여 상품을 구매하고 수기 장부 작성, 현금 결제를 진행했다. 4차산업 혁명시대임에도 이런 고전 방식이 50년간 지속되던 곳이 바로 동대문 도매시장이었다. 

동대문의 생산 회전율은 매우 빨라서 3일이면 신상품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신상은 매일 몇만가지가 쏟아지는데 도소매 거래는 모두 오프라인에서 현금결제만 가능했다. 1만개가 넘는 동대문의 의류 도매업체를 전부 돌아보려면 최소 3박4일이 소요되므로 소매상인은 벅찰 수 밖에 없었다. 딜리셔스는 오프라인으로 일일이 탐색하고 구매하는 기존 도소매 거래 방식의 번거로움을 발견했다.


▶ 더 번거로운 B2B2C 소비자 전달 과정

내가 쇼핑몰 운영을 이 때문에 포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게 상품을 사입한 후에도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까지가 너무 복잡했다. 고객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업체에 상품을 재주문, 검수하여 출고한 후, 앞으로 들어올 주문에 대비하여 재고관리까지 해야했기 때문이다. 딜리셔스는 동대문 상품이 도매업체에서 소매상인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 또한 번거롭다는 것을 알았다.





2. 기존에 존재하던 해결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했나?


▶ 도매업체의 상품 구입은 신상마켓으로 

신상마켓은 도매상인이 신상을 사진찍어서 신상마켓에 업로드하면 소매상인이 주문하는 형식이다. 주문 정보는 도매상에 실시간으로 전달 된다. 이전에는 각 매장을 돌아다녀서 일일이 상품을 주문해야 했다면 신상마켓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도매상의 상품을 한번에 주문할 수 있다. 또한 주문건을 한번에 배송받는 신상배송과 매장방문 없이도 간편하게 결제하고 증빙할 수 있는 신상페이 서비스로 편리함을 더했다.  

 


▶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은 딜리버드로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소매상인이 도매업체에 물건을 주문하여 받은 후 불량을 검수하고 깔끔하게 손질하여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곤 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공장에서 막 나온 구김 있는 옷이 아니기 때문이다. 딜리버드는 소매상인이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인 상품사입, 검수/검품, 재고관리, 상품포장 및 발송 등을 일괄 대행해주는 B2B2C 방식의 풀필먼트 서비스다. 소매상인이 신상마켓으로 사입한 도매상품은 고객상품화 작업과 검수, 오염/하자 여부 검품,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완벽마감 서비스로 소매상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3. 딜리셔스 고객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고객가치는 무엇인가?


▶ 신상마켓으로 도소매의 업무 효율성과 편의성 제공

도매업체는 신상마켓을 통해 신상품 홍보와 소매상인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는 대량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하며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소매상인은 수백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신상마켓에서 탐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문, 배송까지 바로 진행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구매를 하는 소매상인에게 유리한 플랫폼으로서 신상품을 한발 빠르게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 딜리버드로 소매상인은 사업 본질에 집중

신상마켓으로 소매상인이 번거롭게 사입하는 과정을 최소화 했다면 딜리버드는 고객에게 전달하는 유통 과정을 축소했다. 또한 재고관리 부담까지 덜어주면서 소매상인이 매장을 방문하는 시간과 물류 비용을 줄이고 상품 선정과 판매전략, 마케팅과 같은 사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딜리버드의 이용절차





4. 딜리셔스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까?
 

▶ 신상마켓 

 1) 도매업체 : 광고 배너, 신상초이스 서비스

 2) 소매상인 : 신상배송 서비스


신상마켓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은 도매업체와 소매상인으로 도매업체의 상품 등록과 소매상인의 상품 탐색 등 전체 플랫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일부 서비스는 유료이다. 도매업체의 상품을 최상단에 노출 할 수 있는 광고배너신상마켓 MD가 스타일링부터 촬영/업로드까지 해주는 신상초이스 서비스는 유료로 도매업체 고객에게 수익이 발생한다. 또한 소매상인이 주문한 상품을 신상마켓에서 사입하고 합배송을 할 수 있는 신상배송 서비스를 유료화하여 소매상인으로부터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 딜리버드 : 소매상인의 서비스 이용료

도매업체의 사입상품 주문부터 고객에게 배송까지 모두 딜리버드에서 대행을 해주고 소매상인에게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받으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딜리버드의 수수료 계산기





5. 딜리셔스가 제시한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10조~15조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장이다. 전통산업에 속하여 50년간 굳어져 온 도소매간 거래방식의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2013년 7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신상마켓은 김준호 대표와 조현동 이사의 발품영업으로 동대문 도매업체가 상품을 플랫폼에 등록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입소문은 금방 났다. 


현재 신상마켓으로 활발하게 거래하는 도매업체는 약11,000개로 동대문 전체 도매 매장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개 업체중 8개 업체가 신상마켓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매상인 업체는 22만개로 전국 소매상인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소매 의류사업가 대부분이 신상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딜리버드는 2021년 거래액이 전년대비 900% 성장하며 매월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중이다. 







6.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는가?

