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딘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수국을 너무 많이 보러 다녀서일까요? 대충 일정을 예측해 보자면, 엄마가 가자고 해서 저와 아빠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고, 엄마는 사진을 실컷 찍는 그런 스토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하나 덧붙이자면, 저는 항상 꽃구경을 갈 때면 사진작가가 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싫어도 항상 사진을 찍다 보니 왠지 사진을 점점 더 잘 찍게 되는 느낌이 듭니다.
아빠
모처럼 화창한 날, 꽃을 보러 가자고 해서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오니기리(삼각김밥), 음료수, 간식을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도 출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어촌 마을, 저 멀리 언덕 위에 수국공원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꽃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과 아들을 위해 매일매일 신경 써주는 아내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할 수 없어, 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끌고 언덕으로 올랐습니다. 결국 중간쯤부터는 아내 혼자 올라가게 했지만, 바로 옆에서 피어 있는 형형색색의 수국을 보니 아름답고 신비롭기도 했습니다. 어떤 꽃은 시들어 있고, 어떤 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네요.
엄마
일본에 와서 꽃에 빠져, 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 둘을 끌고 꽃구경을 무지하게 다녔습니다. 봄이면 매화와 벚꽃놀이로 시작해, 등나무 꽃과 철쭉, 장미를 거쳐 수국까지, 그 중 저의 최애는 수국입니다. 유명한 스팟을 돌다 돌다 이 시모다 공원까지 왔습니다. 이곳은 이제 수국은 그만봐도 될 것 같을 정도로 수국이 숨막히게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지친 남씨 부자를 남겨두고 혼자 언덕을 올라가서 찍은 조금은 고독한 순간의 사진이지만, 큰 불평 없이 계절마다 꽃구경을 함께 해준 우리 남씨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각하지 못 한 것 같은데, 한국에서 돌아와서 몇 달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의 SNS 프로필 사진은 모두 꽃이라는 사실!