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첫 번째 봄 이야기
엄마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며 조금은 지친 마음으로 찾아간 야마나시현의 산속 펜션입니다. 한때는 번창했을 것 같은 이곳은 이제 아는 사람만 찾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펜션처럼 느껴졌습니다. 젊은 시절 유럽에서 철학을 공부하셨다는 주인 할아버지와 밤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도 나누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하시며,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가족의 일본행을 위해 커리어를 접게 된 속상한 마음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때부터일까요? 일본에서 하고 싶었던 일,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을 일은 실컷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로 저와 우리 가족은 더 즐겁고 열심히 추억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아들
할아버지께서 혼자 운영하시는 펜션은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해 보였지만, 들어가 보니 망원경, 오르골, 만화경 등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물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녁으로는 뭔가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도 먹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저 동네 평범한 할아버지 모습이셨는데, 듣고 보니 대단한 능력자이셨습니다! 주변에 다른 어르신들이 갑자기 다르게 보입니다. 이분들도 왕년에는 뭔가 엄청난 분들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
같은 숙소를 두 번 찾아간 곳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후지산 근처 산자락에 조용히 위치한 ‘모짜르트’라는 숙소는 할아버지 혼자서 운영하시는 펜션입니다. 할아버지 평생 모아온 다양한 책과 음반, 소품들로 꾸며져 있는 이곳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 유학 시절 배운 요리 실력으로 저녁에는 투숙객들에게 정통 프렌치 코스를 제공합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방문했지만, 3년 후에는 일부러 다시 찾아갔습니다.
두 번째 숙박 후에는 주인 할아버지와 은성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자고 일어난 은성이의 헤어스타일과 할아버지의 헤어스타일이 닮아 있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나중에 은성이가 커서 어른이 되어 이곳을 다시 방문할 때에도,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