▶ 10년간 피드백을 주고 받은 고객

개발자 출신의 김준호 대표는 서비스 탄생 후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수집했다. 개발 당시 1년간 안드로이드 앱을 180번이나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신상마켓을 수 년간 이용한 나는 들어갈때마다 UI가 편리하게 변경 되고 신규 서비스가 계속 생기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신상마켓은 10년 동안 고객의 피드백을 축적하여 발전해왔고, 지금도 신상마켓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면 사용자 의견을 수집하면서 서비스를 고도화 하고 있다. 

그 결과 초창기에 비해 도매업체는 4배 이상 뛰어 11,000만, 소매상인은는 7배 이상 증가하여 22만으로 대부분의 의류 도소매 종사자는 딜리셔스의 고객이 되었다. 딜리셔스가 10년간 누적한 고객 수는 경쟁사가 단 시간에 달성 할 수 없는 수치이다.
 



▶ 로봇 자동화로 이룬 크로스도킹

딜리셔스가 동대문 의류의 사입부터, 검수, 재고관리, 고객 직배송까지를 책임지는 풀필먼트 서비스인 딜리버드로 확장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여 물류시스템의 확장이 불가피했다. 급증한 물량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딜리셔스는 Studio 3S의 Shelf Lifter AGV를 통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기존의 작업 순서에 따라 진행됐던 입고, 분류, 출고 업무를 동시에 이루는 크로스도킹으로 빠른 물량 처리를 실현했다. 이 작업을 위해 티몬에서 물류기획을 총괄한 인사까지 영입했다고.

동대문 창신동에 위치한 28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

이로써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과 유통 비용도 절감했다. 재고를 장기간 보관할 필요가 없어서 실시간 재고파악 및 품질 저하 현상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급격히 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입고 동시에 분류와 출고가 당일에 이뤄지는 크로스도킹 시스템을 채택하는 추세이다. 딜리셔스는 크로스도킹 시스템을 장착한 풀필먼트 서비스로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7. PMF를 찾은 딜리셔스


지금까지 소개한 딜리셔스는 창립이래 10년 동안 자사 제품의 시장 적합성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14년 3월부터 누적거래액 10억원, 2016년에 100억원을 돌파한 후 2017년 1월 1,000억원, 2018년 10월 5000억원, 2020년 12월에는 2조원을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J커브를 그렸다.


또한 2020년부터 풀필먼트 서비스인 딜리버드를 시작하면서 2021년 거래액은 5,723억 원을 달성하여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이는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수치로 증명할 수 있다.  
 


 - 월평균 도매 상품 업로드 수 130만건
 도매 사업자가 신상마켓에 등록한 누적 상품 수 7,684만 건 (1개 매장단 7000개 상품 등록)
 - 하루 평균 거래 건수 24,000건(5초당 1건)
 - 월 평균 고객 체류시간 288분
 - 재방문율 도매업체 93%, 소매상인 90%

 

나는 신상마켓 초창기 유저로서 이 수치에 크게 공감했다. 요즘 신상마켓에 접속하면 정말로 288분쯤 체류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필터링으로 원하는 물건을 찾아보기도 쉽고 주문과 배송또한 원클릭으로 가능해져서 너무 편하다. 순간 동대문에 돈다발을 들고 가서 밤새 상품을 골라 구입하고 내 몸만한 대봉다리를 몇개씩 이고 지고 오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요즘 장사하기 참 쉬워졌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심지어 유통과정을 대신해주는 딜리버드 서비스라니! 내가 쇼핑몰을 지금 준비한다면 때려치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신상마켓을 쓴지도 벌써 7년쯤 되어 간다. 휴대폰에 설치하고 안쓰는 어플, 지우는 어플이 많은데 이 기간동안 내 휴대폰에서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딜리셔스는 PMF를 달성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되었다. 고객 감동이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동대문 패션시장처럼 디자인/제작/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딜리셔스는 이 인프라를 활용해 신사업의 기회로 삼고 고객과 함께 발전시켰다. 무조건 고객이 편할만한 것, 고객이 좋아할만한 것. 딜리셔스의 포커스는 고객이었다. 이들은 B2B에서 시작한 신상마켓을 필두로 B2B2C의 딜리버드, 나아가 월드 B2C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네이버와 손잡고 일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시장의 패션규모는 국내의 2배인 100조원이라고 하니, K패션의 성과가 기대되는 바이다. 동대문에서 잘 만든 옷은 브랜드 의류 몫지 않으니 말이다. 딜리셔스의 J커브는 이제 시작이다.




문제를 기막히게 해결하는 유익한 기획자.
코드스테이츠 PM 부트캠프로 획기적인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어 가다. 
기막힌 생각과 획기적인 방법론자, PM이야기 #1.  끝. 




참고자료

- 딜리셔스 홈페이지 : https://www.dealicious.kr/

http://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463

http://jmagazine.joins.com/forbes/view/326925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111/111191437/1

https://www.news1.kr/articles/?4545128

https://byline.network/2020/02/25-92/

https://zdnet.co.kr/view/?no=202201051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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